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계와 소통, 아쉬운 논쟁, 열려 있는 미래

[기고] 사회운동포럼 참가를 마치고

사회운동포럼이 뜨거웠던 여름과 함께 마감되었다. 올 봄 의욕적으로 제기된 사회운동포럼이 가을을 맞으며 마감되었으니 참 오랜 기간 달려 온 셈이다. 매년 여름이면 사회운동단체가 주체하는 행사에서 학생 주최행사뿐만 아니라 여러 포럼이나 강좌와 같은 다양한 여름 행사가 열린다. 여기에 격 주년 행사까지 겹치게 되면 7-8월 두 달이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 행사가 많으면 주최하는 사람들로서는 행사가 흥행할 지 실패할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사회운동포럼 조직위원회의 경우는 잘못했다간 운동사회에 일정만 하나 더 만들고, 돈만 쓰는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 지 심사숙고해야할 처지였다. 사회운동포럼을 일선에서 준비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참여한 사람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운동포럼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사실 올 초 사회운동포럼이 제안되었을 때만 해도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 한 가지 우려는 진작부터 진행해온 한국사회포럼, 맑스코뮤날레, 맑시즘2007 같은 무수한 행사들과 사회운동포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에 답하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내린 결론은 포럼을 위한 포럼이 아닌 운동과 운동 간에 소통과 연대의 과정으로써 사회운동포럼이다.

고만고만한 단체들이 모이다보니 재정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풀씨(조직위원) 모집도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았으니 뚜렷한 대책은 없었고 오로지 풀씨 모집과 현장 자료집, 기념품 강매로 난국을 돌파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포럼 기간 내내 집행위원장은 사무국장이 전대를 틀어쥐고 사무국 회식비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푸념해댔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사회운동포럼이 끝나면 집행위원장이 경제사범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웃기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특별한 후원이나 정부기관 지원금, 거대조직의 분담금 없이 대회를 치러냈다는 것은 사회운동포럼을 통해 우리가 얻은 또 다른 성과일 터다. 이런 성과만이라도 지켜져서, 더 넓게 퍼진다면 정부재정에 기대는 거대조직, 그런 거대조직에 기대서 행사 치루기에 급급한 연대운동의 기풍도 먼 미래에는 쇄신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회운동포럼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제안단위 중 대중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는 단위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었다. 나머지 단위들은 의기는 충천하나 단체 활동가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포럼 본 행사의 흥행도, 포럼까지 가는 소통과 논쟁의 과정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랜드-뉴코아 투쟁이 겹치면서 대중조직들의 참여율도 불투명해졌다.

이 속에서 사회운동포럼에서 전략과제를 공동으로 수립하고자 개최했던 원탁회의도 제대로 개최되지 못하고 이랜드 집중투쟁, 노동자대회 등이 사회운동포럼의 주요 일정과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운동포럼을 탄압하기 위한 자본의 음모라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행사가 실패해도 핑계거리가 생겼다고 내심 좋아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은 연기되고 이랜드의 주요 투쟁이 사회운동포럼 기간과 빗겨가면서 핑계거리가 사라진 여러 동지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경향은 포럼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사회운동포럼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사회운동 총회에서 사회운동 선언문을 채택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았다. 선언문에는 향후 한국 사회운동의 전략과 과제를 담아야 하고 공동행동 과제를 합의 선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가 만들고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선언문’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사전 논의와 의견을 취합해서 내용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원탁토론이나 공개토론회와 같은 자리도 있었지만 그래도 웬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전략과제 기획단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일부에서는 알리바이용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포럼 기간 내내 설문지를 돌리고 사회운동 총회 2시간 전에 1시간의 사전 토론, 의견접수를 받겠다고 광고를 했다. 그러나 사전 토론 2시간 전에 또 한 번의 사전토론을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고는 정작 사전 토론이 있는 9월 2일 13시에는 내심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를 기다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직화의 어려운 조건에서 남은 것은 포럼을 보란 듯이 성사시키는 것인데, 천우신조인지 맑스와 알튀세르가 도왔는지 포럼은 각 웍크샵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1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일일 평균 300~400여 명 이 포럼에 참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과에는 사회운동포럼을 근 반년 동안 준비한 문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여러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 박래군 집행위원장의 제안서, 호소문과 함께 행사 직전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사회운동포럼을 나누고자 했던 우리의 마음 전달된 결과이며 그동안 사회운동 간의 소통에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운동포럼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사회운동 단위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NGO시민운동으로 오해되기도 하고 그 경계에 있는 운동단체도 이번 포럼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체들이 사회운동이 가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운동질서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자본주의 질서가 아닌 대안사회가 어째든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공동의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단체들이었다. 그래서 이번 포럼이 단체 중심이었다기보다는 웍크샵을 중심으로 한 운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것은 좀 더 다양한 운동, 운동단체들을 찾거나 함께 하도록 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단위 중 사실 전혀 새로웠던 단위는 없었다. 그만큼 알만한 단체, 알 만한 사람이 다시 모인 것에 불과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운동이 더 넓고 깊게 대중 속에서 확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은 이렇게 알 만한 사람이 모여서, 서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서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오래된 친구들이었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겨내면 벗겨낼수록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로 비슷한 용어, 유사한 단어를 써왔지만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안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느 누구에 대한 편견이 무너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사회운동포럼을 준비하는 각 웍크샵 기획단의 사전 논의가 없었다면 이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당일 행사에서 앵무새처럼 자기 조직의 이야기만 읊조리는 구태의연한 사태가 재연되었을 것이다. 이번 사회운동포럼이 내세웠던 기치는 소통/연대/변혁이었다. 그 중 올해는 처음이니 만치 소통에 주안점을 두자고 했다. 이런 현실로 볼 때 소통의 목표에는 어느 정도 노력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각 포럼에서 사전에 진행한 논의나 토론에서는 서로가 똑같은 단어와 개념을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 본 웍크샵에서는 서로가 가진 지향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접근 가능한 지점과 도저히 접근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이 들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러면서 어떤 확실한 결론을 맺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한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성운동, 페미니즘, 여성권과 노동권의 접합이라는 개념의 의미, 서로 다른 지역운동에 대한 상, 조직 내 민주주의를 비롯한 새로운 운동양식,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지금도 가랑이 찢어진다는 하소연까지 수많은 의제와 제안이 오고 갔다. 이런 수많은 논의 중 열쇠말로 이야기되었던 지역운동/사회공공성/노동운동과 사회운동/새로운 사회운동의 생활양식은 더 논의를 발전시키고 실천 속에서 연대를 이끌어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 이는 꼭 사회운동포럼이라는 형식을 갖지 않더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건 사회운동 포럼 기간 동안 어떤 경우는 진지한 토론과 일정한 방향을 합의하고 이후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마음열기와 게임형식을 통해서 난상토론으로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수준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옳고 우열하다거나 이것을 성과의 판단지점으로 삼는다는 것은 사회운동포럼의 취지에 벗어나는 일이다.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상했던 일이지만 여러 현장의 대중들이 참석이 저조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운동이 그 본연의 소통의 의미를 살려간다면 이번에 부족했던 부분을 해소해 갈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기에 포럼에 참가한 우리는 ‘오래된 친구들이 서로에 대해 다시 알아가면서 논쟁과 연대의 미래를 열었다’는 데 이번 포럼의 커다란 성과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연대의 미래가 변혁의 미래로 연결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덧붙이는 말

조대환 님은 사회운동포럼 참가자 이윤보다 인간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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