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 이행명령서를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과태료 부과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그간 선거실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행 중단을 촉구하며 불복종운동을 벌여 온 진보언론들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18일 선거실명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인터넷언론사 26곳을 확인해 해당 언론사에 이행명령서를 발송했다. 알려진 대로 선관위로부터 이행명령을 받은 언론사는 3일 안에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시 기준금액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매일 50만원씩 가산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언론 및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는 24일 오후 8시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노동넷방송국, 대자보, 민중의소리, 민중언론 참세상, 인터넷기자협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각 단위사들의 입장과 현재까지의 불복종운동 활동상황 등을 공유하는 한편, 이후 공동행동 계획을 논의했다.
24일 현재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 소속 언론사 중 댓글란 및 게시판을 전면 폐쇄하는 방식으로 불복종운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프로메테우스, 대자보, 참말로, 디지털성남일보, 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등이다. 이들 언론사의 경우 글을 게시할 공간이 전면 폐쇄된 상태여서, 선거실명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편, 공대위 소속 언론사 중 당초 선거실명제 전면 거부를 선언한 노동넷, 이주노동자방송국, 울산노동뉴스 등은 이번 선거실명제 과태료 부과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 인터넷언론사로 확인되었으나, 이번 선거실명제 시행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선관위의 언론사 선정 기준과 관련한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선관위로부터 실명인증시스템 설치 이행명령을 받은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국장도 참석했다. 선관위가 이미 이행명령을 내림에 따라 민중의소리는 25일까지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민중의소리의 이후 대응과 관련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민중의소리는 그동안 선관위에서 이행명령이 내려진 이후에 게시판을 폐쇄하는 대응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의 참석자들은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 차원에서 민중의소리가 선거실명제 '전면 거부' 방침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이용근 노동넷 대표는 “이번 싸움에서 만약 우리가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했을 경우, 이후 정부는 더욱 노골적으로 개인블로그 등에까지 실명제를 시행하려할 것”이라며 인터넷언론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우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역시 “인터넷실명제 시행은 향후 정보통신부가 준비하고 있는 전면적 인터넷실명제 시행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며 “진보적 인터넷언론들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향후 선거법 개정 및 정보통신부의 전면적 실명제 시행 시도를 막기 위한 투쟁의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은 “이번 선거실명제에 대해 전면거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후 투쟁의 근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며 “전면거부 혹은 게시판 폐쇄 등 각 단위사의 불복종운동 방식에 대해 공대위 차원에서 강요할 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회의 참석자들의 의견에 대해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국장은 “의견을 참고해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25일 오전에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회의 참석자들은 민중의소리가 선거실명제 전면거부로 방침을 정할 시 공동변호인단 구성 및 공동 모금 등의 구체적인 공동대응 계획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또한 25일부터 국회와 서울선관위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갖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실명제 거부 공동행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