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뒤통수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G20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 물 건너가

정부와 청와대는 지난 10월23일 경주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MF 개혁과 환율문제를 연계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IMF 지분을 신흥국에 6%이상 이전하는 것과 “시장결정적인 환율”에 대한 동의와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환율전쟁은 끝났다”며 때 이른 샴페인을 터드렸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볼 것이라고 김칫국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났다던 환율전쟁은 미국의 양적완화 발표로 인해 전쟁의 도화선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고 ‘경상수지 목표제’는 각국의 반발로 미국조차 꼬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출처: 청와대]

미국이 펌프질한 ‘경상수지 목표제’

각국의 경상수지를 특정 수치 이내로 제한하자는 ‘경상수지 목표제’는 한국이 아이디어를 내고 미국이 적극 동의하면서 국제적인 의제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22일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한국이 환율문제보다는 포괄적인 무역수지 개선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서 ‘경상수지 목표제’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에 이른다.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20일 G20 회원국 정부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가이트너는 이 편지에서 무역적자국은 수출을 늘리고 무역흑자국은 내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자며, “향후 몇 년간 대외수지 불균형을 국내총생산(GDP)의 특정 비율(4%) 이하로 줄이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또한, 가이트너는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합의와 IMF 정책감시 기능 강화합의 등을 바탕으로 IMF 쿼터 재조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IMF 쿼터 재조정과 환율 문제를 사실상 패키지로 연계하자는 제안을 먼저 던진 것이다.

결국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는 미국의 요청을 그대로 의장국인 한국이 받아서 진행하게 되었고, IMF 선진국 지분 6%이상을 신흥국으로 이전하고 쿼터를 재조정하기로 합의를 한다. 또한 환율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상수지 목표제’는 독일, 일본 등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와 청와대는 IMF 쿼터와 환율합의를 연계시킨 것은 한국이라면서 한국중재 노력을 자화자찬 하기에 이르렀고, ‘경상수지 목표제’는 당장 합의를 보진 못했지만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찬물 끼얹은 미 FRB

이런 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3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환율문제 하나만 가지고 너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경상수지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균형을 잡자 하는 그러한 대안 제시에 대해서 아마 첨예하게 대립하던 국가들도 아마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며 “그런 대안에 대해서도 협조를 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한국 언론은 G20 의장인 한국 대통령이 ‘경상수지 목표제’로 환율문제를 연착륙 시킬 것이라며 대서특필 해댔다.

하지만, 바로 그날 기자회견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앞으로 8개월 동안 6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구매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국이 2차 양적완화에 들어간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상황은 급반등했다. 독일, 일본, 중국, 브라질 등 수출국들은 ‘대노’하며 미국이 ‘경주 합의’를 깼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독일, 중국은 재무장관이 나서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를 환율합의 파기로 규정했고 브라질과 일본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양적완화 발표 당일 기자회견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따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입을 모아 ‘경상수지 목표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외신과의 회견에서 “무역 수지는 다양한 요소로 변화하기 때문에 GDP 대비 무역 수지의 상한 하한을 결정한다는 것이 적정 여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의욕을 밝힌 당일 날 미국이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은 꼴이 되었다.

또한, 일본 교토에서 5, 6일 이틀간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일제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규탄하고 나섰다. 경상수지 수치목표 도입 제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PEC 각국 재무장관은 FRB의 대규모 금융완화 때문에 자본 유입이 급증하고 있어 자산버블을 일으켰던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가이트너의 뒤통수...‘경상수지 목표제’ 물건너가

한편 그 시각 이명박 대통령은 G20 회원국의 주요외신들을 따로 불러 ‘경상수지 목표제’의 수치뿐만 아니라 종합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 설치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그에 따른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목표제’를 합의보고 세부 가이드라인까지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6일 G20 참가국 언론으로 만든 ‘프레스 20클럽’과 회견을 가지고 “세계적인 무역불균형 시정때문에 각국의 경상수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 작성에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상수지의 흑자나 적자는 환율 하나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원인을 수치 뿐만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경상수지 목표제’를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동안 정작 이것을 국제적인 의제로 만들었던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딴 소리를 하기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같은날 6일 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 직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이트너 장관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국내총생산의 4% 이내로 억제한다는) 수치는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한발 빼기 시작하더니 “(G20 정상회담 선언에) 수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목표제’가 물건너 가는 순간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만 뻘쭘해졌다.

지난 3일 내외신 기자들을 다 모아놓고 ‘경상수지 목표제’ 합의에 대한 의지를 보였는데 몇 시간 뒤 이를 무위로 만든 것이 미 연준의 양적완화 발표였다.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6일 ‘경상수지 목표제’의 수치는 물론 다른 기준까지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입술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가이트너는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수치합의는 어렵고 ‘참고적인 기준’제시만 있을 것이라며 재를 뿌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수치기준이 논란이 되어 정상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로 주요 수출국과 신흥국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미국이 정상화의에 이 의제를 그대로 올려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역사적 합의를 이룰 것이라던 '경상수지 목표제‘는 미국의 펌프질에 고무된 한국정부의 헛된 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해를 앞장서서 옹호하다 비난만 자초한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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