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과 정치운동, ‘환상의 커플’ 될까

[사회운동포럼]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가깝고도 먼 거리에 있는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이 만났다. 1일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워크숍은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연대와 상호 발전을 위해 한걸음 다가서는 시도였다. 이날 토론자로 진보진영 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 김종철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전진) 집행위원장과 한국사회당의 오준호 서울시당위원장이 참석했다. 사회운동 진영을 대표해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이 나섰다. 사회는 최인기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이 맡았다.

토론자들은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결합 필요성과 제도정치 개입과 활용을 위한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뜻이 일치했지만, 현실적인 갈등의 해결 방안과 구체적인 결합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토론회가 열린 강의실은 청중들로 자리가 빼곡하게 메워져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전망에 대한 활동가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진보정당,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운동 벗어나야”

김종철 집행위원장은 정당을 ‘협의의 정치운동’으로 규정하며, 의회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혁명 노선을 지향하는 ‘운동정당’을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에 맞춰 정당이 개별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지역의 중심 세력은 외곽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계층”이기 때문에 “사회변혁적 의제보다는 자영업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제를 꺼내들게 된다”고 ‘진보정당운동의 딜레마’를 털어놨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운동의 지역화”를 제안하며 “민주노동당의 경우 전국에 걸쳐 지역조직의 당원들이 사회운동의 의제를 자기 지역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개발하고 교육하여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사회운동은 기존 운동이념의 혁신을 통해 사회변혁운동을 재건하겠다는 뜻에서 출발했고, 각계각층의 운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사회운동이 곧 정치운동이고, 진보정당을 통해 제도정치에 개입하고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김종철 집행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레닌의 전위정당 노선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사민주의 노선을 넘어서는 운동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을 향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운동이 아니라 대중 스스로 주체가 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현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당운동과 사회운동이 실제로 충돌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야 할 활동가가 보좌관을 하고, 의회로 사람을 빼가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당이 진정한 변혁을 지향하는 좌파라고 한다면 당원 확보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운동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하며, 투쟁에 일정한 역량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조합주의적 정당...영국 노동당에 가까워”

오준호 서울시당위원장은 “대중운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지만, 활동의 차이와 주제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당운동은 사안별, 부문별 운동을 넘어선 국민운동, 국민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진보정치가 “저항정치, 반대정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결합은 바람직하지만, 그런 모습이 진보정당 본연의 모습과 노선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를 “국회라는 합법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들어간 만큼, 의회에서 비정규직 확대를 막아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준호 서울시당위원장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노동조합 가입률 10%도 안 되고 한나라당 지지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재 존재하는 계급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구성되어야만 하는 계급”이라며 “진보적 다수파 형성 전략이 필요하고, 진보정당은 국민적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담론을 가지고 시장주의적 담론의 정당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진보정치 영역 자체가 대단히 좁게 설정되어 있으며 87년 당시 민중후보 선출 논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합법정당을 활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개량주의냐 아니냐의 논쟁은 초점을 빗겨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조직 모델은 레닌식 전위정당도 아니고 프랑스식 이념정당도 아니며 유사하다면 영국 노동당 정도 된다”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라고 하는 대중조직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생긴 조직이며, 이념에 근거한 결사체가 아니라 조합주의적 정당운동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운동 진영을 향해 “정당을 정치특권화하고 선거 중심, 의회주의 중심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데서 연대가 싹튼다”며 “지역의 민중운동과 교류하며 당운동과 사회운동이 만날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진보정당의 의회주의 경향, 어떻게 막을까

“의회주의에 경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 내 제도적 장치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종철 집행위원장은 “독일 녹색당을 본따 당직공직 겸직 금지와 비례대표 의원 연임 금지 제도를 두었으나 겸직 금지제도는 폐지되었다”면서 “제도적인 노력보다 당원들의 자성과 요구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정규직법 통과를 막지 못했을 때 단병호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게 맞았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현장으로 돌아가 민중과 함께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선언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요구하지 못했던 것은 후회되는 점”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의원이 사퇴하지 않은 게 의회주의적 징표라는 것은 단순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이 합법정당 형태를 띠고 있는 이상 의회주의 경향은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의회주의 경향을 막아내는 반작용의 힘은 당 외부와의 교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쉽게 얘기해서 겸직 금지제도만 보더라도 민주노총이 노동자운동의 대의를 위해 풀지 말라고 하면 못 푼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민주노총에서 해제를 허락한 것이다. 이는 놓쳐서는 안 되는 쟁점”라고 덧붙였다.

청중 자격으로 발언한 이상훈 사회운동포럼 사무국장은 “조합주의 정당을 알리바이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노동당 역시 민주노총의 사회변혁적 개조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건강한 계급성 복원 없이 민주노동당이 하루아침에 잘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엔 동의한다”면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정치적 진출과 조합원들의 정치화 달성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단일한 정치적 흐름이 관철된 정당이 아닌데, 사민주의다 민족지향적이다 하는 외부 비판이 힘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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