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왜 했나?

형식적 선언과 반복...환율, 무역, 자원전쟁 불씨 여전

G20 서울정상회의가 끝났다. 11일부터 12일까지 20개국의 정상과 초청된 국제기구 및 비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20개 항의 선언문과 7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 그리고, 3개의 부속서를 내놓고 막을 내렸다.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는 환율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선언뿐인 맥빠진 합의,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대한 반복적인 선언과 희토류 등 희소자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어 환율, 무역, 자원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갈등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연설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출처: 김용욱 기자]

환율 갈등 여전...논의일정만 잡아

12일 서울정상회의 합의문과 선언문은 대부분 지난 10월 경주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더 진척된 것은 없었다.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된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환율유연성을 제고하며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임. 주요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유의할 것”이라며 재무장관회의와 동일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했다.

또한,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의장국 한국이 추진한 ‘경상수지 목표제’는 말도 제대로 못 꺼냈다. 지난 11월 3일 미 연준의 2차 양적완화 발표 이후 신흥국과 무역수출국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자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경상수지 제한 수치같은 것은 논의선상에 올리려 한 적도 없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일찌감치 물건너 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때문에 경상수지 목표제에서 한발 후퇴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합의되지 못하고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까지 논의일정을 잡는데 만족해야 했다.

G20 서울정상회의, 내용없는 합의문

알맹이가 빠지기로는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IMF 개혁에 대해서도 IMF 선진국 쿼터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하는 것과 IMF의 유럽 이사수 2명을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재무장관 회의 합의사항 외에 더 나아간 것은 없었다.

또한, 은행 규제와 관련해서도 이미 바젤위원회에서 합의를 본 바젤3 외에 그동안 얘기되던 것들을 종합해서 반복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금융거래세, 은행세 등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금융통제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의장국인 한국이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며 강력하게 추진했던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의제는 선언문에 등장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말들의 나열이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IMF 대출제도의 일부를 손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IMF가 시행하고 있는 신축적 신용공여(FCL)제도를 보완하는 것인 예방적 신용공여(PCL)를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른바 개발의제관련해서 ‘다함께 성장을 위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와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이라는 두 개의 부속서를 만들어 냈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 없이 정부간 협의에 머물고 있어 구두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 코엑스 주변 배치된 경찰 무장차량 [출처: 김용욱 기자]


환율, 무역, 자원 등 갈등 여전...G20 위기대처 능력 갈수록 의심

이처럼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제4차 G20 정상회의에 이어 11월 제5차 서울 정상회의까지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구성된 G20 정상회의는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특히 서울정상회의는 환율, 무역, 자원 등 경제위기 여파로 확산되고 있는 국제적 갈등상황에서 이 문제들의 대책과 갈등조정 등이 요구되었으나 어떠한 해결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먼저, 환율갈등을 봉합하려고 제안했던 경상수지 목표제는 거꾸로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은 물론 독일, 일본에 이어 러시아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환율전쟁의 불씨만 살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원론적인 선언에서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갈등만 확인한 후 논의일정만 잡고 또 다시 다음회의로 미루고 말았다.

G20 1차 정상회의 때부터 보호부역주의를 배격한다는 선언을 해 왔음에도, 지난 4일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합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다시 2013년까지는 보호무역주의를 하지 말자며 똑 같은 선언을 반복하면서 WTO, OECD, UNCTAD에게 지속적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되받아 쳤다.

또한 최근 첨예한 갈등을 보여왔던 희토류 등 희소자원의 이용에 대한 문제 역시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희토류 문제 등은 거의 다뤄지지 조차 않았다. 환율 문제도 위안화 등 개별국의 환율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희토류 금수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일 폐막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출처: 김용욱 기자]

결국 올해 초 유럽의 재정위기로 전파된 세계경제위기를 조율할 것으로 기대했던 올 6월 토론토에서 열린 제 4차 G20 정상회의는 실패하고 말았다. 유럽이 긴축재정을 선언한 반면 미국은 경기부양의 지속을 말하며 대립했을 때, G20 정상회의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긴축도 좋고, 경기부양도 좋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재정정책의 국제적 공조는 물건너 갔고 일관성도 결여한 채 각국 별로 ‘알아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중.일로 시작된 환율전쟁을 조율하고 전쟁의 불씨를 꺼트리기를 기대한 제5차 G20 정상회의도 일정만 늦췄을 뿐 각국의 불만만 확인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오히려 서울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미국은 제2차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약세는 물론 신흥국에 달러폭탄을 안겨줘 금리상승을 유도하고 이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을 유발시켜 환율전쟁을 더 키워왔다. 이에 따른 각국의 불만이 폭주해 원칙론 수준의 낮은 ‘선언’에 그쳤다.

왜 이렇게 G20은 허약할 수밖에 없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상급 최상위 프리미엄 회의라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이번 서울회의 의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로 G20의 비밀을 말한 적이 있었다.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G20에서 도출되는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자국의 이해에 맞는 정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합의된 사항을 적절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동료 국가들이 압력을 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각국이 ‘알아서 결정’하고 주변국에 욕 좀 먹는 정도가 지구상 존재하는 최상위 프리미엄급 회의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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