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체제 근본 수정 없이 노사안정 불가능"

[맑스코뮤날레](주관단체) -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맑스코뮤날레 이틀째, 주관단체별 주제토론이 이어졌다. 사회과학 제 분야의 유기적 연계와 협동을 통해 주요 국내외 문제 및 지역사회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경상대사회과학연구원은 '한국자본주의 축적체제의 변화 : 1987∼2003'이라는 주제로 87년 이후 한국의 자본주의에 대해 분석, 발표했다.

사회를 맡은 경상대사회과학연구원 원장 정진상 경상대 교수는 모두 발언을 통해 "자본주의 축적체제는 국가, 자본, 노동 세 축으로 구성된다. 맑스주의로 이것을 분석하는 것은 고전적이고, 구좌파적인 주제인 듯 보이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이론을 근본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아직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주제발표의 의의를 밝히고, "오늘 주제발표의 공통적 가설은 97년 IMF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위기는 87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역사적 접근이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맑스주의를 통한 자본주의 모순의 극복 가능성, 희망을 얘기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주제토론은 4명의 연구원의 발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정성진, "97년 경제위기는 이미 87년부터 시작되었다"

  정성진 교수

'한국의 마르크스 비율의 추이 : 1970∼2003'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87년부터 2003년까지 이윤율의 변화를 다양한 표와 근거들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97년 경제위기는 1970∼80년대의 고도성장을 지탱해왔던 국가자본주의적 축적구조가 87년 이후 해체되면서 시작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국에서의 비생산노동의 비중 증대 추세 △1980∼2002년 잉여가치율(착취율) 140% 수준으로 유지 △1978년 16.7%에 이르렀던 이윤율이 이후 계속 저하되어 2002년 6.6%, 이러한 이윤율의 끊임없는 저하경향 등을 제시했다.




장상환, "케인주주의 복지국가 도입,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는 사회화 정책 필요"

  장상환 교수

이어 '1990년대 자본축적과 국가의 역할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선진자본주의 전개과정을 자유주의 단계,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단계, 신자유주의 단계로 나누고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 단꼐는 종속적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국가 부문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선진자본주의 전개 과정에서의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 설명하고, "1960, 70년대의 국가개입, 즉 개발국가의 본질은 자유주의적 성격의 것이었지 케인즈주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는 이러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장상환 교수는 "현재 요구되는 것은 그동안 도입하지 않고 건너뛴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정책의 도입이다. 여기에 자본주의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케인즈주의를 넘어서는 생산수단의 사회화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주무현, "한국자본주의는 독점과 경쟁의 복잡한 결합구조"

  주무현 교수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주무현 경상대 교수는 '1990년대 한국자본주의 시장구조와 이윤율'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독점을 산업부문간 자본이동을 제한하여 평균이윤율 형성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우연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본논리학파를 비판하고 "독점이윤은 신고전학파 불완전경쟁이론에 기반하고 있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절대화 될 수 없으며, 특별잉여가치 및 초가이윤의 한 현상상태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무현 교수는 △1990년대 한국자본주의 시장구조의 특징은 고위 시장집중형 산업 수 감소와 저위 시장집중형 산업 수 증대에 의해 '경쟁심화'와 '독점약화' 현상 △한국 자본주의의 독점적 지배구조는 특정 대기업 참여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 △'대기업-저이윤율', '중기업-중이윤율','소기업-고이윤율'의 구조의 격차 축소 △제조업 평균 이윤율 보다 높은 초과이윤율 실현 산업 수의 급격한 감소 현상은 부문간 경쟁 심화를 보여줌 △종업원 규모 변수는 더 이상 독점 강화의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음을 설명하고, "한국자본주의는 독점과 경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결합구조로서 한편에서 독점자본에 의해 평균 이윤율 균등화 법칙의 관철이 방해받고, 다른 한편에서 자본간 경쟁 격화에 의해 자본주의적 일반법칙이 관철되는 모순적인 양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종래, "자본축적체제의 전면적 수정 없이 노사관계 안정 없어"

  이종래 교수

마지막으로 '1990년대 축적체제와 노사관계의 구조변화'라는 제목으로 자본주의의 발전과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이종래 경상대 교수는 "작업장 수준의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양태를 보였던 1987∼1992년의 이행기적인 노사관계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퇴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종래 교수는 "노동운동 진영은 작업장 수준의 노사관계와 사회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노사관계가 불일치하는 현상의 책임을 노동자 일방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본다"며 "자본축적체제의 전면적 수정 없이 노사관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과연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