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주의가 문제" vs "끝까지 사상투쟁"

[맑스코뮤날레](3부-2) - 맑스와 현 시기 좌파운동(남구현, 오세철)

제2회 맑스코뮤날레의 둘째날, 3부 “맑스와 현 시기 좌파운동”의 두 번째 세션이 15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열띤 토론 속에 열렸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남구현 한신대 교수와 오세철 사회주의정치연합 대표가 발제를 하였고, 박성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과 이종회 진보넷 대표가 각각 토론을 맡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남구현 교수는 '노동자대중운동과 좌파정치에 관한 몇 가지 테제들'을 발표하였는데, 경제주의와 민주주의 문제에서 좌파정치 운동의 태도와 현실 인식의 문제들을 짚었다.

남구현 교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임금을 둘러싼 경제투쟁에 한계 지우려는 '경제주의'는 노동자들의 재생산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자본주의적 계급관계의 모순을 지양할 수는 없는 것"이라 지적하며 "맑스는 조합주의를 비판하고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노동운동을 주창"하였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민주주의 투쟁과 관련해서도 민주주의의 확대와 노동자 계급정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오세철, “사상투쟁 통해 혁명 정당 건설해야”

두 번째로 '사회주의 세력의 합법 정치 전술에 대한 단상'이라는 오세철 대표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오세철 대표는 발제를 통해 90년 초반 이후 15년간의 사회주의 운동진영의 선거 대응 및 합법 정당 건설 과정을 살펴보았다.

오세철 대표는 “지난 15년간 사회주의 운동진영은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의 결합을 이야기했음에도 선거주의에 경도되었고, 97년 대선에 참여한 것은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민주노동당 창당과정에 일부 사회주의 운동진영이 참여하면서 이탈해 갔으며, 정파이기주의와 가족주의로 인해 사회주의 운동진영의 연대가 좌절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오세철은 현재의 상황에서 좌파운동은 사상투쟁이 중요하며, 혁명적인 사회주의 운동세력과의 연대와 소통을 위해서도 사상투쟁을 통해 혁명적인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90년대 대중운동의 과잉 이후, 정치운동 역할 분명히 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의 백미는 종파주의와 사상투쟁에 대한 문제였다.

먼저 이종회 대표가 토론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제기했다. 이종회는 “지난 15년의 활동은 좌파진영의 분열의 역사였다며, 사상투쟁과 조직운동의 분열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또 “90년대 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에 현장운동 속에서 뿌리를 내린 과정은 사상투쟁을 회피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거의 모든 시기에 사상투쟁이 진행되었고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되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동조합 등 대중운동이 정치운동보다 더 우위에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치운동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오세철 대표는 “사상투쟁의 문제는 크게 사민주의, 무정부주의, 민족주의와 싸워야 한다”며 사상투쟁의 문제는 조직문제와 같다고 하였다. 즉, 사상이 같으면 같은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먼저 “사상투쟁을 통해 원칙적인 문제부터 확실히 하고 전술적인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혼자 남더라도 끝까지 사상투쟁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박성인 소장은 “87년 체제가 매듭지어지는 상황과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대중적, 정세적으로 변화된 조건 속에서 좌파운동의 전망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사상투쟁도 이런 관점에서 진행돼야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광범위한 후퇴 불러와”

앞서 남구현 교수는 발제를 통해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전선을 이탈하는 것이 아님에도 모든 문제를 신자유주의의 문제로 환원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박성인 소장은 민주주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진전 자체가 광범위한 민주주의 후퇴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과거청산과 같은 문제에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남구현 교수는 답변을 통해 박성인 소장의 문제제기를 수용한다고 밝히고 “민주주의를 주로 소상품 생산자와 부르주아지의 문제로만 접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이면서 “노동계급도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정리하였다.

노동운동의 위기, 신자유주의 공세 전면화에 민주노조운동 한계 드러나는 것

이날 자리에서는 최근 노동운동의 위기와 관련한 논의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도 최근 노동운동의 위기는 좌파운동진영의 무능력한 대응도 문제지만, 노동대중이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더 크게 형성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과정에서의 패배감이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 노조운동 내부의 관료주의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박성인 소장은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은 노동자 대중투쟁으로는 현실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는 회의를 전제로 한 정세인식이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세인식 바탕으로 해서 오로지 노조운동이 갖는 문제를 기업별 노조의 한계라고만 판단하고 산별노조 통해서 이런 현실 극복해나가겠다고 판단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이다.

“산별노조 건설 위해선 자본가 진영이 교섭테이블 나오게 해야 되는데 결국 노무현정권과의 타협을 통해 정권이 자본 진영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현실화시켜나가겠다는 판단이 교섭주의의 핵심적 판단”이라는 분석이었다.

“노조비리, 내부 민주주의 진척시키지 못한 문제”

한편 작년 말부터 불거지고 있는 노조 비리와 관련해서 “일정하게 지배계급의 공세인 측면이 있지만 민주노총이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데 참석자들은 의견일치를 보았다.

박성인 소장은 "도덕적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수준의 문제로만 보는 건 잘못되었다"며 “대공장 노동조합 운동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자기구심으로서의 자기 역할들 하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 고이고 썩어 들어가면서 나온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하였다. 이어 “신자유주의 공세에 민주노조 운동이 계급적 단결하지 못하고 내부 민주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면서 드러난 결과”라며, “사회변혁의 주체인 노동자운동이 거꾸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위기의 상황”이라고 판단하였다.

플로어에서 양노총 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질문하자 “노동운동의 계급적, 민주적 발전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주로 선거시기 민주노동당에 표를 몰아주는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답변이 나왔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미명아래 민주노동당 투표와 지지세력 형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양대 노총 통합은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었다. 박성인 소장은 “한국노총을 물갈이하고 민주노총 내부의 전투적 세력 제거해서 원만한 교섭구도를 형성한다는 정치적 판단과 계산 속에서 양 노총 통합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속에서 좌파운동의 직접적인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되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설공동투쟁체 및 현장투쟁위원회의 건설 그리고 정치쟁점에 대한 의견접근을 기초로 한 좌파 공동 성명 또는 강령 논의 단위 등이 제안되었으나, 시간 제약으로 충분히 토론되지는 못했다.

한편, 윤수종 교수의 발제 '소수자 운동과 좌파 운동'은 윤 교수가 해외 출타 중이어서 발제문으로 대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