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 본격적인 ‘의료민영화’ 싸움 시작

야당과 시민단체, ‘대안 법안’과 ‘건강보험 대개혁’ 제시

9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정기국회에 의료민영화 법률안이 대거 상정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8.8개각을 통해 의료민영화 찬성론자들이 국정운영을 맡게 되면서, 취임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였던 의료민영화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80여 개의 노동, 시민사회, 보건으로 단체들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의료민영화 저지 활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의 야당들 역시 의료민영화 입법안을 막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은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대개혁 촉구’ 토론회를 열고,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연대와 대안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9월 정기국회, ‘의료민영화’ 법안 줄줄이 대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민영화 법률안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건강관리서비스법’ 개정안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기존에 보건소에서 맡아왔던 건강상담, 건강정보제공, 건강관리 교육 등을 ‘건강관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대체토록 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제공기관은, 의료기관과는 별도의 성격으로 건강관리 분야를 새로운 서비스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기관의 개설자를 개인이나 법인, 의료인이나 비의료인, 영리, 비영리를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허용하는 데 있다. 국가의 통제 하에서 운영되지 않다보니, 서비스 이용 부담 전액은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김창보 건강네트워크 활동가는 “MB정부는 이를 통한 2조원의 시장 형성과 3만 8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평생국민 건강관리를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시장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률이 통과하게 되면 공공보건기관에서 수행하던 건강관리사업이 위축되며,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자연스레 축소 될 수밖에 없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관련 법안 역시 이번 국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3월 19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개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보험사기 예방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정보를 금융위원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이렇듯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면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대두됐다.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법률적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것도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1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며 호헌장담한 외국 영리병원 유치 역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이다. 관련 법안인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요건 중 외국인 투자비율을 30% 이상으로 낮추도록 했다. 또한 외국의료기관에 대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전용 약국 약사는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내국인에게도 의약품을 조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는 외국인 환자 유치 특례를 비롯해 의약품 수입 규제 완화, 원격의료 특례 등 각종 특례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영리병원 설립 문턱을 낮춘 이 법안은 전국적인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조경애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관련 법안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첫 병원의 사례로 치료비를 자율 결정할 수 있어, 의료상업화를 선도하며 의료비 인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병원 이익을 자국으로 송환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 속에서도 국회에 상정돼 있다. 지난 4월 8일, 정부에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과 환자의 직접적인 원격진료 허용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으로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 △의료법인 합병절차 신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창보 건강네트워크 활동가는 “원격진료 허용은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은 병원 간 네트워크를 확대해 자본 규모가 큰 병원 중심으로 줄서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정책적 대안’ 마련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의료민영화 법률 저지에 공동 행동을 약속했다. 또한 의료개혁 법률안, 건강보험 대개혁 등 정책적 대안 역시 마련해 놓은 상태다.

특히 범국본은 3대 과제로 의료민영화 악법 저지, 의료개혁 법률안 추진, 건강보험 대개혁을 내걸었다.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대안 법안을 만들어 의료개혁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범국본을 비롯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야당에서도 준비 중에 있다. 이 법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부담 확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운영과 관리의 책임을 국회로 이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차상위계층과 청소년, 임산부, 노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원을 마련해 놨다.

시민사회단체에서 9월 중 발의토록 추진 중인 ‘보충적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은 민간의료보험의 관리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창보 건강네트워크 활동가는 “이 법 안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및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라면서 “또한 민간의료보험의 관리감독권을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 설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의료보험 관련한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보호 장치 역시 마련되어 있다.

법정 비급여 항목인 간병 문제 역시 건강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안도 내놨다. 박은주, 곽정숙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개정안에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간호’를 ‘간호 및 간병’으로 개정하여, 간병을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의료개혁 법률안 이외에도 ‘100만원 상한제’를 통한 건강보험 대개혁 정책도 제시했다. ‘국민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는 환자 스스로 10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는 지난 대선 때부터 노동시민사회진영이 요구해 왔으며, 진보 정당들 역시 제안해 왔던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야당은 대안 입법을 비롯한 건강보험 대개혁 정책에 공동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100만원 상한제는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사업 추진의 한 과정으로, 당은 이를 핵심과제로 삼고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역시 “입법 검토를 통한 건강보험의 부분적 수정을 뛰어넘어, 건강보험의 전면적 수정을 고민해 갈 것”이라면서 “진보신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위한 ‘건강보험 대개혁 특별법’ 입법 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 또한 “범국본을 비롯한 야당들의 기본 방향과 민주당은 입장을 같이 하며, 대안입법을 같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의료민영화 저지와 대안 정책 제시에,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인 협의와 공조를 이루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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