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허세욱 조합원 성남화장장에서 영면

대책위, 사망 이후 과정 의혹 제기 "18일 자체 장례 치를 것"

고 허세욱 조합원 유가족, 사망 후 24시간만에 화장 치러

고 허세욱 조합원이 숨을 거둔 직후 고인의 시신을 한강성심병원에서 성남 성요셉병원으로 옮긴 유가족들이 16일 오전 결국 시신을 화장했다.

사망시간인 15일 오전 11시 23분에서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고인의 시신을 옮겨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한미FTA범국본 등 관계자들의 원성을 산 유족들은, 16일 새벽 6시 20분경 영구차를 불러 시신을 옮기고 8시 10분경 성남영생관리소(성남화장장)에 도착해 11시 28분 고인의 시신을 화장했다.

성남 성요셉병원에서 밤새도록 대기한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전국민주택시연맹 조합원들은 조문을 거부하는 유족들을 밤새 설득하고 한때 운구차를 가로막기도 했으나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유족들의 고집은 완강했다. 이로써 고 허세욱 조합원의 육신은 사망 후 24시간 만에 재가 되었다.

대책위, "고인의 마지막 책임질 권리 있다" 18일 자체 장례 치르기로

이에 앞선 오전 10시,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동지 장례대책위원회'는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례대책위 구성을 발표하고 추진일정을 공개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열사의 죽음에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허세욱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에 대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염원인 한미FTA를 막아낼 것임을 강력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이석행, 정광훈, 오종렬, 문성현, 홍근수 등 9명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된 장례대책위가 "대책위도 가족과 더불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책임질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가족들이 끝까지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우리의 충정을 가로막는다면 어쩔수 없이 자체적으로 장례를 준비하여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만큼, 유가족들이 고인의 시신을 화장해 버린 현재 자체 장례 일정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오전 11시 고 허세욱 조합원 장례를 치른다는 방침이며, 오늘 오후 7시 한강성심병원 앞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17일에도 같은 시간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간다. 21일에는 대규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고인이 사망한 15일 저녁, 분향소가 설치된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출처: 민주노총]

고인 상태 악화·사망 사실 미통보, 시신 유출과 화장... 왜?

한편 병원측에서 고인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분신대책위 측에 전혀 알리지 않은 점, 사망 후 10여 분만에 기다렸다는 듯 다른 병원으로 시신이 옮겨진 점, 가족들의 완강한 조문 거부와 서둘러 치른 화장 등 하루 동안 충격과 허탈감에 휩싸인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의혹도 터져나오고 있다.

고 허세욱 조합원의 분신 이후부터 시신 화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라며, 고인의 죽음으로 반FTA 분위기가 더욱 크게 조성될 것을 우려한 국가 차원의 모종의 공작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장례대책위원회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거부한 가족들을 설득하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당사자를 배제하고 유족과 병원 측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우리를 방해했다"고 성토하고 "그간의 경과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해 명백히 해명하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종현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소장은 지난주 화요일에 허세욱 조합원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를 담당의사로부터 받았음에도, 이틀 후 대책위 관계자와 만나 "상태가 호전됐다"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경찰과 관계 기관들은 사망 수일 전부터 고인의 상태 악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병원 측은 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대기중인 대책위 측에 고인의 사망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았으며, 시신을 왜 옮겼는지 어떻게 옮겼는지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고 허세욱 조합원이 한독운수분회 조합원들에게 남긴 유서. "모금은 하지 말아달라"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 뿌려달라"고 남겼다./참세상 자료사진

민주노동당, "정부당국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인이 당원으로 활동했던 민주노동당도 당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꾸려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 허세욱 당원 장례 및 추모일정'을 발표하는 한편 '사망사건 처리 3대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원장인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분신 환자는 보험 처리가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심사평가원의 지시에 의해 입원 첫날부터 보험 처리된 점 △4천여 만원이라는 거액의 병원비가 지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가족들에게 넘겨진 점 △시신이 시급히 빠져나가고 환자 상태 악화를 보고하지 않는 등 대책위를 철저히 배제하고 비밀리에 처리한 점 등을 들어 "정부 당국과 같은 힘있는 기관의 보증과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의혹의 귀결은 고인의 진료과정이나 사망 이후 처리에서 분신대책위와의 연계를 철저히 막아내고 사회적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정부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 허세욱 당원의 장례일정과 별개로 의혹 해소를 위해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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