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산하’ 원자력안전위, 안전 중시한다더니 위상격하

한쪽에선 규제, 한쪽에선 진흥...“한 지붕 두 가족”

원전 정책에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공약한 새 정부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조치를 내놓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현행 대통령 산하의 독립기구인 원안위를 폐지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격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원안위 위상격하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자력 진흥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고 원안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토록 하는 등의 후속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들은 이러한 조치들에 “기존의 독립된 구조와 위상을 가지고 있던 원안위를 폐지하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개발진흥과 안전규제가 한집 살림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대책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수위의 원안위 운영방침은 원자력 안전을 규제관리 하는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두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본래 원자력 진흥을 업무로 하는 ‘원자력 기술과’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 원전사업의 개발진흥 사업과 안전규제가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고작 20여 명의 공무원들의 부처를 옮긴다고해서 원자력 개발진흥과 안전규제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안위 위상격화와 폐지 후에 내놓은 후속조치는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원전 안전규제와 개발진흥이 동시에 같은 부처에서 이뤄지게 됐다며 “미래창조과학부는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인수위가 내놓은 후속대책이 그대로 이행되더라도 1200여 명에 달하는 원자력연구원은 원안위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남게된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기술개발과 원전진흥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원안위원장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제청 없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하더라도 원안위원장은 기존의 장관급에서 차관급 인사로 격하된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원전기술을 개발하고 원자력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에서 안전을 규제하겠다는 차관급 원안위원장은 호랑이 앞의 고양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30일 오전,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기구로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원자력안전을 중시한다는 박근혜 당선자가 원안위 개선사항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원안위 폐지와 위상격하를 시도하고 이를 위해 기형적인 구조와 꼼수에 불과한 후속조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영선 공동대표는 “IAEA가 계속해서 원자력 안전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해 왔지만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이후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지영선 대표는 이어 “원자력에 올인한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 직속기구로 원안위를 설치했는데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던 박근혜 당선인이 원안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일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혜정 집행위원장도 원안위 위상격화가 원자력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하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당선 전에 한 원전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김혜정 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신화가 붕괴돼, 국민의 70%이상이 원전확대에 반대하고 노후원전 폐기를 요구하는데 새 정부는 원자력 안전을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인 수준으로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IAEA는 각국에 독립된 원자력 안전기구를 두도록 권고해왔다. IAEA의 권고에도 한국과 일본만이 독립된 원자력 안전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있었으나 2010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 일 양국 모두 독립 기구를 설치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설치 1년만에 폐지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원자력 안전기구가 없는 국가가 됐다.

공동행동은 “법이 공식적으로 제정되기 전에 인수위가 원안위를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박근혜 당선인과 원안위는 당초의 약속과 원칙을 복기해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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