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에 '불복종'한다는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국장의 글을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진보언론다운 용기있는 결단이자 동시에 당연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한 일이 용기있는 일로 가려지는 것 자체가 오늘 인터넷언론이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까지 열려있던 게시판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무슨 '뉴스(new~s)'가 되겠습니까?"라는 우스꽝스런 표현이 안타깝게 들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듯 합니다.
인터넷실명제는 2-3년 전부터 정보인권단체가 싸워온 싸움인데, 정작 첫 불똥이 인터넷언론에 떨어진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겠습니다. 다른 인터넷 분야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인터넷언론이야 하는 불평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곧 바로 고쳐잡게 됩니다. 다른 인터넷 분야에서 먼저 적용되었다 하더라도 인터넷언론도 조만간 피해갈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민중의소리'가 선관위의 이행명령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을 닫지 않고 '악플'로 채워달라는 일점돌파의 호소는 답답한 네티즌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다소 강한 목소리를 내왔던 민중언론 참세상도 이런 유쾌한 소식에 힘을 북돋게 됩니다.
인터넷실명제 거부 싸움은 표현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언론활동의 자유,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겠다는 대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정보인권사회단체를 비롯, 네티즌의 동의를 얻는 것도 대의가 갖는 보편적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의적인 측면 외에도 정세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무엇보다도 선거 시기 인터넷언론을 대상으로 처음 적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언론은 말 그대로 언론사와 취재원과 독자가 트라이앵글을 이루어 여론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책임'을 갖습니다. 언론사가 건강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획을 마련하고, 기자와 취재원이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려내고, 독자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발언하도록 장을 마련함으로써 우리 사회 발전을 꾀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아야 할 대전제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인터넷언론이 이러한 기능을 못하도록 원천봉쇄 함으로써 이후 인터넷의 모든 분야에 확대적용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선거실명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 회의에서도 확인했듯이 이번 선거실명제 싸움에서 완강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후 선거 시기 뿐 아니라 전면적인 인터넷실명제 실시라는 후폭풍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실명제 적용을 하면서 807개의 대상을 임의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거실명제에 반대의지를 갖고 있는 진보적인 인터넷언론 다수가 적용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민중언론 참세상을 비롯, 레디앙, 레이버투데이, 울산노동뉴스, 이주노동자방송국, 노동넷방송국 등 진보적 인터넷언론이 적용 대상에 빠진 것이 선관위의 단순한 실수는 아니리라 추측합니다.
물론 적용대상이 된 여러 진보적 인터넷언론이 공대위 결정사항인 '게시판 폐쇄' 방침을 적용, 선거실명제를 거부하고 있고, 이는 이후 인터넷실명제 싸움의 근거를 남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당 언론 중 최소한 한두 개는 상징적으로라도 '전면거부'를 하는 것이 이후 싸움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아시다시피 '전면거부' 입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관위가 적용대상에서 빼버렸기 때문에 김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선관위에 민중언론 참세상이 왜 빠졌는지 이유를 밝히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겠습니까. 그러던 중 선관위 이행명령이 떨어지는 시점에 전면거부를 할 수 있는 언론으로는 '민중의소리'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따라서 공대위 회의를 통해 전면거부 제안을 드리게 된 것입니다.
공대위는 민중의소리가 '전면거부'를 하든 '게시판 폐쇄' 방침을 갖든 모두 열려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24일 시점에 실명인증을 거부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인 '민중의소리'가 '전면거부'를 해줄 것을 제안하였고, 그럴 경우 향후 법정에서 공동변호인단 구성 뿐 아니라 과태료도 공대위 차원에서 책임진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당장의 싸움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이후 싸움을 위한 전열을 갖추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다시금 '민중의소리'의 결정을 존중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민중의소리'가 기왕이면 과태료도 많이 받길 바랍니다. 법과 돈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이는 민중언론 참세상 뿐 아니라 진보적 인터넷언론과 공대위 소속 모든 단체들의 소망일 것이며, 이 싸움을 지지하는 모든 네티즌의 한결같은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싸움이 '민중의소리'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민중언론 참세상이 시작과 끝 모든 과정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