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세 예측이 부족했다."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준) 소장은 10일 오후 7시에 열린 '대전환기의 한반도와 통일운동의 방향' 포럼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통일운동 진영의 정세 예측이 빗나간 점을 지적했다.
정성희 소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통일방안 논의와 통일방안공동추진기구 구성을 기정사실로 예상했지만 실제 선언문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고 말하고, 이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를 의식해 북으로서는 통일협의기구 등의 내용을 강하게 제기하지 않았을 것"으로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준) 소장이 사회를, 민경우 통일뉴스 전문기자가 주발제를 맡고, 김장호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이경원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이승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 정명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교육센터장, 최한욱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민경우 통일뉴스 전문기자는 '2007남북정상회담과 이후 통일운동의 과제' 발제에서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목표로 했던 바가 대체로 수용되어 큰 무리없이 진행" 되었다고 말했다.
민경우 기자는 남북정성회담에 임하는 북의 태도에 대해 "북미 관계 발전에 상응하여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주목할만한 것은 남측 대선에 대한 판단인데 남측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낙선하기를 기대하면서도 이보다는 북미관계 발전에 상응하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의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정세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같다"고 보았다.
결과에 대해 민경우 기자는 노무현정부는 △통일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 △평화와 경협을 중심으로 점진적이고 실용적인 관점 △내용의 소극성에 비해 행동의 적극성(군사분계선 도보 통과, 아리랑 공연 관람, 3대헌장기념탑 환송식) 등을 보였고, 북은 △2000년에 버금가는 대우 △북미관계에 조응하는 남북관계 발전 △노무현정부와 통일문제 논의 자체가 무리라는 판단 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0년 통일방안과 같은 가장 민감한 의제를 중심으로 논란이 진행되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경협의 성격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낮은 차원의 주제가 논란이 되었다며 두 정상회담의 차이를 짚었다.
민경우 기자는 남북정상회담의 평가와 관련 "국제정세, 한반도 통일정세의 급진전에 비하면 이를 추동하고 발전시키는 회담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추인하는 실무적인 성격의 회담"으로 "남측 정치지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남측 대선에 미칠 영향은 "시대착오적인 남측 정치지형을 부분적으로 교정하는 수준"으로, "남측의 중도세력은 남북정상회담을 정략적인 수준에서라도 활용하려는 정치적 결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전망에 대해 민경우 기자는 "북이 갖고 있는 협상력(핵)이 워낙 크고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 미국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중동 등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을 들어 "북미 사이의 최종적인 대결지점은 '현존하는 북의 핵 폐기-주한미군의 존립'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 관계 또한 이에 상응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운동과 관련해 민경우 기자는 노무현정부가 6.15에 대한 몰이해로 통일운동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한미FTA,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일련의 친미보수정책으로 화해개혁 세력의 정치적 지반을 스스로 허물어버렸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 전면화를 돌파하는 통일운동의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평이다.
이로 인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미공방이 극적인 양상으로 발전하고 정상회담으로 새로운 경제적인 대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국민 대중은 전통적인 성장.개발 담론에 기대어 이명박 후보에게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경우 기자는 지난 9월 17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2차남북정상회담, D-15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대통합신당이 죽 쑤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부적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게 남북관계"라고 말하고, "(북은) 평화와 통일이냐 반평화와 반통일이냐의 파격적인 안을 낼 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경우 기자는 또한 당시 토론회에서 통일방안 문제와 관련해서 추진기구 구성 등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정도가 반영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도 파격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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