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부리]의 행.페이야기
박미선, "딴세상을 여기로 가져오는"(Bring elsewhere home) 페미니즘, 여성, 소수자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페미니스트 이론가. 이론과 실천으로서 페미니즘과 급진 이론의 혜안들을 '따로 또 함께' 나누는 페미니스트 네트워커. '행.페'는 '행동하는 페미니즘'의 줄임말
알아서 먼저 양보하는 투쟁은 이제 그만
[너부리의 행.패이야기] "불가능 하더라도 불가능을 상상해보라"
너부리 
우여곡절 끝에 새로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노총은 3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2일 20만 총파업 투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기적인 비정규 야합의 본질이 폭로"되었다고 하면서 총파업 유보를 선언했다. 3월 초 이틀간 20만 총파업 투쟁 역량을 모아 4월 총력투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민주노총의 이토록 잽싼 총파업 유보(알고보면 중단이자 총파업 저지)는 '단결투쟁'이 아니라 '단결하여 얼른 양보'로 보인다. 총파업 며칠이나 했다고 이리 빨리 단결양보인가?

비정규직 개안안이 4월로 연기되었다고 똑같이 총력투쟁을 연기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고, 결국은 뒷북만 치는 또다른 절망의 총파업 시늉만 초래할 것이다. 비정규직 개악안을 계기로 해서 총파업을 시작했더라도, 최소한 집권당에는 "니네 5.31지방선거뿐 아니라 담에 재집권은 완전 물건너 간 줄 알아라"를 확실허니 위협스레 겁나게 알려주고 총파업 깃발을 내려야 했다.

대체 총파업은 왜 시작했는가. 그간 몇 달간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몇 달간의 시간이 자본과 노동계 양쪽에 있었다. 그 몇 달간 아무런 대책없이 '저지' '저지'만 외치다가,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으로 통과되었다가 국회 3월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니깐 냅다 '저지' 투쟁도 그만 두어야 한단 말인가.

철도노조는 직위해제와 산개투쟁자 현행범 체포 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총파업 첨 선포할 때는 철도노조가 선봉에 서주길 바라더니, 이틀도 못 지나서 선봉만 빼고 주르륵 그만두자고 민주노총 지도부에서 나서서 바람을 뺀 이번 기자회견은 '책임성'은 커녕 '투쟁'의 전술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다.

내가 보기에 이번 '유보'라는 미명하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중단은 알아서 기는 운동, 알아서 잽싸게 언능 양보하는 투쟁, 제도 언론에게 호의적인 기사가 나오기를 멍청하게 아직도 욕망함시롱 하는 투쟁, 네티즌들 사이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이번 파업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호의적인데도 그것을 활용하질 못하는 멍청함, 그리하여 투쟁의 내부 동력이 얼만큼인지 확인해 보기도 전에 "투쟁 동력 약화"를 운운함시롱 먼저 굽신거리는 상층부의 몸보신일 뿐이다.

이번 총파업을 통해서, 각 노조 단위의 지도부가 다 직위해체를 당하더라도, 정말 그렇게 직위해제 당하는 위험을 감수했더라면, 총파업의 위력과 정치적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넘었을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자기 '대표자'들의 직위해제에 결연히 일어나 투쟁했을 것이요, 정치권과 자본주는 노동자들의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투쟁에 자못 겁을 먹고 최소한의 양보를 토해낼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지닌 파괴력과 물질적 투쟁력이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정치적 교훈을 몸에 각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4월 국회로 넘어 갔다고 냅다 총파업 철회라니. 철회하기 전에 얻을 것 얻고, 심어줄 건 심어주고 철회해야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법안 철폐가 불가능하더라도, 정치권에 '비정규직' 관련해서 양보하지 않으면 재집권/집권 불가능이라는 점은 확실히 각인시켜줘야 할 것이 아닌가. 투쟁은 대체 머하라고 하는 것인고.

불가능하더라도 그 불가능을 상상해 보라. 4월 국회로 넘어간 것을 이용하여, 4월까지 총파업을 이어간다면, 비정규직 법안은 개악, 지연이 아니라 철폐 쪽으로 아젠다를 전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그렇게 해야 하고), 설령 철페가 아니라 해도 상당한 수준의 전회(개악이 아니라 차선쪽으로라도)도 가능하게 맹글어야 한다. 4월 즈음해서 단 한 명만이 남아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파견직이라는 초강력 착취 고용형태에 대한, 그리하야 양극화 해법에 인식의 지평이나 관점들은 훨씬 넓어지고 급진화될 수 있다.

총파업을 장기화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총파업을 활용하여 여론과 사회적 아젠다 전환, 정치권에 대한 실질적인 압력은 가능하다. 총파업으로 배수진을 치고 입법 투쟁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아무리 환노위에서 통과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해 보기도 전에 양보해 버리는 것,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민주노총과 민노당이 얻은 3월 한달동안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알아서 먼저 양보하고 나중엔 뒷북만 치는 운동, 투쟁은 제발 그만하자. 제발 좀. 정치란 죽을 각오로 죽는 시늉을 잘 해야 산다는 것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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