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조합원 수술 결정, 소생 가능성 보여

가족 반대 부딪혀 허세욱대책위 '책임지겠다' 각서 작성

환자 장기 기능은 원활, 피부 통한 감염 차단이 시급

지난 1일 한미FTA협상 타결을 반대하며 협상장 앞에서 분신한 허세욱 조합원이 오늘 오후 2시부터 한강성심병원에서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하반신 3도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져 있던 허세욱 조합원은 손과 등, 하체 부분의 피부에 괴사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그나마 원활한 내부 장기 기능에 괴사된 피부를 통한 세균 번식과 독소 침투 가능성이 커 긴급히 수술에 들어가기로 결정됐다. 따라서 한강성심병원 측은 허세욱 조합원의 괴사된 피부를 벗겨내고 사체 피부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시행한다.

한편 허세욱 조합원이 수술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심각한 화상 정도에 비해 심장과 폐 등의 기능이 원활한 것을 확인한 병원 측이 환자의 소생을 위해 수술을 제안했으나 결국 가족 동의는 받지 못했다.

가족들 수술 반대, "살아나도 이후 뒷바라지 어렵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허세욱 조합원 가족들은 수술 이후 허세욱 조합원이 생존했을 때의 재활비용과 뒷바라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수술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허세욱 조합원 가족들은 "살려도 식물인간이 될 텐데 그 뒷바라지와 병원비는 어떻게 하느냐, 가족회의에서 이미 가족장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세욱 조합원이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며칠을 넘기기 힘들지만 만일 성공적인 수술로 소생한 이후에도 손가락 일부를 절단해야 하고, 완쾌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를 통해 소견을 밝힌 김종현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소장에 따르면 허세욱 조합원 가족은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을 살려서 어떻게 할 것이냐, (수술 거부로 환자가 사망한다면) 내가 감옥에 가겠다"라고까지 말하며 수술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노총 등 "모든 책임을 지겠다" 각서 쓰고 수술 착수

이에 절박함을 느낀 김종현 소장이 '가족들이 재활과정과 치료비에 부담을 갖고 있으니 민주노총이 이런 부분을 책임질 수 있다고 설득하면 어떻겠느냐'고 민주노총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병원 측과 민주노총, 허세욱 대책위, 범국본 등 관계자들의 설득에도 가족들이 완강히 반대하자 결국 수술은 가족 동의서 없이 병원 측의 '응급환자 치료원칙'에 따라 착수됐다. 대신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박석운 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허세욱 님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에 연서명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허세욱 조합원의 수술은 3-4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번 1차 수술로 허세욱 조합원의 병세가 한 고비를 넘기게 되는 만큼 많은 관계자들이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