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계급투표...주민투표 무산 오세훈 사퇴 후폭풍 거셀듯

“땅불리스 돈불리제”, 강남지역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 보여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투표율 25.7%를 기록하며 투표성립 기준 33.3%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서울시민들이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부자급식’과 ‘시장직 사퇴’를 걸었던 오세훈 시장에 대부분 등을 돌린 것으로 보여진다.

부자증세 꺼리는 강남권 3개구(강남, 서초, 송파)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

  투표 무산후 기자회견에 나서는 오세훈 시장
전체투표율이 25.7%를 기록한 가운데, 강남35.4%, 서초36.2%, 송파 30.6%를 기록하며 평균득표율을 상회하는 투표율을 보였다. 평균투표율을 넘은 지역은 강남지역 3개구를 포함해 강동27.6%, 용산26.8%, 양천26.3%, 노원26.3%로 전체 25개 중에 7개구에 불과했다. 강동, 용산은 최근 재개발로 인해 부가 집중되고 있으며, 목동을 포함한 양천구도 ‘부자동네’로 인식되는 지역이다.

네티즌들은 강남권 3개구 지역의 높은 투표율을 바라보며 '계급투표'라고 분석했다. 강남권 투표율은 물론이고 가장 비싼 주상복합인 타워펠리스가 있는 지역의 투표율은 6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eohrwsh2은 “외신, 아름다운 나라 한국 부자들은 돈내고 먹겠다고 투표하고 서민들은 부자도 공짜로 먹이라고 투표안해"라며 촌평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도 자신의 트위터로(@unheim) “강남 몰표를 보며, 어느 트위터러 왈, "땅불리스 돈불리제"라 불렀다고, 어느분인지 모르겠지만, 이 분, 조어 감각이 천재적입니다”라며 강남지역 부자들을 조소했다.

강남지역 3개구의 높은 투표율에 반해 관악 20.3%, 금천 20.2%, 강북 21.7%은 평균투표율보다 4% 이상 낮은 투표율을 기록해 강남권과 큰 대조를 보였다.

  주민투표 지역별 최종투표율

21일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무상급식이 부자급식이어서 반대한다는 말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상급식의 본질은 부자급식이 아니라 부자증세이기 때문이다”는 무상급식에 대한 논평처럼 지역적 부에 따라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시간 지나도 늘어나지 않는 투표율

이번 주민투표는 오전 7시 집계결과 1.7%, 9시 6.6%, 11시 11.5%, 오후 1시 15.8%, 3시 17.1%, 5시 20.8%, 7시 23.5%의 투표율을 나타냈고, 최종 25.7%로 마감되었다. 지난 4월 27일 중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기록한 투표율 31.4%에도 크게 못미쳤다. 오후가 들면서 투표 참여율이 다른 투표에 비해 더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고 퇴근 이후에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총력을 다했지만 오전 11시 기준 투표율이 11.5%로 기대했던 15%에 미치지 못하자 초조함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 되면 대거 투표할 것”이라며 투표마감까지 투표를 독려했으나, 마감시간에 가까워질수록 1시간대비 투표율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33.3%를 넘어야 하는 주민투표의 성격상 저녁 7시경 투표율이 23.5%에 불과해 투표포기효과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 사퇴? 무상급식은 어떻게?

주민투표 무산이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주민투표는 의무교육에서 교육복지는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투표가 무산됨에 따라 무상급식은 서울시교육청이 제출안 조례안대로 당장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학년과 중학교 1학년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온 5~6학년 무상급식은 예산문제로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주민투표 무산, 후폭풍 거셀듯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오세훈 시장 [출처: 오세훈 시장 공식 사이트]

주민투표가 무산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던 의사를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은 “하루이틀 내 거취를 밝히겠다”고 짧게 마무리 지었으나 시장직 사퇴에 직면하게 됐다.

투표 종료 직후 야당에서도 투표율 미달로 인한 개표중단을 환영하고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투표 직후 논평에서 “나쁜 투표를 거부한 서울시민의 승리이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부 여당의 패배”라고 밝혔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정치인 한 사람의 이기적인 판단 때문에 엄청난 이념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며 오세훈 시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투표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당 내부의 갈등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주민투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벌써부터 당 내에서는 주민투표에 대한 갈등이 적지 않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투표 무산책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너무 깊숙히 발을 들여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론까지 나왔던 터라 당내 갈등 양상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 시장을 적극 지원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무분별한 복지포퓰리즘이 국가 부도사태를 낳는다”고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주민투표 무산으로 인한 정치적 진통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투표 무산시에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 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 시장이 언제, 어떻게 사퇴하는지에 따라서 정치적인 변동이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0.26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사퇴가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책임론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 진다는 점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시점을 잡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