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 사투 벌인 허세욱 조합원 끝내 숨져

유족들 가족장 고집.. 분신대책위 '장례대책위'로 전환

지난 1일 한미FTA를 반대하며 협상장인 하얏트호텔 앞에서 분신한 허세욱 조합원이 15일간의 사투 끝에 결국 숨졌다.

분신 후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받아온 허세욱 조합원은 지난 4일 피부이식 수술을 잘 견뎌내고 소생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했으나, 15일 급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돼 오전 11시 23분에 숨을 거뒀다.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은 '패혈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세욱 조합원이 숨을 거둔지 10분도 안된 시각인 11시 30분에 고인의 가족들이 시신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범국본 등 대책위 관계자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다. 현재 고인의 시신은 경기 안성 소재 성요셉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가족들은 일체의 조문을 거부하고 가족장을 고집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범국본 등은 오후 2시 30분경 긴급 회의를 열어 허세욱 조합원 분신대책위원회를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로 전환했으며, 만에 하나 '열사'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장례가 예상된다면 장례대책위 차원에서 독자적인 장례식을 치를 방침이다.

대책위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쓴 대책위 측에 고인의 상태가 위독함을 먼저 알리지 않은 점, 고인이 사망하자마자 가족들이 시신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점과 이송 절차의 미확인, 사망 사실을 민주노총에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한편 진상조사팀을 가동해 관련 의혹을 밝히는데 힘을 쏟고 있다.

고인의 시신 소재와 무관하게 고인이 치료와 수술을 받았던 한강성심병원 앞에 분향소가 설치됐으며 오후 7시에는 고 허세욱 조합원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고 허세욱 조합원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는데도 정부는 열사에 대한 어떠한 책임있는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협상결과를 포장해 국민을 우롱하기에만 급급했다"며 "온몸을 불사른 절규와 민중의 항거를 철저히 외면한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