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부모, 왜 피해자끼리 싸우는가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거칠게 대립하는 교권과 학부모 교육권
김정명신(함께교육) 
지난 5월 18일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강압적으로 급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있자 해당 교사가 학부모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다 정확한 진상 조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교사의 적절하지 못한 급식 지도, 학부모의 과잉 대응에 따른 교권 침해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교육운동을 하다보면 문제 해결책을 쥐고 있는 교육부나 교육청 등이 문제해결 의지가 없으면 근본적 문제해결은 못하고 불씨가 계속 되는 사건들이 있다. 2003년, 충남의 서교장 자살사건 때가 그랬다. 단위학교의 의사소통능력의 부족으로 교육청등이 개입되고 결국 당사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결말을 맞아 온 사회가 시끄러웠었다. 그 당시 교육부에 ‘교육현장안정화대책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교육개발원에 연구과제도 주고, 각 지역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전국 몇 지역에서 대토론회도 열었었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사건이 재발하고 있으며 충북의 급식사건 역시 일파만파 되고 있다.

지난 번 서교장 사건 처럼 교원단체가 교권을 주장하고 학부모단체들도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학부모권리를 주장하는데다가 언론까지 가세해서 교사와 학부모간의 대치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교권과 학부모권리는 거칠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학생은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 좋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불량급식은 물론이거니와 구내식당이 없는 가운데 교실 배식을 하거나 순번제로 급식을 실시한다. 점심배식을 3교대나 2교대로 하는 경우 매번 쫒기듯이 점심식사를 때우고 있다.

이러한 급식 과정에서 학생은 지속적인 규제와 통제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교사는 급식을 통해 학생의 올바른 성장 및 식생활 교육 등을 지도할 책임이 있다. 일상적으로 교사는 자신의 점심시간을 반납하면서까지 급식 지도를 하지만,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시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학생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킴으로서 학생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학교 내 활동으로 피해를 당하거나 학교 운영에 대해 불만이 생겨 문제점을 시정하고 싶더라도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되어 있다. 대표성이 부족한 학부모회, 형식적인 활동에 머물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불만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이번과 같이 개별적으로 무리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사회적 지탄을 자초하게 된다.

사건의 맥락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키며 교권과 학부모권리를 부르짖는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급식이 모든 학생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 이것부터 고쳐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논란은 뜻밖에 학부모권과 교권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번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사건 당사자들의 인격이나 자질, 또는 교권 침해 여부 등과 같은 현상적 차원이 아니다. 즉 이 사건의 본질은 작게는 해당학교의 급식체제, 크게는 교육재정의 문제, 그리고 교육주체간의 불완전한 소통구조의 문제에 있고, 결국 크게 보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상호 비난과 법적 고소와 고발 등의 당사자 간의 갈등적인 방식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 왜 피해당사자 끼리 싸우는가? 국가를 향해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합심해서 싸우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다.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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