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교육의 질보다 양으로 승부, 편협한 학교자율화정책
[김정명신의 학부모의 힘] 지금도 세계최장의 한국 입시노동시간
김정명신(함께교육) 
시중오락실에 두더지잡기라는 게임이 있다.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면 망치로 세차게 쳐서 물리치는 것이다. 두더지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새 정부의 교육시장화전개와 논리를 보고 있으면 꼭 두더지 게임 같다. 지난 대선이후 인수위초기 영어몰입교육논란,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학원24시간 무제한 영업논란, 3월 전국일제고사 파동에 이어 이번이 꼭 네 번째이다.

4월 15일, 그냥 놔두었으면 될 교육조치들을 불쑥 두더지처럼 머리를 내민 학교자율화조치는 새 정부의 조급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자율이 지배 계급 논리에 복무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한 불필요한 규제와 통제는 가급적 없애야한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학부 발표 내용에 포함된 29개 규제는 무차별적으로 없애야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교육의 이름으로 고수하고 내실화해야하는 사항이다. 이번조치는 0교시, 석차별 우열반, 교복공동구매, 어린이신문구독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교육운동진영이 힘겹게 얻어낸 성과이기도한데 교육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학교자율화조치로 인해 풀린 29개 사항을 규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교육현장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치는 그만큼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지켜야하는 교육의 마지노선이었다.

이번 학교자율화조치는 이명박 정부식 교육개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현장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교육의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방과후 수업은 했으되 교과진도를 나가는 것을 금지했었지만 앞으로는 학교의 학원 강사 도입, 0교시 부활과 심야학습의 길을 터주었다. 학교의 24시간 영업, 교사들의 정규수업과 학원강사의 방과후 수업등 두 개의 리그를 통한 무한 경쟁을 통해 학원식 학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반복학습, 문제풀이를 통해 입시교육을 무제한으로 해도 된다는 것이다.

소품종 다양화라는 세계화 경쟁논리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물량공세인 것이다. 더구나 학원 강사일수록 돈에 따라 움직이게 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학교에 초빙하는 강사의 질도 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수도권과 지방사이의 수능시험 점수는 수십 점 차이가 난다. 학교정규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수업까지 더욱 심각해질 도시와 농촌간, 계층간 교육양극화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사교육관련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최장의 한국 입시노동시간

이번조치는 학생입장은 전적으로 실종되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번조치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해보면 학생들은 0교시 부활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대부분 학생이 밤늦게 학원 등에서 귀가해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회장 엄마 등 돈 있는 사람의 민주주의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0교시 자율학습안건이 상정되면 어느 누가 학생들의 처지를 생각해서,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주자며 눈치 보이는 것을 무릅쓰고 이를 반대하고 나설 것 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인권, 건강권 등은 '대학입시론' 앞에서 무력해질 것이다. 지금도 한국학생 입시노동시간은 세계 최장시간이다. 이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비판을 의식해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0교시 자율학습은 허용하고 석차별 반편성은 안하는 것으로 일부 후퇴했지만 시도교육감들이 언제든지 이를 강행할 권한을 갖게 되었으니 현장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설모의고사는 학생들을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도 전국일제고사가 준비되어있다. 학교정보공개를 통한 학교 서열화, 특목고급증, 대학입시 본고사 도입 등등 차례차례 예비 된 것만도 수십 건이다. 이 모든 상황이 언제 또 다시 바뀌고 두더지게임 처럼 머리를 내밀지 몰라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관계자가 만에 하나 이번 조치를 통해 '일부 학부모들이 비싼 사교육을 학교에서 저렴하게 해준다며 환영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면 그러한 기대는 접어두시라.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이명박식 교육개혁의 철학이라면 심히 실망스럽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입시교육을 빌미삼아 학생들을 24시간 입시노동에 처넣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10대 90의 불균형한 사회, 성적상위 10%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부담과 대학서열화를 없애고 개인의 교육적 욕망을 합리적으로 자제하며 이를 공공적으로 풀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생존해야하는 절박한 국가적 과제 앞에서 한낱 학교학원화나 부추기는 이번 조치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의 목표와 철학은 교육시장화에 맞추어졌을 뿐 편협하고 빈곤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예상 밖으로 반대여론이 들끓자 어제 열린 시도부교육감회의에서는 이중 몇가지는 반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 다행한 일이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교육정책이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요동칠 것인가? 긍극적으로 단위학교자율이라면서 시도교육감이 정한 사항을 단위학교가 이를 따르고 안따르는 것이 보장되는지도 불분명하다.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교육이 국가통제에서 시도통제로 이전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핀란드가 교육개혁에 성공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세계최고의 학력을 가진 국가가 된 것은 단위학교자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시험은 학습의 과정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열반처럼 성적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학습능력에 따라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지도한 결과이다. 이에 반해 스웨덴은 단위학교자율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일부는 교육청이 통제한 결과 핀란드 교육개혁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자치와 학교자율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올바른 철학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을 가져온 책임자는 당연히 사과하거나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한다.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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