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학교다양성이 주는 의미와 외고지역제한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공영형 혁신학교는 민간위탁형 학교 하자는 것
김정명신(함께교육) 
결국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사퇴했다. ‘대원외고, 연세대경영학과....’ 대원외고, 졸업생 중 똑똑하나 자유로운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선택하는 진로 중 하나이다. 학교 급식 식중독사고, 외고지역제한에 덧붙여 김 부총리 자녀의 진학문제까지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이땅에 사는 누구라도 한국의 교뮥문제를 피해가지 못한 것 같아, 학부모로서 나는 솔직히 그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 이번 사태는 개인으로서 겪는 한국교육의 문제가 그대로 표출된 사안이다.

대원외고 입학생들의 대부분은 비교적 ‘좋은 부모’를 만난 데다가 아이들 자체가 타고난 재능과 함께 성실성까지 겸비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모인 대원외고는 교사(校舍)의 협소함과 열악함, 교사들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탁월한 대학입시 성적을 내고 있다. 2002년부터 2008년으로 이어지는 교육부의 내신성적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측의 내신실질반영률 미흡, 통합논술, 대학별고사의 이름으로 대학입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며 전국에 외고열풍이 일으키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서 학부모 노릇하는 부모로서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과학고나 외국어고 진학을 한 번쯤 생각하게 되어 있다. 몇 년전부터인가 강남지역 학원에서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하는 특목고 준비반 시험에 탈락하면 인생에 낙오한 줄 알고 울고불고하는 초등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정도였다.

특목고는 이미 입시명문이고 전국에서 특목고서열 중 최고1순위라는 그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이미 입시교육이 목적인 것이다. 그 결과 외국어고에 합격하고 나면 외국어영재교육이라는 도입취지와는 달리 입시교육이 이루어졌고, 이는 외국어 82단위를 제대로 하라고 학부모 한두 명이 바로잡자고 요구해도 이미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한국 교육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어찌 보면 다 같이 피해자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정한 외고지역제한은 특목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지역제한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많지만 외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만큼 학생모집 지역 제한은 바람직하다. 외국어 인재양성은 서울에서 전국의 학생 중에 우수학생을 저인망으로 훑어내는 방식을 통해 입시명문이 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인재양성과 인재 유출방지를 위해 광역제한 지원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과학고처럼 국공립화도 필요하다.

한편 특목고설립 이후 꽤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사회변화에 따라 외고 학교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외국어고 도입 목적이 외국어 영재양성이었으나 외국어가 이미 소수의 엘리트만의 전유물이아니라 일반적인 숙련시대가 도래했으므로 지나치게 외국어인재양성에 대한 강조와 특수별도학교로서 있어야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 점검할 때이며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망과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 인문계고의 45.5%가 비평준화 지역에 속해 있다. 이와 함께 전국 비평준화 지역에는 예외없이 1~2곳씩의 지역 명문고가 여전히 ‘이름값’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특수목적고는 122곳이다. 이 가운데 이미 ‘입시 목적고’로 자리를 잡은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각각 18곳, 25곳이며, 학생 수는 전체 일반계 고교생의 1.8% 정도인 2만3천여 명이다. 전국 6개 자립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5100여 명을 더하면 2.2%가 ‘입시 명문고’에 다니는 셈이다.

그런데도 2005년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권역별 특목고 벨트 조성’ 계획을 세우고 앞장서 특목고 증설 바람을 이끌었다. 경기도 지역만 보더라도 2010년까지 개교하는 20곳 안팎의 특목고가 생겨나 우수 학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일반고의 이류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외고가 한 곳도 없는 충남·강원·광주에도 각각 1곳씩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에 외국어고 집중지역 추가 설립 불용, 학생모집 광역자치단체(지역) 제한, 설립 취지 벗어난 학교의 일반 학군 환원 등 방침을 재확인하고, 관련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이를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외고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교육부는 이후 근본 대책도 밝혀야 한다.

한편 참여정부는 다양성과 수월성을 내세우며 이한 철학을 전국 학교에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시켜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가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혁신’은 전국의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할 가치이지 몇몇 시범학교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공영형 혁신학교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려면 민간위탁형 학교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급식사건에서 보듯이 교육의 장에서 효율과 성과를 내세우는 민영화가 얼마나 크나큰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학부모학생들은 그 폐해를 ‘식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처절하게 실감하고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라는 민간위탁제도 역시 도입 취지의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입시목적고, 학교 서열화 등 큰 불행을 불러올 것이다. 이렇듯 교육 민영화의 폐해는 몸과 정신을 넘나들며 우리 교육을 어둠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학교다양성을 통한 고등학교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일단 접어야한다.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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