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지진파·날개변형·카탈로그·매직성분 다 애매

야당, “수많은 문제제기에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짜깁기한 것 같다”

국방부가 13일 천안함 종합보고서를 발표했지만 그 동안 제기된 여러 가지 의문은 전혀 풀리지 않아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엔 부족했다. 또 천안함 어뢰피격에 의혹을 제기했던 러시아 조사팀의 조사결과도 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아 의혹만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당장 보고서를 본 야당들과 국회 의원들은 국회에서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사실상 천안함 사건의 최종 결론성격이 강한 이번 보고서의 발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출처: 국방부]

이번 보고서는 중간조사 발표후 4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하는 가장 주요한 근거였던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한쪽으로 휘어진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합조단에 참가한 노인기 충남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추진기 날개의 변형원인은 추진축으로 전달된 급정지나 축밀림 같은 충격 관성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좌현 프로펠러 쪽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좌현 프로펠러 쪽이 우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충격 변형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충격력이 적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 내.외부에는 폭약성분이 발견됐지만 결정적 증거라고 공개한 어뢰추진체에서는 폭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이유도 합조단은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합조단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판단한 어뢰 추진체가 '북한산 CHT-02D'임을 입증하는 북한 어뢰 카탈로그도 없었다. 1번 잉크가 북한산임을 입증하지도 못했다. 합조단은 1번이라고 쓰인 매직 잉크의 재질 분석을 위해 중국산 유성매직 5점을 분리 분석, 비교 시험했고 페인트 원료는 KIST 특성분석센터에 의뢰해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나 대부분 국가에서 유사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국 식별을 하지 못했다.

어뢰추진체의 부식시기를 판단하는 부식가속화 시험법도 못했다. 합조단은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했지만 시험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육안식별은 5월 15일날 한 것과 82일 후에 저희들이 사진찍은 것으로 제시를 했다”고 밝혔다.

TNT 폭발력 수치 증가와 지진파 어긋남도 실험조건이 다르다고 결론

천안함 보고서 공개 직전부터 논란이 된 시뮬레이션을 위한 TNT 폭발력 수치 증가와 지진파 관계도 여전한 의혹을 키웠다. 합조단은 여기에 사용한 레일리-윌리 공식의 실험조건이 달라 수치도 다를 수 있다고 간단히 결론 지어버렸다. 지난 4월 1일 천안함 침몰 당시 백령도에 규모 1.5의 지진파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때까지 나돌던 피로파괴설, 암초좌초설을 완전히 뒤집는 과학적인 근거가 됐다. 레일리-윌리 공식은 수중 폭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TNT의 양 △폭발 수심 △버블 펄스(수중 폭발 시 가스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며 나오는 파장)의 주기로 구성돼 있다. 두 가지 값을 알고 있을 때 나머지 값을 구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은 지진파만으로는 발견된 어뢰추진체의 TNT양이 일치하지 않아 합조단이 제시한 공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3월 27일 지진파로 추산한 발생 지점 에너지의 크기가 규모 1.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TNT 폭약 180kg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라고 보고서를 냈다. 이는 애초 합조단이 발표한 1번 어뢰의 폭발력인 TNT 250㎏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연구원은 3월 30일에는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함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수면 아래 10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가정하고 공중음파 신호로부터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계산한 폭발력은 약 260㎏의 TNT 폭발에 상응한다”고 보고서 내용을 바꿨다. 이 공식에 따르면 수심을 7m로 가정하면 TNT 폭발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합조단이 레일리-윌리 공식을 들고 나온 것은 지진파가 1.5로 나왔을 때 추정되는 TNT양이 180kg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이 부분을 레일리-윌리 공식을 써서 폭발지점을 수심 10m로 맞추어 260kg의 폭발량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합조단은 최종보고서 발표에서 레일리-윌리 공식이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해 지진파의 폭발력이 180kg밖에 안 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시뮬레이션 대입값인 360kg과는 큰 차이가 난다.

합조단은 천안함의 외부폭발 유형을 1, 2 단계로 나눠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고서에 담았다. 1단계에서는 폭발위치와 폭약량을 판단하기 위해 버블주기(1.1초)와 3D로 촬영한 선체손상 정도를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1단계 시뮬레이션 결과 미국은 천안함 좌현 3m, 수심 6~9m,TNT 200~300㎏으로 판단한 반면, 한국은 좌현 3m. 수심 6m. 폭약량 250㎏과 좌현 3m. 수심 7m.폭약량 300㎏, 좌현 3m.수심 7~9m. 폭약량 360㎏ 일때 천안함 절단면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2단계는 선체 손상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1단계 결과를 토대로 TNT양을 최대인 360㎏으로 잡아 실시했다. 폭약량 TNT 360㎏으로 수심 7m와 9m 2개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7m에서는 천안함 선체 손상과 유사했으나 9m에서는 선체 손상이 약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폭약량 TNT를 360kg, 수심 7m였을 때 선체손상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 부분이 지진파와는 맞지 않다는데 있다. 레일리-윌리 공식으로 260kg이 나온 것이 수심 10m 깊이였는데 수심 7m 깊이까지 폭발지점이 올라오면 레일리 윌리 공식은 지진파가 1.5일 때 폭약량이 200kg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두고 합조단은 “레일리-윌리공식은 자연의 인과관계를 법칙화시킨 것이 아니고, 무수히 많은 수중폭발실험을 통해서 만든 실험체 공식이다. 그래서 꼭 현상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환경에 따라서 차이날 수 있다. 우리 사고해역은 47m인데 360kg로 했을 때 1. 1초 주기와 차이나는 것은 충분히 손상가능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된다”며 공식상 어긋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오차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지진파와 공중음파라는 것이 매질과 온도에 따라서 속도의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약간의 오차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들 여전히 의혹 제기, 천안함 국회 특위 재가동 요구

최종보고서가 나오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기뢰 폭발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배제하는 부분에서도 허술함이 발견된다"면서 "감응형 기뢰 등을 통해 수중에서 비접촉 기뢰 폭발이 있을 수 있고 종래 매설된 기뢰가 스크루에 걸린 폐그물 때문에 해저에서 수심 6∼9m 지점까지 떠올라 작동했을 수 있음을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천안함 프로펠러의 손상 형태를 두고도 "같은 상황에서 비교적 멀쩡한 좌현 프로펠러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프로펠러에 찢기고 모래 등에 마모된 듯 한 자국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등의 설명도 없이 '스웨덴 조사팀이 그렇다고 했다'는 한 마디로 어물쩍 넘어가 버렸다. 프로펠러 문제는 러시아 측 의혹의 핵심인데도 해명이 부실하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또 "어뢰 추진체로 추정되는 물체에서 어떤 폭약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명시한 보고서 자체가 어뢰 피격을 부인하는 증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제기한 수많은 문제제기에 명쾌한 해답도 없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국방부 천안함 최종 보고서는 어뢰폭발력을 애초 TNT 250kg에서 360kg으로 바꾸어 발표하였다"며 "이는 지난 조사결과를 뒤집는 것으로 어뢰폭발력의 변화에 따른 물기둥높이의 변화, 부상정도 등 모든 관련쟁점에 대한 재해명이 필요하나 정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천안함 조사보고서 파문이나 그레그 전 대사의 증언 등 새로운 의혹들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국민적·국제적 의혹을 풀기 위해 천안함 특위를 재가동 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최종 보고서 발표 직전, 러시아를 방문하였음에도 러시아측 천안함 조사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은 매우 의아스럽다. 국내외적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채 서둘러 발표되는 이번 최종 보고서에 대해 벌써부터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을 서둘러 덮기 위한 눈가림 수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적 의혹은 물론 국제적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한 채, 페이지수만 늘린다고 해서 국민이 믿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방부를 배제한 전면재조사에 즉시 정부가 착수하고,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결과 전면 공개와 국회 천안함 특위 재가동과 국정조사를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야말로 미완의 천안함 최종 보고서를 완결짓는 선결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최종보고서 내용 어디를 보더라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북한소행의 결정적 증거라고 발표했던 ‘1번’표기의 잉크성분도 규명하지 못했고, 말만 무성했던 카탈로그도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프로펠러의 이상한 변형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의 결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북한 소행이라는 것인가. 정말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태도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는 조속히 천안함 특위를 재가동해 일방적인 정부 발표를 검증하고, 국민들에게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 있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특위의 재가동에 즉각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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