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전술적 수용 자세로 사회적 압력 행사해야

[기고] 감사원과 새누리당의 표변, 비난보다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부정부패와 환경파괴를 담은 부실이라는 이름의 썩은 알을 생산하던 4대강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사업 시작할 때부터였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 그 총체적 부실이 명확해진 후에야 감사기관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제기되었듯이 4대강 사업은 보완의 문제가 아니라 철회의 문제였으며, 이제는 청산의 문제로까지 부상했다.

  지난해 9월, 태풍 산바가 지나간 후 찾은 달성보의 모습, 모든 보문을 개방하고 숨 가쁘게 흙빛 강물을 뱉어내고 있다. [출처: 뉴스민]

정책과 사업을 판단할 때에는 그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사업 실행 여부뿐만 아니라 청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적 잣대에 따라 판단해서도 안 된다. 물론 보편적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이념일 때 그 이데올로기는 올바른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이데올로기는 궁극적 기준이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최종 기준을 위한 이념적 근거일 뿐이다. 무엇보다 사업이나 정책의 목적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지를 묻고 그에 합당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으로 수단이 목적에 적절하게 배치되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물론 국민을 위하고 그 뜻에 부합한다는 것도 사회 정의에 적합해야 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득권 계층에 유리하거나 부당한 사회질서를 온존시키는 현상 유지를 사회 정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거나 부당한 사회질서를 개혁하는 것이 사회 정의의 최소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판단의 기준이 주창자의 소속이나 권력 여부가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장 비근한 예가 주창자가 내 편인가 네 편인가, 아니면 권력자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새누리당과 감사원의 태도가 그러하다. 레임덕을 지나 데드덕 현상까지 막바지에 이르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고, 감사원의 발표가 사실임이 분명해진 후에야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 측이 발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현 정부 내내 ‘문제없다’고 정당화해왔던 감사원이나 2년 전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킨 새누리당을 회상해 볼 때,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변명이 궁색한 표변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 국민의 선택을 수용하고 가능한 한 최선을 찾아 힘을 다해야 한다. 감사원과 새누리당의 변화가 과거 행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표변이든,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데 망설임 없는 군자표변이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4대강 사업의 오류와 폐해를 청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원과 새누리당의 표변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동조자나 방조자라고 비난하기보다 이 힘을 전술적 차원에서 수용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과 새누리당도 야권의 이러한 활용론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활용론으로 대응할 것이므로 4대강 사업의 청산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새누리당이 제대로 반성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내세울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이 4대강 사업 비판을 받아들인 것은 그 총체적 부실이 사실로 드러났고 그에 따라 국민의 심판도 기정사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압력에 정치가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 사회적 힘은 현 정권 시기 내내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권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줄기차게 비판하고 그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진보 진영에 의해 형성될 수 있었다. 진보 진영은 이 사회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는 이 사회적 압력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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