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 “박근혜 만남, 안된다는 말이라도 해라”

유가족 면담신청, 당선 이후엔 안 된다는 대답도 없어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당선인을 만나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지만 인수위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유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4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당선인의 불통을 규탄하고 면담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박 당선인이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 제도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전재숙 씨는 “인수위 출범 첫 날부터 계속 면담을 신청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인수위와 박 당선인의 면담확정을 받아야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면담신청을 받으러 나온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 정익훈 센터장은 끝내 유가족들에게 인수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정익훈 센터장은 인수위에 들어가서 면담신청에 대한 확답을 받겠다는 유가족들에게 “대표 한 명만 인수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유가족들의 인수위 진입을 가로막았다. 유가족들은 “유가족 모두가 대표”라며 “유가족 5명만 인수위에 들어가 면담신청에 대한 확답만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익훈 센터장은 계속 대표 1인만 인수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그럼 (아무도) 안되겠다”며 인수위 안으로 돌아갔다.

  [사진 : 정재은 기자]

유가족들은 정익훈 센터장이 인수위 안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도 인수위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면담을 하지 않으려거든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도 하라”며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직접 대화해 줄 것을 요구하며 약 한 시간 가량 인수위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진상규명위는 “국가 지배세력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생존권마저 부정하는 국가에서는 국민대통합이 있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말하려면 우선 용산참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면담 신청과 불발은 처음이 아니다. 유가족들은 인수위가 출범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으나 인수위는 면담 가부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침묵을 일관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이원호 사무국장은 “선거기간에는 질의에 대한 답변도 빠르고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 이후로는 면담신청에 일언반구의 응답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담신청서를 접수했던 인수위 관계자는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며 인수위의 불통을 규탄했다.

인수위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다며 인수위에 국민행복제안센터를 소통창구로 두고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인수위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던 시간 중소기업중앙회를 직접 방문해 ‘힐링 간담회’를 진행하고 중소기업계의 불만사항을 담은 ‘손톱 및 가시’라는 책자를 전달받았다. 진영 부위원장은 용산구 국회의원이다. 그의 지역구 안에 참사가 발생한 용산 4구역이 포함돼 있다.

유가족들과 함께 인수위를 찾은 예수살기교회의 최헌국 목사는 “종교계도 몇 차례나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자들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MB정권은 이를 묵살했다”면서 “박근혜 당선인도 취임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대표도 “지난 주말 4주기 추모대회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을 많은 시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시민들의 요구는 높은데 당선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조희주 대표는 “인수위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해명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위해서 일단 유가족들과 대화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들과 진상규명위의 항의가 길어지자 인수위에서는 인수위원을 통해 면담신청서를 전달받으며 “1주일 이내로 면담에 대한 답변이 전달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신청서를 전달받은 인수위원은 “책임지고 (인수)위원장에게 신청서를 전달하고 그 답을 유가족 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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