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 경례 법제화 반대 투쟁하는 한국인 여러분께

[집중이슈 : 맹세야,경례야 안녕](10) - 도쿄 교사 네즈 키미코 님

저는 도쿄(東京)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는 일본인 네즈 키미코(根津公子, 56세)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가 새롭게 옷을 입고, 법제화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알리고, 한국의 교육 당국에 항의하고자 이 글을 보냅니다.

한국과 일본의 교육은, 어느 쪽을 막론하고 국가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해 보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막지 않는다면, 점점 더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지혜를 모아 이 움직임을 막아야 합니다.

그럼 현재 일본의 상황을 전하고자 합니다.

일본에서는 1989년 학습지도요령(学習指導要領)에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제창하도록 지도한다"라고 명시되어, 그때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히노마루(日の丸), 기미가요(君が代)'가 졸업식, 입학식에서 실시되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에는 국기국가법(国旗国歌法)이 성립되어, 더욱 더 강제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히노마루, 기미가요의 실시율이 낮은 히로시마현(広島県)에는 문부성(文部省, 한국의 교육부)이 개입, 처벌을 내리는 방법으로 실시율을 올린 예도 있습니다.

제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도쿄에서는 2003년 10월 23일, 도쿄도교육위원회(東京都教育委員会)가 “국가 제창 시, 기립하여 제창할 것. 이 통지를 근거해 교장은 교장이 발령한 직무 명령을 위반하면, 복무 여부를 묻을 수 있다”라는 통지(10월23일)를 내려보냈습니다. 이 통지로 인해, 현재까지 381명의 교직원이 처분을 당했습니다.

처분은 횟수가 반복될수록 더욱 무거워집니다. 제 자신은 현재 ‘정직 6개월(6개월간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음)’에 처해 있습니다. “정직 6개월, 그 다음 징계는 없다”라고 교육위원회가 경고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3월에는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직, 해고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직 3개월’ 중인 가와라이 준코(河原井純子, 57세)씨의 경우도 “교원 신분인 이상, 그리고 교원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립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어, 후내년에는 면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선생님들이 기립을 거부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저의 경우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히노마루, 기미가요의 역사적 사실을 은폐한 채,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기립, 제창을 강요하는 것을 통해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에 익숙하게 하는 행위는 교육에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강제는 민주주의국가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헌법에 명기되어 있듯이, 일본은 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의 정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더욱 더 히노마루, 기미가요 앞에서 기립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12월에는 교육기본법(教育基本法)이 개악되기까지 했습니다. 개정 교육기본법은 개인보다도 국가를 우선하는 사람을 만들고, 애국심을 심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도 된다는 내용입니다. 교육면허법을 개정해, 10년 갱신제를 도입하는 것도 국회에서 가결, 성립되었습니다. 10년마다 갱신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의 기준은 국가에 대한 충성도입니다. 히노마루, 기미가요에 반대하는 교원의 자격이 갱신되지 않을 것은 뻔합니다.

또, 여당인 자민당 의원은 거리낌 없이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학생이 되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인 격차는 경제 활력의 원천이다”, “경제개혁은 애국심과 세트가 되어 시작하면 성공한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일본은 70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병사로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 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강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히노마루, 기미가요의 강제에 반대해, 저는 기립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빈틈없이 투쟁해 가는 것 외에는 해결의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교직원 노동조합은 이 투쟁을 조직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양심적인 교원, 시민과 함께, 작지만 크게, 그리고 강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한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의 법제화에 반대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여러분. 우리 함께 걸어 나갑시다.

아래와 같이 한국 정부 당국에 항의문을 보냅니다.


항의문


수신 : 한국 교육부
발신 : 일본 도쿄도(東京都) 교원 네즈 키미코(根津公子)
일시 : 2007년 6월 29일
제목 :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에 반대하며, 즉시 법제화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일본의 수도 도교도의 교원이다.
한국 정부가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를 강제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움직임에 항의함은 물론, 그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강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보다 국가의 의사가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의 의사가 우선시 될 때야말로, 국가 간 폭력에 의한 경쟁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평화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타국민에 대해서도 자국민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2. “종군위안부 문제에, 일본군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부정하며, 일본이 애국심 교육을 강행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유감을 표하거나, 때로는 강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이번의'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의 법제화는 일본 정부의 최근 움직임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은 물론, 한국 사람들은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전쟁 책임을 깊이 반성하지 않고, 전후 보상도 하지 않은 채, 학교 교육에 있어서는 전쟁 책임을 묻는 것을 방치해 왔다. 게다가 “애국심”을 심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아이”를 만드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것이 교육기본법 개악이며, 히노마루, 기미가요의 강제이다.

한국 교육부는 일본 정부와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의 법제화, 그리고, 사회와 학교에의 강제를 즉시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덧붙이는 말

네즈 키미코(根津公子) 님은 도쿄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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