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수정 제안한 기간제 노동자 사용 사유의 폭과 관련, 노동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은 12일 '기간제 사용사유 확대안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절차상,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장투쟁단은 "자본과 정권이 기간제 사유제한을 수용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확대 제안된 내용이 법제화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긴 해도, 법제화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 비정규투쟁에서 확대 제안된 내용이 하나의 기준이 되어 노동계의 요구안이 되어 버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노동해방 실천연대'(해방연대)도 12일 민주노동당의 수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방연대는 "당의 수정안은 비정규직 투쟁에 치명적인 것"이라며 "일부의 양보를 위해 비정규직의 양산을 허용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의 당인 민주노동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당의 공식적 기구가 아닌 권영길 의원과 단병호 의원의 논의를 통해 외부로 공표된 것은 중대한 오류"라 지적하고 "비정규직 철폐의 대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수정안"이라 비판했다.
'다함께'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수정안은 전비연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제출됐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을 엄격하게 해야 비정규직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면서, 사유를 이처럼 늘리게 되면 기간제 고용의 남용을 막자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부적절한 타협과 후퇴라는 '교섭의 덫'에 걸렸다"라거나 "집권당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고 강행 처리하게 하는게 차라리 낫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확대
단병호 의원은 지난 8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존의 기간제 사용사유 4가지에 6가지를 추가한 안을 제안했다.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계절적 사업의 경우
5.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6.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7.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8.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9. 안전조치를 위한 긴급한 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민주노동당은 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각각의 사유 자체가 매우 포괄적인데다가 10호에는 기간제에 대한 일반적 사유까지 두었기 때문에 그 폭이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단병호 의원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10가지를 기간제 사유로 열어 준다면 실제 기간제 사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합리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상시적 업무가 아닌 일시적 업무에 있어서는 모든 부분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정안에 반발하는 측에서도 이런 정도의 사용사유 확대라면 사용자가 사실상 자유롭게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여당이 '사유제한' 자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어, 민주노동당의 수정안 제출이 사유제한을 반드시 따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해도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양보안을 내놨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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