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15일, 'FIFA 대 민중'의 전반전은?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가상중계] TV에는 나오지 않는 월드컵 풍경

[편집자주]참세상은 월드컵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서 피파와 브라질 정부에 맞선 브라질 민중의 주요한 저항을 돌아보기 위해 ‘민중의 월드컵 전반전’에 대한 가상의 중계를 준비했다. 대화는 가상이지만 내용은 외신이 전한 사실에 기초한다.

[출처: ninja.oximity.com]

참세상(진행): 자, 브라질 월드컵이 딱 보름 지나갔고 또 보름이 남았습니다. 전반전이 종료된 셈인데,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룰루랄라 씨를 모시고 경기 전반전 실황을 들어보겠습니다. 세계 민중이 브라질 각 지역에서의 피파와 거리 민중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데, 먼저 현재까지 스코어를 설명해주시죠.

룰루랄라(해설): 피파 그리고 이와 합세한 브라질 정부. 그리고 이에 맞선 브라질 민중 양측 사이에서는 전반적 종료 직전까지 팽팽한 대결이 지속됐습니다. 브라질 민중은 “피파가 납치한” 월드컵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교육, 주거, 교통 등 공공서비스를 지원하라고 요구하며 집회, 거리 행진, 점거, 예술행동 등 다양한 형태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월드컵 114억 달러(약 12조원)의 85.5%가 국고에서 나왔는데 1100만명이 훨씬 넘는 브라질 빈민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들의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브라질 정부는 이에 맞서 군경을 동원해 삼엄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 경비는 삼엄하지만 피파와 브라질 정부는 처음부터 기습 공격을 당한 것 같은데요?

룰: 네, 처음부터 브라질 민중의 공세는 기습적으로 진행됐는데요, 지난 12일 개막전이 펼쳐진 상파울루 코리앙치스 경기장에서 브라질 과라니족의 13세 어린이는 평화의 비둘기를 날리고는 피파에 기습 공격을 감행해 위기에 처한 브라질 원주민의 권리를 알렸습니다. 주류 방송 카메라는 외면했지만 이 장면은 인터넷을 타고 파급되면서 외국에서는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등 주요 언론이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참: 애초 피파와 브라질 정부의 얼굴에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었죠?

룰: 네, 피파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 경기 직전 카타르 월드컵 유치 비리와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사망 소식이 보도되면서 패널티를 받고 경기에 출전한 상황이었구요, 피파에 합류한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 민중에 완패하기도 했고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시위대가 전열을 불태우면서 크게 긴장한 상태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은 올 10월 대선을 앞두고 메가 이벤트로 월드컵을 추진한 것인데 대회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지지율이 떨어져서 고심이 가득했었죠.

주요 격전...‘집없는노동자운동’, ‘블랙블록’, ‘오큐파이 에스텔리타 운동’

  상파울루 시청 앞 '집없는노동자운동' 점거 모습 [출처: World Riots 24/h]

참: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주요 격전을 조명해보도록 하죠. 가장 주목된 브라질 민중의 선수는 누구입니까?

룰: 단연 ‘집없는노동자운동(MTST)’을 꼽을 수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한-벨기에 경기가 펼쳐졌던 상파울루 출신이구요. 주거권 보장을 외치는 MTST는 세계 외신이 주목하는 가장 위력적인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기업 토지 점거, 도로 행진, 거리 시위에 이어 24일 상파울루 시청 앞을 점거하고 약 800명 규모의 농성을 3일째 전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애초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해 이들이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코너킥 골을 따냈지만 엇발차기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26일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인근에서는 피파에 맞선 시위도 진행됐는데요, 최근 연행된 활동가를 위한 석방 촉구 시위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역시 소수 활동가들에 대해 수백명의 기마경찰대와 특공대를 투입해 시위를 저지했는데요, 페어플레이 정신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때문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빗발쳤습니다. 하긴 호세프 대통령은 개막식에서부터 코린치앙스 관중들로부터 거센 야유 함성을 받은 바 있기도 합니다.

참: “과격한 플레이”를 펼치는 ‘블랙블록’이라는 선수도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블랙블록 [출처: NINJA 페이스북]

룰: 네, 골문으로 질주하는 블랙블록의 플레이는 가히 위력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우선 이 조직을 알 필요가 있는데, <로어매그>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블랙블록은 지난해 6월 버스비 인상을 계기로 터져나온 브라질 대중 시위 당시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조직이고, 주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두건을 쓰는 이들은 검은 옷차림으로 전선에서 공격수 중의 공격수로서 전투적인 투쟁을 지속해 왔습니다. 블랙블록은 주로 경찰과 대결하며, 경찰 차량을 비롯해 세계 자본주의 모순을 나타내는 은행, 초국적 기업의 상징을 부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는 블랙블록의 폭력 전술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사실 거리 시위대는 이들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브라질 교사들은 거리투쟁을 진행한 바 있었는데 당시 블랙블록이 경찰 폭력으로부터 교사들의 시위를 지켜주었다며 당시 SEPE 교사노조는 블랙블록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죠.

참: 하지만 시위대가 폭력을 쓴다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는 의견도 있을 것 같은데요, 블랙블록의 폭력 전술의 정당성은 무엇입니까?

룰: 그것이 바로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블랙블록은 폭력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블랙블록의 폭력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국가와 자본의 상징입니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는 경찰의 더러운 플레이 그러니까 공권력의 폭력에 맞선 방어적인 의미에서이죠. 즉, 블랙블록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 주위를 모으고 사회적, 제도적 반응을 선동하기 위해 행하는 것입니다. <로어매그>는 이러한 블랙블록에 대해, 주류 미디어는 명령구조, 내부의 계층 구조와 분명한 의제를 가지고 있는 한 조직으로 재현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사실 모든 개인이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국가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함께 하며, 무조건적인 연대로 묶인 한 그룹의 전술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참: 그러면 왜 블랙블록은 폭력 전술을 선택한 것일까요?

룰: 순전히 평화로운 시위는 어떠한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사람은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 평화로운 시위는 의미가 없다. 정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폭력에 주의를 기울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죠. 이들은 또 폭력 행위를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일반적인 불만족에서 기인하는 ‘분개’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로어매그>는 “‘분개’는 블랙블록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하는 청년들과 대화했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났던 말”이라고 지적하죠.

참: 우리도 예전에는 경찰의 집회시위 탄압에 맞서 화염병으로 저항했었는데, 90년대 후반 초국적 자본에 대항했던 반세계화 투쟁을 비롯해, 그리스, 이집트, 칠레,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급진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블랙블록의 ‘퍼포먼스’적인 폭력 전술에 대해서는 좀 더 큰 관심과 토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또 어떤 선수들이 있습니까?

  ‘오큐파이 에스텔리타 운동’ [출처: http://www.cartamaior.com.br/ 화면캡처]

룰: 상파울루에서 ‘집없는노동자운동’이 약 한달 전 농성촌을 꾸렸는데요, 브라질 동북 지방에 있는 페르남부쿠 주의 주도 헤시피에서도 사실 비슷한 시기에 점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오큐파이 에스텔리타 운동’인데요, 정부가 민간 자본에 헤시피 해안가를 매각한 후 호텔, 오피스텔 등을 포함해 12개의 초고층 건물 신축 공사가 시작되며 2년 전부터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이 저지 투쟁을 해왔고, 월드컵을 계기로 점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유지를 사유화하며 주민의 도로 접근권을 방해하고 경관까지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요, 브라질 정부는 역시 최루탄과 고무탄을 투입해 진압작전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제진압 소식이 알려지자 오히려 시위에 한번도 참여해본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지지자가 형성되면서 운동은 보다 활기차게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레드카드 받은 피파와 호세프

[출처: http://mashable.com/ 화면캡처]

참: 이렇게 저항하는 브라질 민중에 대해 피파와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강경 진압 조치를 고집하면서 옐로우카드를 받았다지요?

룰: 이미 호세프 대통령의 반칙에 대한 우려는 심각했었는데요, 결국 지난 26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월드컵 개막 주간 경찰이 시위대에 대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며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며 옐로우카드를 주었습니다. 26일 <레볼루션뉴스>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후 지금까지 119명이 연행됐고, 시위 중 다수의 부상자도 나왔는데요, 그만큼 경찰과의 대치는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호세프 대통령은 옐로우카드가 아닌 아예 레드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레드카드를 던지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서는 대통령에게 레드카드를 던지는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었죠.

참: 그렇다면 피파와 브라질 정부는 경기장에서 퇴장당한 것인데, 사실 월드컵은 아직 보름이 더 남아있죠?

룰: 네, 오늘 전해드린 3개 시위 그룹 외에도 인구 2억 명의 브라질 12개 도시에서는 개막 전부터 매일 다양한 도시에서 지역 주민조직, 인권단체, 원주민단체, 환경단체, 노동조합과 좌파정당들이 월드컵 반대 시위에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메가톤급 월드컵을 이용한 국가와 자본의 착취와 통제에 맞선 노동자, 빈민, 원주민들의 반격도 다양한 만큼 아마도 새로운 저항 소식들 계속 전해질 것 같은데요, 끝까지 민중의 저항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출처: <레볼루션뉴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위대가 경찰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출처: http://mashable.com/ 화면캡처]

[출처: NI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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