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가 ‘대테러 조치’ 아래 연행부터 재판까지 ‘피의자’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이집트 인권단체 ‘이집트인권발의’와 ‘폭력및고문희생자재활나딤센터’는 희생자 가족, 변호사와 인권활동가들의 진술을 토대로 피의자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납치, 고문, 불법 구속 등 사법 과정 전반의 문제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이집트인권발의’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이집트 정부의 ‘피의자’에 대한 인권 유린은 처참했다. 연행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은 자택, 거리 또는 직장에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다. 보통 검은 유니폼과 복면을 쓴 중무장 병력 또는 사복을 입은 자가 한밤중에 집에 처들어와 피의자 뿐 아니라 노트북과 휴대폰을 압수하고 심지어 돈과 다른 귀중품까지 가져 간다. 가족들은 때로 구타와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치안부대는 체포나 수사영장을 제시하지 않으며 연행 이유 또한 밝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이 연행과정을 납치’라고 불렀다.
피의자는 끌려간 후에는 ‘형식적인’ 재판을 받을 때까지 수감된다. 주로 악명 높은 이집트 북동부 이스마일리아 알아초울리 군사감옥에 수감되지만 관련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사라진 피붙이를 찾기 위해 전국 교도소와 경찰서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군사감옥은 그 자체로 고문이다. 4x6미터 크기의 감방에는 수감자 23-25명이 함께 갇혀 있다. 이들에겐 적절한 물과 음식, 건강서비스, 위생적인 생활용품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시설 내 통풍은 거의 되지 않으며 실내 온도는 매우 높다. 더구나 변기로 쓰이는 감방 안 양동이는 하루에 몇 분만 사용할 수 있다. 수감자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고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이들은 더욱 큰 고통 속에 있다. 옴과 이질뿐 아니라 신장합병증과 같은 질병도 확산되고 있다. 감옥에는 상주의사가 없고 가끔 기본적인 약품을 선택적으로 분배하는 의료인만 교대근무한다. 그들은 재판 전 고문에 의한 멍이나 상처를 덮기 위한 크림은 제공하지만 골절이나 타박상을 위한 약품은 주지 않는다. 또, 16세 청소년에서 60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감옥에서 생활한다.
증거 조작 위한 고문 횡행...구타, 전기쇼크, 거꾸로 매달기, 끓는 물 붓기
수감자가 감옥에서 나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눈을 가리고 수갑을 찬 채 받아야 하는 심문 기간뿐이다. 증언자에 따르면, 심문은 차로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다른 건물 내에서 진행되며 수감자는 이동 중 구타당한다.
주로 심문 중에 본격적인 고문이 시작된다. 가장 만연한 고문 방법은 구타, 전기쇼크와 ‘치킨’이라고 불리는 거꾸로 매달기다. 또는 수감자 몸에 끓는 물을 붓기도 한다. 고문의 주요 목적은 ‘테러’에 가담한 다른 개인에 대한 정보 그리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다. 고문까지 받지만 군사감옥에서의 수감 기간은 인정되지도 않는다. 피고 일부는 변호사의 동반 없이 카이로 국가안전국 또는 검찰청으로 이송되며 이후 아랍고등보안교도소 또는 다른 감옥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납치된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실종상태에 있다. 일례로 공항 노동자 모하메드 압델 타와브는 지난달 5일 카이로국제공항에서 국가안보국 요원들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납치됐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집트 인권단체들은 당국이 테러를 막고 폭력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인권 침해는 묵과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헌법,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 피의자가 자신을 변호할 권리 등을 포함한 공정한 사법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특히, 사법당국이 고문이나 협박으로 강요된 증거는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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