풀란차스의 ‘상대적 자율성’

배성인   그리스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알튀세(L. Althusser) 밑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풀란차스(Nicos Poulantzas)는 1968년 《정치권력과 사회 계급》을 출판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자본주의 국가 논쟁에 있어서 밀리반a(R. Miliband)와 쌍벽을 이루는 네오 맑시스트이다. 이 둘은 우리에게 그 악명 높은 밀리반드-풀란차스 논쟁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 논쟁은 68혁명 이후 자본주의 위기와 스탈린주의에 대한 재평가 등이…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세기 후반에 ‘자유론’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이 한국 사회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그의 저서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미다스북스, 2012)가 번역된 이후이다. 이 책을 마르크스의 평전 중에서 최고로 꼽는 이유는 정곡을 찌르는 간명성, 균형 잡힌 시각…

플라톤의 교육 사상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플라톤(Platon)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래, 무법 사회이며 파당 정치의 무대가 되고, 선동과 테러가 난무하는 아테네의 몰락을 직시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답을 ‘좋음의 이데아’에서 찾았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현실적인 국가를 넘어 완전한 국가의 ‘본’을 찾고자 한 것이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누구에게나 회자하고 있는 유명한 정의를 습관적으로 내뱉게 된 것은 E. H. 카(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김택현 옮김, 까치, 1997) 때문이다. 이 책은 1980년대에 필독서였다. 그리고 영화 <변호인>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역사에서…

로자 룩셈부르크의 ‘대중 파업’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 4.13 총선만큼 예측이 빗나간 선거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대중의 가변성과 역동성(?)이 확인된 선거였기 때문이다. 정치는 대중으로부터 동의와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늘 위기였고 정당 정치의 위기를 한꺼번에 보여 주었다. 정당 정치의 위기는 결국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감동을 주지…

힐퍼딩의 ‘금융 자본’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금융 자본’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새삼 급증했고, 이에 따라 국가 독점 자본주의와 조직 자본주의 이론으로 유명한 루돌프 힐퍼딩(Rudolf Hilferding)의 대표 저작인 《금융 자본(Das Finanzkapital)》(1910)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그의 저작이…

토머스 페인의 ‘상식’과 ‘인권’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근대 역사를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정치 팸플릿들이 있다. 마르크스(K. Marx)의 《공산당 선언》(1848)이나 레닌(V. I. Lenin)의 《무엇을 할 것인가》(1902)와 같은 팸플릿들은 한 시대의 거대한 정치적 주제를 요약한 압축 파일로 이후 시대에 깊고도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페인(Thomas Paine)의 《상식(Common Sense)》(1776)만큼 변혁에…

랑시에르의 ‘무지의 스승’

배성인 한국 정치와 사회 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획일적이고 규격화되어 있고 일방향적이고 형식적인 한국의 학교 교육 체계에서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당연히 비형식적이고 쌍방향적이며 학습자 중심적인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인 자크 랑시에르( Jacques Rancière)는 인격적이고 지적인 ‘개인적’ 성장에…

소렐의 ‘총파업 신화’

배성인(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을 연구하면서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프랑스 사상가 소렐(Georges Sorel)만큼 논쟁적인 이도 드물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이면서 혁명적 생디칼리즘(전투적 조합주의)을 체계화한 이론적 지도자였지만, 악시옹 프랑세즈(Action française)의 군주제적 민족주의에 관심을 보였으며,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를 지지하는가 하면 러시아 혁명 이후 레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복잡다기한 사상적 행보를 보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