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어뢰’ 또 어긋나는 과학, 폭발력 수정

천안함 최종 보고서 ‘1번 어뢰’ 폭발력 250kg->360kg으로 수정

한겨레가 천안함 최종보고서가 애초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제시했던 1번 어뢰의 폭발력 보다 더 크게 수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한겨레는 '1번 어뢰' 폭발력 수정 단독보도를 1면에 싣고, 5면을 전부 털어 지진파 문제와 어긋나는 대목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한겨레는 “국방부가 13일 발표예정인 천안함 사건 최종보고서에서 천안함 침몰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관련해 어뢰의 폭발력을 애초 티엔티(TNT)250kg 규모에서 1.44배 늘어난 360kg으로 바꿔 잡은 것으로 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을 격침한 결정적 증거인 파란 매직 1번 어뢰(북한산 CHT-02D 어뢰)의 폭약량이 250kg으로 규정되어 있어, 어뢰의 폭발력을 TNT 250kg에 근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한바 있다.

한겨레는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의 말을 빌어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어뢰의 폭발력을 TNT360kg으로 높여 수중폭발 시뮬레이션을 다시 진행했다. (TNT360kg은)합조단 폭발 유형팀에서 마지막으로 준 폭발 조건”이라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또 이 전문가는 “4월 말부터 5월 20일까지 (시뮬레이션을) 급히 했고, 그러다 보니 물(과 관련한 변수)도 다 (반영하지) 못했다. 이후 2개월 정도 열심히 고치고 모델을 좀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5월 20일 할 때는 시간도 충분하지가 않아 0.5초 까지만(시뮬레이션을) 보여줬고, 이번에는 충분히 2초까지 계산해 봐서 이제 천안함 기관실의 바닥 부분이 집어지는 것들이 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이렇게 폭발력을 수정한 것은 실제 어뢰에는 폭약량 250kg인 TNT 외에 더 강한 폭발력을 얻기 위해 TNT보다 폭발 성능이 뛰어난 다른 폭약과 알루미늄 등을 섞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실제 어뢰의 폭발력은 통상 TNT 폭발물보다 1.4~2배 정도 크다.

합조단은 지난 5월 20일 조사 결과 결과발표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지진파는 4개소에서 진도 1.5규모로 감지되었으며, 공중음파는 11개소에서 1.1초 간격으로 2회 감지되었다. 지진파와 공중음파는 동일 폭발원이었으며, 이것은 수중폭발에 의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의 현상과 일치한다. 수차례에 걸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수심 약 6~9미터,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대략 좌현 3미터의 위치에서 총 폭발량 200~300kg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되어 침몰되었고, 폭발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정도이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kg규모의 어뢰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지진파 문제나 물기둥 설명 안 돼
250kg은 천안함 손상에 맞춘 자의적 수치


그러나 국방부의 이 결과는 폭발력을 조정하면서 또 다른 과학적 어긋남을 불러온다. 한겨레는 “국방부가 TNT로 환산한 북한제 ‘1번 어뢰’(CHT-02D)의 폭발력을 애초 250kg 안팎에서 360kg으로 키운 것은 선의로 해석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차원의 ‘원상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측정한 폭발규모가 ‘1번 어뢰’의 폭발력 360kg에 훨씬 못 미치게 돼, 몇 안 되는 과학적 근거인 지진파·공중음파의 측정치를 버려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국방부가 ‘1번 어뢰’ 폭발력을 더 크게 잡으면서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TNT 360kg이라는 폭발력은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감지한 에너지 규모와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폭발력의 규모는 사고 당일인 3월26일 백령도에서 측정한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폭발력을 과학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근거였다. 한겨레는 “기상청이 추산한 TNT 140~180kg은 제쳐두고라도, 최대치로 폭발규모를 추정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260kg과도 어긋난다.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천안함의 침몰 시각과 위치를 특정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아온 국방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또 “폭발 때 동반되는 물기둥을 설명할 길도 더욱 멀어졌다”고 밝혔다. 폭발력이 증가하면서 물기둥도 더 놓고 더 많은 물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방부는 지난 6월29일 언론노조 등 언론3단체로 구성된 언론검증위원회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모의실험 결과로는 물기둥이 200m 정도 치솟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튄 것 이외에 물기둥을 직접 목격한 장병이나 초병은 없었다. 생존 장병 등의 부상이 경미했던 점 등에 대해서도 폭발력이 증가함에 따라 국방부는 설명에 더욱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합조단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시점은 갑자기 ‘1번 어뢰’를 건져올린 5월 15일 보다 한 참 전이라 폭발력에 맞게 시뮬레이션 대입 값을 수정해 발표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도 ‘1번 어뢰’의 폭약량과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폭발력 값이 같았다. 한겨레는 합조단이 폭발력을 250kg으로 한 이유를 놓고는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애초 시뮬레이션 당시 천안함에 가해진 폭발력을 티엔티 250kg으로 특정한 이유를 묻자 ‘저희가 했다기보다는 미국 전문가들이 처음에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서 250kg이 유력하지 않냐고 (해서)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티엔티 250kg으로 대충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천안함 손상과 유사하게 나왔기 때문에 250kg의 폭발력을 대입한 것이다. 그리고 국방부가 찾아낸 결정적 증거도 TNT 250kg짜리 어뢰의 추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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