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12살 영어환갑'과 총선에서 실종된 교육의제
[김정명신의 학부모의 힘] 동네 미용실에도 영어 쓰나미는 밀려오는데
김정명신(함께교육) 
오랜만에 머리손질을 하기위해 동네 미용실에 갔다. 마침 미용실에 4월 9일 총선을 앞둔 진보신당의 국회의원 후보자가 방문하여 명함을 나누어주었다. 후보 본인과 수행원 한명인 조촐한 행차이다. 그는 '진보신당이 대운하 반대와 등록금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아무도 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 역시 손님중 누구와도 악수를 하지 않고 뻘쭘하게 떠난 자리, 여성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대화는 보톡스 성형에서 '엄마가 뿔났다'라는 주말 연속극에 이어 아이 영어교육까지 이어졌다.


미용실 원장님은 "7살짜리 아이가 강남 도곡동 <스콜>을 다니며 1주일에 두 번 영어수업을 받는데 알림장이 온통 영어로 쓰여 있고 부모가 영어로 답장을 써오라고 한다. 부부는 영어 사전을 찾아보고 고생이 심하다, 한 달에 40만원 씩 내고 이렇게 스트레스 받기는 처음이다" 라며 하소연했다. 그러자 옆에 엄마가 "요즘 원어민 회화가 한시간에 오만원에서 칠만원으로 올랐다'고했다. 영어 몰입교육 발표 후 수요가 늘어나 이만원이나 올랐다'는 것이다.

내가 "영어는 아이가 좀 큰 다음 가르쳐야한다" 니까 "12살이면 영어는 환갑이다"라며 한 엄마가 자신있게 말했다. 한편 학원전단지에서는 "초 3학년 때 시작해서 4,5년이면 수능만점, iBT 110점, TEPS 850점 , TOEIC 950점 이상 자신 (반드시 매일 한 시간에서 1시간30분 숙제를 해야 합니다.)" 라는 광고일색이다. 초등3학년에 영어 공부시작해서 4,5년이면 중학교 1학년인데 이때 수능만점을 맞는다니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TOEIC 700점 이상만 되어도 주한미군 카투사를 지원할 수 있고 iBT토플 79점이면 미국의 모든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 한국은 민족사관고 국제반 입학기준이 110점이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원입학기준이 100점인데도 말이다. 영어에 대한 가수요가 정도를 넘었으며 자기가 공부할 의욕과 흥미를 잃는 선행학습의 폐해는 영어에서도 예외가 없다.

세계화시대, 영어를 무시할 만큼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어서 부모들은 너도 나도 자식 영어교육에 나서고 있어 소득에 따른 영어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있다. 자식이 바보가 아닌 이상 돈 들인 만큼 달라지는 것이 영어실력인 것 이다. 영어 몰입교육 발표 후 4주에 수백만원짜리 여름방학 영어캠프와 어학연수시장이 들썩거리고 있으며 영어교육격차는 교사가 학교 수업을 통해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도를 이미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영어에 맺힌 학부모들의 한을 풀어 주려는 듯 영어 공교육을 통해 영어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영어수업을 1-2번하는 것을 2-3번으로 늘리고 2010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영어로 수업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이 말을 믿는 학부모는 없다. 2013년부터 수능영어시험이 폐지되고 국가공인영어시험으로 바뀌고 당장 올해 수능시험부터 실용영어비중을 높인다고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어를 잘 하려면 수업을 2400시간정도는 해야 한다는데 한국식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1까지 668시간을 배운다. 고2부터는 대학입시 수능시험을 준비하기위해 주입식 영어 공부로 들어가므로 실용영어습득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부터가 부족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간의 경험으로 '공교육으로 영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념을 굳혀가고 있으며 자녀의 영어 환갑나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으로, 관리형 조기유학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일자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을 영어공교육으로 탈바꿈시켰고 이번 총선공약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미 동네 미용실에도 영어 쓰나미는 거세게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영어몰입교육발상, 교육의 자율과 경쟁 주장에 너무나 큰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4월 9일 총선을 며칠밖에 남겨두지 않은 지금 정치권은 일천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 엄청난 고통과 부작용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며 총선에서 교육의제는 실종된 상태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통령 한마디에 춤을 추고 국민들이 자기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정책이 한순간 뒤바뀌고 있다. 앞으로 또 다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만약 이명박 정부가 총선 과반수를 차지한다면 영어몰입교육의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대답이 궁금하다.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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