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노점상은 어찌 되었을까요

[최인기의 사진세상](9)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역사 그리고 사람

[출처: 최인기]

우리는 어린 시절에 본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를 통해 로마라는 도시를 상상하고, 프랑스 연인의 멋진 로맨스가 돋보였던 ‘퐁네프의 연인’을 통해 프랑스 세느 강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압축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 기형적인 도시화는 과거의 흔적들을 깡그리 파헤치거나 지워나갔습니다. 그래서 장소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애초부터 갖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 최인기]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말이라지요. 눈부신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그만큼 우리는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앞 만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추진된 도시화는 우리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 줄 틈도 없이 과거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을 세워 올리는데 급급했습니다.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진속의 SF 건물은 이제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이랍니다. 여러분은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로 지어지는 저 국적불명의 건물이 진정 아름답게 느껴집니까?

[출처: 최인기]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을 둘러싼 이야기는 동대문 축구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25년 착공하여 경성운동장으로 지어진 이후 경평축구가 열렸던 곳입니다. 해방과 함께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뀐 후 찬탁과 반탁 집회가 열렸으며 몽양 여운형과 백범 김구의 장례식이 열렸던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야구장은 또 어떻습니까? 동대문야구장은 백년이 넘는 한국야구역사의 성지이자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프로야구가 등장하기 전 70년대 그리고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봉황기와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열려 많은 이들의 힘겨운 삶을 달래 주었던 곳입니다.

[출처: 최인기]

청계천 주변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는 이곳을 둘러싸고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동대문야구장과 축구장 사이를 가로질러 가면 서울 4대문 안에서 가장 크다는 멋진 수영장이 언덕 위 포플러 숲속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한 여름 이렇다 하게 놀러 다닐 곳이 없던 아이들에게 이곳 수영장은 그야말로 최고의 놀이터 이었습니다.

수영장에 높이 솟아있던 거대한 다이빙 틀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워터파크인 오션월드나 캐리비안베이의 놀이기구도 이보다도 더 멋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은 무엇 보다고 대체 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그런 선명한 기억이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출처: 최인기]

그리고 틈만 나면 나보다 세 살 많은 친형의 손에 이끌려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경기가 끝나갈 후반전 무렵이면 퇴장객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그 틈을 타 축구와 야구경기를 공짜로 관람을 하곤 했습니다.

축구장에서는 연고전을 구경할 수 있었고, 고교야구경기는 단골로 관람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축구경기나 야구경기 못지않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익살스러운 응원과 구경꾼들의 만담이 더 재미난 구경거리였습니다.

야간에 불을 밝힌 거대한 경기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 사이로 아이스케이크나 냉차를 파는 노점상들을 보며 형의 손을 잡아끌었던 기억을 비단 나만 가지고 있을까요? 한때 이곳 동대문운동장을 지날 때마다 회상이 되어 입가에 웃음을 짓곤 하였습니다.

[출처: 최인기]

동대문운동장은 주변은 오래전부터 상권이 이어져 내려온 곳입니다. 당연히 노점상들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점상이 많은 만큼 이들에게는 수난의 공간이기도 하였습니다.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공사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노점상들이 시를 상대로 저항을 하였고, 극적으로 합의를 하여 동대문 축구장 에 풍물벼룩시장을 마련하기에 이릅니다. 그후 약 5년 동안은 그럭저럭 장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 선 후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만든다는 이유로 노점상들을 또다시 내쫒게 됩니다. 비공식적으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측과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숭의여중 자리로 이전을 했지만 몇몇 사람은 동대문 운동장 조명탑에 올라 한겨울 농성을 벌이기도 합니다.

[출처: 최인기]

다음은 2007년 12월 13일 오전 상황입니다. 좀 자세히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대문 운동장 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문이 자자한 터라 오전 11시경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노점상들이 천막 안 난로 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설마 철거를 하겠는가’며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야구장 뒤편으로는 이미 서울시가 가림 막을 쳐놓고 있었습니다. 몇몇 용역철거반 차림의 사람들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설마 했는데, 순간 거대한 포클레인이 움직이는 것이 가림 막 사이로 눈에 띄었습니다. 철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거대한 트럭이 흙을 퍼 나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포클레인은 야구장 뒤편을 날카로운 삽으로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그 안에 공사 중인 철거용역반원들이 카메라를 막고 사진 촬영을 저지했고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철거가 있던 바로 전날까지 서울시는 당분간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시는 또 거짓으로 에둘러 놓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철거를 강행 한 것 입니다. 당시 시민들이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틈타 일방적인 철거를 강행한 것입니다.

[출처: 최인기]

동대문 운동장 주변은 그 후로도 수많은 철거와 단속이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2011년 10월 6일 노점상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항의를 전개했습니다. 이날 집회를 통해 서울시와 면담이 성사되었고, 노점상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면담 자리에서 노점상들은 정말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서울시 노점상 담당 공무원이라는 사람은“자신이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에게 노점자리를 주며 노점단체 가입을 탈퇴시켰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더니, “서울시장에게 바랄 껄 바래라”며, 반드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완공 때에는 대대적인 노점단속을 추진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협박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 예산 약 15억 원 정도를 들여서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주변 노점상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출처: 최인기]

그후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바뀌자 단속은 주춤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지난 8월 17일 동대문 남평화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장사해온 노점상들을 상대로 중구청이 용역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를 자행했습니다. 전날 용역들과 노점상의 격한 대립 끝에 중구청은 대화로 풀자는 약속을 해놓고 또 다시 새벽에 기습적으로 철거를 강행한 것입니다.

남평화 주변 노점상들에게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습니다. 정효철 (남, 54세, 민주노련 중부지역 남평화시장 부지부장)씨에 따르면 95년 경 한 장애인이 노점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은 이홍복 씨(남)이고 당시 장애 2급이었습니다. 그는 이 주변에서 장사를 하다가 불에 탄 박스 안에서 발견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자 평소 서러움을 겪던 장애인들이 모여 거세게 구청을 상대로 항의를 하였고 결국 이곳 남평화 시장에 구청과 합의하에 장애인 노점상들은 생계 터전을 닦게 된 것입니다. 물론 구청에 꼬박꼬박 도로점용료를 내고 장사를 해오다가 이번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주변 노점단속으로 인해 행정대집행을 당한 것입니다.

[출처: 최인기]

익히 알려져 있듯이 동대문 운동장 주변부에는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넘는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과 함께 이들은 오랜 시기 삶에 터전을 일구어 왔던 사람들입니다. 주변상가와 지하도에도 많은 상인들이 생계 방편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밀려 날 때마다 격렬히 저항을 했고 그 저항의 댓가는 일정정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이들은 다시 또 생계방편을 잃고 어디론가 쫓겨나는 처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이제 저 거대한 조형물은 수많은 이들의 생계를 내몰고 만들어 졌다고 기록되어 져야 할 겁니다.

[출처: 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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