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이 당신네들을 구원할 것이오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8) - 인권교육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는 도통 들으려고 하지 않는 윗분들에게 솔깃한 제안 하나를 드리려 합니다. 모두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시니 그 차원에서라도 구미가 당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게 투자하고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더군다나 정부 예산을 대폭 아낄 수 있는 전략이니 한번 들어보시렵니까.

대통령선거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아예 답부터 말씀드리죠.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반듯하게 세우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핵심키워드는 바로 “인권교육”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인 인권교육의 실시가 바로 사회적 비용 절감의 지름길입니다. 차별을 예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이미 일어난 차별을 시정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적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일상 생활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언어나 신체적 폭력, 편견에 기반한 불이익 주기나 괴롭힘과 같은 차별행위들은 성긴 그물 같은 법과 제도로는 다 막을 수 없습니다. 인권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도모될 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여기까지의 논의를 수긍한다면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더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21세기 인권교육의 지향점에서 결코 삭제될 수 없는 필수 항목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의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두는 일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를 차별하는 것은 육체적 성별에 기반을 둔 이분화 된 성역할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동성애자가 아님을 증명해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이성애자의 삶도 왜곡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권교육은 동성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차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지를 배우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특히, 성적소수자들이 국가 기관이나 교육 기관, 기업 등을 비롯 거의 모든 삶의 공간에서 공공연한 차별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성적소수자의 구체적 차별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은 성적소수자의 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너무나 뿌리 깊은 편견과 사회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차별이 가시화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의 반영입니다. 이렇듯 오랫동안 마치 사회적 규범인양 차별이 합리화되고, 멸시하고 혐오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져 온 차별 사유일수록 국가가 더욱 앞장서서 시급히 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편견과 차별을 방기하고 조장해온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기도 할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으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쉽게 정리해 드릴까요?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잘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 맞지요? 사회통합력이 키워졌을 때 경제가 더 튼튼해지고, 합리적인 사회의식이 서야 나라가 반듯해지고, 그 속에서 억울한 차별이 없어야 사람들이 행복해지겠지요? 자, 그럼 대선후보님들 제발 빨간 밑줄 한번 쫙 그어주세요.

범국가적 차원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행정 기관, 사법 기관, 입법 기관, 교육 기관, 기업 차원의 성소수자 인권 교육은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성소수자 및 성별/성적 정체성 관련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가 및 담당 강사 양성 등 적극적인 인권 교육 지원 시스템의 마련도 필요합니다. 그리 어려운 공약은 아닐 거예요. 네? 후보님들!
덧붙이는 말

한채윤 님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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