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열사는 부활한다”

범국민 추모식 마쳐..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옆에 잠든다




민중처럼 생긴 민중, 농민처럼 생긴 노동자, 말수 없는 실천가, 어디서나 똑똑한 척 하지않고 소처럼 빙긋이 웃는 그 모습, 마음 깊은 곳에 심장에 남는 미소, 무공해 중에서도 가장 무공해 민중. 우리 사회에 허세욱 동지같은 자각된 민중만 있다면 천박한 사람들의 집중촌, 공해많은 서울에 올라와 "다운다운 FTA" 반대 목소리도 FTA무효 촛불도 추운 겨울도 나지 않았을 것이네
- 정광훈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추도사 중


한강성심병원, 민주노총, 한독운수, 하얏트호텔, 용산미군기지를 지난 허세욱 열사의 운구 행렬은 낮 1시경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했다. 시청 잔디광장을 검은 만장이 에워쌌고, 허세욱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내내 무거운 얼굴로 가끔씩 눈물을 훔쳤다.

유가족들이 고인의 시신을 하루만에 성남화장장에서 재빨리 화장한 16일에는 새벽녘부터 안개비가 내렸지만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미FTA범국본 등 열사를 추도하려 천 오백여 명이 모인 이날은 약간 덥게 느껴질 정도의 맑은 날씨에 고인의 얼굴은 대형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종렬 한미FTA범국본 공동대표는 조사에서 "온 몸이 불덩이에 싸여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병원에 실려가 병상에 눕힌 채 소리낼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미FTA폐기하라!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말라! 내 몸은 화장하여 전국 미군기지에 뿌려달라! 살아남은 모두의 골수에 사무쳐 새겨 있습니다"라고 절규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저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당신이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이고자 하듯, 이제 투쟁하는 노동자 농민 이땅 민중들은 임을위한행진곡을 부를 때 흐느낌을 참으며 떠올려야 할 얼굴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라고 비통해 하며 "한미FTA를 허세욱의 이름으로, 전 민중의 이름으로 무효화시키고 당신의 49재가 있는 6월을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굴욕으로 더럽히지 않고 수십만의 동지가 항쟁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당원번호 육만천구백사십칠번 허세욱 당원'을 보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도 "동지의 마음과 뜻을 받들어 8만 당원과 함께 힘차게 싸우겠소, 우리는 동지를 마음에 품고 죽어도 죽지 않는 허세욱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뒤이어 송경동 시인의 조시, 이봉화 민주노동당 관악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추모사, 박준 씨의 추모의 노래, 진혼굿 등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내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슬픔에 잠겼다.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구수영 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장의 호상인사를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열사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며 넋을 기렸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될 하관식을 위해 장례 대오는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유족들에 의해 서둘러 화장된 후 성남화장장 합사 터에 뿌려진 고인의 유골은 조금이나마 수습해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에 뿌려졌고, 이제 육신이 아닌 열사의 영혼은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소 옆에 잠든다. 허세욱 열사가 분신한 장소에 떨어져 있던 동전 다섯 개만이 유품으로 민주노총에 남았다.


[12:30]허세욱 열사 용산미군기지에 뿌려져, 장례행렬 시청으로


한미FTA 즉각 중단을 외치며 산화해 간 허세욱 열사가 마지막으로 그렇게도 다시 살고 싶었던 오늘을 살았다. 허세욱 열사는 동지들과 함께 그간 함께 했던 공간들을 돌며 마지막 오늘을 보내고 있다.

오전 7시, 허세욱 열사가 화상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한강성심병원에서 허세욱 열사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함께 하는 동지들은 “열사정신 계승하자”, “한미FTA 즉각 중단하라”,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를 외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허세욱 열사의 영정은 한강성심병원에서 출발했다.



허세욱 열사는 한강성심병원을 떠나 조합원으로 몸 담았던 민주노총 앞에 도착했다. 민주노총 사무실을 돌아보며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허세욱 열사가 몸 담았던 민주노총에 도착했다.




그리고 91년부터 일 했던 정든 일터인 한독운수로 향했다. 한독운수는 동료들로 가득했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신세 한탄을 했을 한 동료는 “이대로 가면 어떡하냐”라며 “꼭 돌아오라. 내가 맥주 한 캔 사겠다”라며 울부짖었다. 황규남 택시연맹 한독운수분회 분회장은 “허세욱 열사는 힘들고 고달픈 민중의 삶을 살았다”라며 “허세욱 열사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함께 투쟁했던 우리가 남아 좋은 세상 위해 싸우겠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허세욱 열사가 정든 일터인 한독운수에 도착했다.


허세욱 열사와 민주노동당 지구당 활동을 함께 했던 이명애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사무국장은 “허세욱 열사는 동지라기보다 봉천동 산동네에 함께 살던 아저씨였다”라며 “허세욱 열사와 함께 했던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라고 말하고, “허세욱 열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게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독운수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허세욱 열사가 열심히 매던 머리띠가 놓였다.

  동료들은 허세욱 열사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동료들은 "꼭 한번 돌아오라. 맥주 한 캔 사겠다"라며 울부짖었다.

이어 허세욱 열사가 몸에 불을 붙였던 하야트 호텔 앞으로 향했다. 하야트 호텔 앞에서는 허세욱 열사를 살려내는 상징의식이 진행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불꽃으로 다시 살아났다.

  허세욱 열사가 분신한 하야트 호텔 앞에 도착했다.

  열사를 보내는 뒤풀이 굿

  열사가 분신한 곳에서 열사의 불꽃이 다시 피어 올랐다.

한상렬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열사는 죽어서 우리를 살리고 역사를 살렸다”라며 “우리는 뜻의 가족으로 님의 뜻을 받들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하고, “민중은 민중이 살린다. 허세욱 열사는 동지로 부활했다”라며 “참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도 승리, 죽어도 승리, 승리의 날로 걸어갈 것”이라고 소리쳤다. 한상렬 대표가 “허세욱 열사여!”라고 소리를 지르자 함께 한 동지들은 눈물을 흘리며 열사의 이름을 함께 불렀다.

  뜻을 기리는 동지들은 열사가 분신한 곳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허세욱 열사의 유서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로 향했다. 허세욱 열사는 유서에서 자신의 몸을 태운 재를 전국의 미군기지에 뿌려달라고 했다. 죽어서도 남한 민중을 괴롭히고 있는 미국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허세욱 열사의 몸을 태운 재는 미군기지 담벼락에 뿌려졌다.


  열사의 재가 미군기지 담벼락에 뿌려졌다.



이후 허세욱 열사와 그의 뜻을 마음에 새긴 동지들은 한미FTA 반대 촛불이 가득했던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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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 허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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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궁금

    한미FTA하면 미국택시가 들어오나여? 왜 택시기사분이 한미FTA반대한다고 끔찍한 일을 한건지? 농민들이 힘든건 이해를 하겠는데.. 택시기사분과 FTA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왜 그런건지 설명좀 해주세여..

  • 쉬운일

    미국택시야 우선 오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자신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팍팍할 것이 눈 앞에서 선이 보이는 일이 아니겠소~ 사람이란 말이요. 나 혼자만 괜찮으면 남이야 아무렇게나 되어도 상관이 없는것이 아니잖소. 함께 잘 살도록 노력하는것이 인간의 도리아니요.

  • 더궁금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는게 맞나요? 농민말고 다른 서민들은 먹을게 싸지니 더 좋을거 같은데요? 지금도 서민들은 한우는 비싸서 못먹고 호주소 겨우 먹는데.. 차값도 싸진다고 들었고.. 또 미국 수출하기 쉬워지면 수출기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은 더 나을거 같은데요? 자명하다고 쓰신부분이 안 자명해서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 명확

    잘 모르겠거던 공부좀 하도록 하고....
    싼 농산물이 얼마든지 싸지 않을거고... 농약덩어리 유전자 농산물 먹고 병들고 죽는 사람들이 넘쳐 날거고....(당장 병들지 않고 서서히 골병들게 될지도 몰라~ 요즘 비만과 암으로 우리를 죽게 만드는것 같이) 차는 말이야. 돈 많아 비산 외제차 살 수 있는 사람 좋을거고...이제 외제차는 거리에 넘쳐 날거야. 몇만원 몇십만원 싸진다고 미국놈들이 우리차 무데기로 사 줄거 같은가? 그리고 돈 있는 놈들은 나쁜 농산물 안 사 먹고... 사 먹는 사람들은 다 돈 없는 우리들이야.
    그래도 모르겠거던.... 이런 현상이 일어날때까지 오래오래 살았다가 그때 가서 확인하도록 해! 좀 늦기는 하겠지만 기회는 있을테지....

  • 이상타

    유전자 농산물 먹으면 병난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것도 아니고.. 비만과 암은 또 왜 나오는지.. 비만은 너무 잘먹어 걸리는거 아니오? 차 세제 개편되면 외제차 말고 한국차도 싸진다고 하던데 싸지면 서민들에겐 어쨌든 좋지 않나요? 더 이상하기만 하군요.. 공부하라고 글써놓은분 글을 봐도 제대로 된 답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 69

    그 궁금함에서 느끼는 두가지
    1. 놈현과 그 똘만이들의 일방적인 거짓말
    2. 권력과 자본의 방송, 언론, 교육에 쇄뇌당한 불쌍한 놈현 백성들.

  • 제발

    택시 기사님이 왜......?정말궁금님 대학 등록금 인상거부.투쟁할때 쌀.돼지.닭.들고 행정실 앞에서 머리띠메고 ~으싸 으싸 하지않았읍니까? 농민만 fta피해자가 아님니다.전국민이 내일 당장 피해를 입을수있고.뎃글 알바 띠는 당신도 외국물에 피해볼수있읍니다. 돌아올수 없는길 택하신분 더이상 욕돼게하지 마세요....ㅠㅠ

  • 연결고리

    정부가 FTA 추진하면서 소비자들(국민)에게 도움이된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 이야기 하는 것이 기업들간의 경쟁이 생겨 상품 가격이 떨어지고, 더 좋은 질의 물건을 살 수 있을 거랍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제유통 구조나 자본의 유통구조를 조금만 살피면 바로 알수 있는 거짓입니다. 물건 값은 경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떨어지는 물건 값에는 노동력이라는 것이 들어갑니다. 상품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줄일 수 없지만 노동력에 대한 대가(임금)은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 자본은 임금을 삭감하면서 몸집을 축소해 왔습니다. IMF 때에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IMF의 100만 배 충격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줄어 든 임금으로 질 낮은 물건을 사서 먹고 아프면 돈 많이 내고 치료 받으라는 것이지요. 이런 매커니즘은 경제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경영학만 전문적으로 배우시는 웃분들에게는 알 수 없는 유통구조이지요. 경영학에서 자본에 대한 경영학만을 가르치는 학문이고 경영학에서 자본이라는 것 안에는 '노동'도 들어간답니다. 추찹하기 짝이 없고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FTA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