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는 다중의 활력” vs "평의회 공산주의 원칙 복원“

[맑스코뮤날레](1부) - 맑스의 코뮤니즘, 어떻게 가능한가?(조정환, 황선길)

조정환, “코뮤니즘은 사회주의와의 절단에서 시작한다”

서관모 충북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첫 번째 발표는 조정환 자율평론 연구자였다. 조정환 연구자는 “21세기 코뮤니즘을 위한 전제로 먼저 코뮤니즘이 사회주의로부터 연속이 아니라 그것의 절단이라는 점, 그리고 코뮤니즘은 미래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실재한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환 자율평론 연구자

조정환은 이어 “프롤레타리아트를 정체된 집단으로 정의해서는 안 되며 코뮤니즘 운동은 현재 이곳에서 집합적인 공중화를 통해 다중의 살아있는 활력을 권력화하고 다양성들의 네트워크적인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의 전제는 근대적 발전 과정에서는 물질 노동이 헤게모니를 수행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급속하게 그 헤게모니가 물질노동으로부터 비물질노동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환의 설명에 따르면 비물질노동은 “역학 기계가 아니라 일반화한 두뇌와 사회화한 몸을 생산수단으로 삼으며 따라서 생산수단과 생산자의 경직된 분리가 지양되는 것”이다.

조정환은 “비물질노동은 매개를 통해 사회화할 삶의 수단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삶- 형식 자체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며 “이제 권력 역시 국가라는 장소에 집중되어 있기보단 삶의 모든 영역에 분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프롤레타리아트는 “노동자, 여성, 학생, 실업자, 원주민, 동성애자이면서 동시에 어떤 현실적인 것에도 동화되지 않는 혼잡하면서도 분명한 실재인 다중”이며 오늘날의 코뮤니즘은 “모든 법칙, 동일성에 대항하는 특이한 삶들의 으르렁거림, 차이와 투쟁들의 유통과 연결, 즉 반복의 네트워크 그 자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황선길, “일상에서 억압과 권위를 지양해 나가자”

이어 황선길 빛나는전망 연구자가 “코뮤니즘, 공산주의는 계급 지배가 철폐되고 공동소유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를 이해돼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황선길은 “평의회 공산주의가 제기하고자 했던 원칙만 얘기해고자 한다”며 “맑스 사상은 인간의 해방을 위한 이론이지 또 다른 권위나 국가시스템으로의 종속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평의회 이론의 출발점은 국유화된 생산 시설에 기초한 국가와 그 관료들의 계급 지배를 근본으로 반대하며, 사회화 그 자체로는 인간 해방에 작은 변화도 초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황선길은 빌헬름 라이히의 연구를 끌어와 “라이히는 소련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권위주의에 대한 신봉, 신비주의에 대한 믿음, 그리고 대상화된 자신들에 대한 수동적 역할 인정 등 대중들의 성격구조에서 찾고 있다”고 전하면서 “새로운 코뮨의 건설은 이러한 대중 성격구조의 뿌리를 제거하여 일상적인 자본주의 제도에 구조화된 권위주의, 신비주의, 이에 기초를 이루는 성적 억압에 대한 토론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선길 빛나는전망 연구자

황선길은 특히 한국 좌파운동이 가지는 가부장성, 노동자들이 부르주아 보다 더 가부장적인 모습들이 바로 이러한 예라고 지적하고,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중의 잠재성으로 어떻게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가?”

조정환 대표의 주장에 많은 질문과 논평이 제기됐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이미 자본에 의해 구조화, 현실화된 것, 구성되어진 것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찾아야지 다중의 활력을 포획한 자본과 포획되지 않은 본원적 활력, 다중의 잠재성으로 대립 구도를 놓고 본다면 현실 사회를 변혁하는데 문제 있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 “노동형태나 주권형태의 변화가 현실 속에서 자본의 권력을 강화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조정환은 “물론 자본의 힘의 강화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무엇인지 읽어보면 현대 생산과 정치가 진행되는 과정은 직접적 생산자들의 잠재적인 연합조건들을 유례없이 강화시키고 있다”며 “ 이 점을 주목한다면 아래로부터 생산하는 힘들의 공통성의 엄청난 증대가 자본의 수중으로 포섭되는 것을 어떻게 역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균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 “내 입장은 현실적인 것과 잠재적인 것, 권력과 활력이 존재하고 있을 때, 양자가 지금 여기 실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현실을 바꿔나가는 잠재적인 힘을 탐구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정환은 “잠재적인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는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코뮤니즘이라고 하는 활력의 힘이 역사 속에서 나타났었고 현실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혁명 조직이 아닌, 변혁의 장으로서의 평의회”

조정환은 황선길 발표에 대해 “평의회 맑스주의 경우 자율주의적 맑스주의가 생성되어 나오는 원천 중의 하나이고 말씀하신 사회주의 역사에 대한 비판 부분도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평의회 맑스주의가 볼세비즘과 맺었던 한편에선 경쟁적이고 한편에선 적대적인 주장들이 현대의 우리 삶속에서 그대로 실현되어짐으로써 코뮤니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평의회 공산주의가 볼세비즘을 낳았던 당대 맑스주의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넘어서는 발상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질문했다.

황선길은 “역사적으로 평의회 운동이 숙련노동자의 운동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의회 운동 자체를 폄하해서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뿌리들 자체는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형태고, 평의회 운동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게 자본의 모순들을 극복하면서 공동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혁명의 조직으로서의 평의회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혁의 장소로서 평의회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