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 결과 여야 브리핑, 정쟁꺼리로 전락

황우석 키운 공모자들 자기반성 의사 없어

서울대 조사위가 "2004년 논문도 조작되었다"고 발표함에 따라 황우석 사태는 굵은 마침표를 찍었다. 황우석 사태의 가해자는 황우석 신화를 만들고 찬양해왔던 소수의 공모세력인데 비해, 피해자는 황우석의 거짓에 농락당한 사회구성원 모두이다. 공모세력의 대강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공모자들 중 정치인들은 사회구성원들의 분노와 냉소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미 1차 조사 발표와 이후 추가 거짓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한 발을 빼거나 함구 모드로 돌입한 황우석 찬양 정치인들, 10일 서울대 조사위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특별한 댓구를 하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앞서가는 사람이자 우리의 희망이므로 보호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던 정동영 의원, "우리나라의 보배 중 보배인데 편찮으면 안 된다"고 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숱한 시련을 안겨주고, 신화를 전복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게 강하게 말하고 싶다"고 했던 손학규 경기도지사, "연구단계에 있는 과학적 결과물을 과도하게 취재하고 파헤치려 함므로써 우리 학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과학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 사태"라고 했던 이해찬 총리, "나도 MBC PD수첩의 이 보도가 짜증스럽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 "부당한 방법으로 과학자를 못 살게 구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하고 광고 끊어지고 난리 아닙니까"라고 했던 유시민 의원, 그리고 '황우석 교수와 함께하는 의원모임' 43명...

서울대 조사위의 결과 발표 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지도급인 이들은 직접 발언에 나서지 않는 대신 각 당의 대변인들이 사태 수습용 브리핑을 내놓았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표는 '대한민국 희망의 연구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황우석 사태로 대한민국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는 황우석 연구실 말고도 '희망의 연구실'이 많다는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마저도 정쟁거리로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과학기술지원 체계의 총체적 점검을 통해 우리 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반등의 계기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정당으로서 사죄와 반성을 담기는커녕 정쟁거리로 삼지말라며 손사레를 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조사위 발표를 조금 앞둔 시점에 발표한 브리핑에서 "2004년 논문까지 가짜라고 한다. 그렇다면 청와대 박기영 과기정 보좌관이 공동 저자로 되어있는데 박 보좌관은 명예 상납을 받으면서 가짜 논문의 공저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황우석을 찬양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동에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박기영 보좌관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는 모든 사실을 밝히고, 소위 황금박쥐 등 연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 차원의 조사를 진행하고 "국회에 등원하게 된 후에는 국정조사를 할 것"이니 "각오하시라"는 멘트와 함께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그래도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유종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그래도 생명과학의 발전과 국익을 위해, 그리고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황 교수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이렇게 되기까지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관리책임도 크다"고 짚고 "(박기영 보좌관을) 당장 파면조치해야 한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세를 폈다.

한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오늘 오전 이병완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수 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박 보좌관이 비서실장에게 구두로 사의를 밝혔지만 정식으로 사표는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사표가 제출되면 인사권자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우석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을 피해가지 못할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병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인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밖에 황우석 사태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 결과 발표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 대해 여야 누구도 자기반성이 없는 가운데 황금박의 거취와 관련한 여야 정쟁만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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