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사람들의 정당, 포데모스의 명암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1) 스페인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기자 말] 유럽 경제 위기 아래 각국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대중적 불만을 배경으로 유럽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흐름이 뒤따르고 있다. 신생 정치 세력은 대개 신자유주의적 긴축과 이를 강행한 보수-사민주의라는 기존 양당 체제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반대를 기반으로 하지만, 극우부터 좌파까지 다양한 정치색을 띠고 있다. <참세상>은 이러한 성격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는 유럽 6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신생 정당이 부상한 배경과 맥락을 짚어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정치를 위한 참조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최근 <가디언>이 세계가 반긴축, 반부패를 내걸며 1위로 부상한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에 매료됐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라고 지적한 것처럼 현재 스페인에서는 ‘시민들’이라는 뜻의 시우다다노스(Ciudadanos)라는 우파 정치 세력이 등장하면서 포데모스를 위협하고 있다.

포데모스가 좌파라면 시우다다노스는 우파다. 그리고 5월 지방선거와 11월 총선을 앞두고 포데모스가 스페인 여론조사에서 다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기성 보수 국민당, 사민주의 사회당과 함께 시우다다노스도 거의 공동 1위라고 부를만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원래 이집트 타흐리르, 미국 뉴욕 월가점거운동 등 2007/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부상한 대중적인 광장 점거운동을 기반으로 유일하게 독립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한 사례다. 과연 어떤 경로로 가능했으며 흔들리는 지지율은 무엇 때문일까?

[출처: www.jacobinmag.com]

스페인 경제위기와 보수 양당의 긴축

스페인 경제위기는 1990년 중반부터 주로 외국인 투자와 이를 발판으로 한 은행 대출로 형성된 주택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시작됐다. 보수, 사민주의 정부 모두가 추진한 이러한 경제 성장은 미국 2007/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를 맞으며 급락했다.

스페인 사회당은 2008년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자 경제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개혁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2010년 신규 채용과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노동개악, 2011년 65세에서 67세로의 정년 연장,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저작권 강화 등의 조치가 잇따라 시행됐다.

그러나 2010년을 고비로 부실 은행이 속출하는 등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회당은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당에 대패한다. 하지만 2011년 44.6%라는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를 업고 집권한 국민당이 취한 대처 역시 부실 은행 구제와 긴축이었다. 국민당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는 한편 EU집행위원회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쓰러져 가는 은행을 구제했고 비용은 민중에게 전가했다.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삭감 및 정원 축소, 교육, 보건 등 사회복지 예산 삭감, 병원 등 공공기관 민영화 등이 스페인 국민당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긴축 아래 스페인 사회 여건은 더욱 추락해갔다. 공식 실업률은 26%, 청년 실업률은 56%로 치솟았고 소득이 없는 가구는 현재 70만에 달한다. 스페인 노동조합 UGT에 따르면, 노동자 임금은 평균 7% 삭감됐다. 스페인에서 사는 어린이의 약 3분의 1이 가계 빈곤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포데모스의 등장

포데모스의 등장은 이러한 스페인 정치체제에 대한 저항을 배경으로 한다. 스페인에서는 2010년 경제 위기와 긴축을 문제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총파업했고 다양한 대중 시위도 전개됐다. 이 같은 긴축 반대 운동은 2011년 스페인에서 50개 이상의 시위캠프를 형성한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운동으로 퍼져나갔고, 바로 이 운동의 여파로 포데모스도 형성됐다.

전국의 인디그나도스 시위 캠프는 2014년 느슨하게 네트워크된 300개 이상의 지역 총회 운동으로 확대됐고, 이 운동의 주체들은 스페인 경제 위기 아래 심화된 강제퇴거, 의료사유화 등 긴축에 맞선 투쟁에도 직접적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이 시위 운동이 정당운동으로 발전한 계기는 2014년 1월 12-13일 제출된 “카드를 들자: 분노를 정치적 변화로 전환시키자”는 선언이 발의되면서다. 이 선언에는 마드리드국립대(UCM) 정치학자 카를로스 모네데로, 철학자 산티아고 알바 리코, 스페인 민주노총(CCOO)에서 이탈한 북부 히온 좌파경향노조(CSI) 전 위원장 칸디도 콘잘레스 카르네로 등 30여 명이 서명해 제출했고 같은 달 16일 포데모스의 정식 창당으로 이어진다. 이 선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현재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이 정당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포데모스는 좌파 대중주의, 대안세계화, 참여, 민주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소프트 유럽회의주의(유럽연합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연방주의에는 반대)’의 노선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좌파라고 부른다. 그러나 포데모스는 긴축과 나토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스페인 공산당이 주도하는 통일전선적 정치조직 통합좌파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여러 면에서 이질적이다. 우선 전통적인 좌파와는 언어와 프레임이 다르다고 지적된다. 특히 계급보다는 시민, 자본가보다는 카스트와 부패를 주요한 이슈로 제기한다. 또 참여적인 과정, 당내 의사소통에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재원은 주로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한다.

이러한 포데모스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를 얻어 54석 중 5석을 확보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결국 여론조사 1위로 무섭게 부상했다. 현재는 전국 35만 명이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포데모스(보라), 사회당(빨강), 국민당(하늘), 시우다다노스(주황), 통합좌파(진한빨강) [출처: www.thelocal.es 화면캡처]

포데모스와 스페인 통합좌파(IU)와의 갈등과 비판

이러한 포데모스는 스페인 좌파의 지지도 또한 끌어갔다. 실제 2011년 하반기 6%였던 통합좌파의 지지율은 2013년 13%까지 올라갔지만 포데모스의 등장과 함께 떨어지다가 올 3월에는 5%대로 추락했다.

포데모스는 주로 국민당과 사회당 정치인들을 ‘카스트’라면서 비판하지만 여기에는 대개 득표율 3위를 기록해온 통합좌파도 공공연히 포함됐다. 무엇보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사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지역 통합좌파가 경제 위기 아래 교육과 보건 예산을 삭감한 것이 문제가 됐다. 통합좌파는 지역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반긴축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 문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통합좌파 당직자의 탈세 문제도 불거져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됐다.

지난 13일 미국 사회주의 웹저널 <자코뱅맥(www.jacobinmag.com)>과 인터뷰한 통합좌파 중앙당직자 입후보자 알베르토 가르존에 따르면, “통합좌파 내 일부는 조직을 사회당을 위한 창구나 선거 기구로 보며 사회운동에는 별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변화해야 할 지점”이라고 인정한다. 또 “통합좌파는 스스로 변화를 잘 진단해오긴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충분히 의욕적이지 못했다”면서 “조직의 변화보다 사회가 더 빠르게 바뀌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좌파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포데모스가 대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들은 포데모스가 지역 총회에서 정책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도부 일부가 결정하는 ‘전제적인’ 양상을 보이며 또 선거 승리만을 목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창당 초기에는 통합좌파의 의제를 ‘복사’해 좌파적이었지만 현재는 보다 대중적으로 용의한 ‘반부패’ 구호에 집중하는 등 유럽의회 선거 때보다 지향은 더 모호해졌다고도 말한다.

스페인 통합좌파는 이번 선거에서 독자노선으로 출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마드리드에서 통합좌파 지도부는 마드리드 포데모스의 이름인 ‘가네모스’와 함께하고자 했지만 공산당이 반대하고 있어 논란 중에 있다. 1986년 스페인 나토 가입을 계기로 이에 반대하여 결성된 스페인 통합좌파에 30년 만의 위기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실되는 지지도와 시우다다노스

그러나 포데모스는 최근 곤혹스러운 과정을 밟고 있다. 스페인 주류 언론들이 포데모스 당직자 탈세, 베네수엘라 정부의 불법 지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지도는 서서히 유실되고 있다. 포데모스는 보수 언론의 공격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문제는 포데모스가 제기한 정치인 부패 문제는 실수까지도 악마화하여 정치 토론을 도덕주의로 대체한 위험을 낳은 것이라는 평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포데모스가 잃고 있는 지지율은 그의 우파 모델인 시우다다노스가 가져가고 있다. 시우다다노스는 설립된 지 약 10년이 지났지만 두각을 보인 것은 최근 일이다.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고 스페인어를 고수하는 이들은 애초 카탈루냐 바르셀로냐의 지역 정당이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강화된 카탈루냐 독립 운동을 계기로 인기를 끌면서 2013년 전국 정당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창당 때에도 여러 번의 공개 회의를 진행할 만큼 기성 정당에 대한 반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중도좌파라고 부르지만 사실 경제정책은 우파적이며 기업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우다다노스는 분노, 정의, 웅변적인 젊은 지도자, 정직함을 위한 호소, 비이데올로기적인 유권자라는 포데모스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가디언>은 포데모스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전제로 “포데모스는 공분을 이용해 기성 정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데올로기 없는 이 방식은 이제 시우다다노스를 위해 작동하고 있다”면서 “결국 은행에 대한 분노가 촉발하며 등장한 반부패 의제는 친기업 정당을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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