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조직혁신... 도덕성과 진실성 깃들기를

[기자의눈] 임원 선거와 이석행 지도부 출범을 보면서

이석행 민주노총 집행부가 닻을 올렸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의 2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10년의 민주노총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어갈 이석행 집행부의 출범에 큰 박수를 보낸다.

갓 출범한 집행부에게 구구절절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소원도 부담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석행 위원장은 싸울 만큼 싸웠고, 겪을 만큼 겪었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도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

부담은 버리고

강승규 비리 당시 사무총장 운운도 새로운 위원장의 몫이 아닌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문제로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간간선제 든, 무엇이든 간에 민주노총의 선택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의원대회도 직선제 안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왈가불가 할 필요는 없다. 투표가 끝나면 직선제 안이 처리되지 못할 거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아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도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대표로 참여한 대의원들이기에.

물론 투표 전에 직선제 안건을 처리하자에 대해 찬성을 하지 않은 대의원들이 어느 연맹 자리에 많이 앉아 있었는지, 투표 뒤에 안건 처리를 위해 남은 대의원들이 누구였는지, 그 자리에서 충분히 보고 익혀 두었기 때문이다.

이석행 집행부에게 과거의 짐은 잠시 내려놓게 하고, 미래만을 묻자.

미래만을 묻는다

직선제 안이 나왔으니 잠깐 할 말을 하자. 직선제 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혁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노협의 성과를 이어받아 대기업 노조와 전교조, 공무원 등 크고, 중심적인 노동자 세력을 한 곳으로 집결한 성과를 가져왔다. 양적인 면에서도 한국노총을 앞서 명실상부한 제1노총의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이 힘을 몰아 대기업 노조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서, 민주노총의 큰 과제인 산별 진입이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결코 대기업이 산별을 삼켰다고 보지 말자.

하지만 이 성과가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제부터 얼마나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나누려고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10년은 대기업과 정규직, 그리고 규모가 큰 조직에 많은 힘을 쏟았다.

10년동안 쏟은 민주노총의 힘과 성과를 이제 어느 곳에 쏟아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직선제도 비정규 할당도 형식의 변화나 무늬의 바뀜,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무늬만 바뀔 것인가

금속노조 선거에 여러 의견그룹들이 후보를 냈다. 공통점은 모두 대기업노조, 그것도 특정 기업의 후보를 위원장 또는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비정규직 문제를 앞 다투어 공약을 낸 그룹들이, 후보를 내는 데에는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에 문제를 던지고 싶다.

그 특정기업의 후보군의 기업에서 진행된 지난 1월 5일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볼 때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산별노조 전환 이후 비정규직-관리직을 포함하는 1사 1조직 안이 상정되었으나 대의원들은 부결시켰다. 전체 조합원 총회도 아닌 대의원대회에서.

이건 금속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로 민주노총의 문제다. 대기업과 공무원 등 큰 노조들을 묶어낸 민주노총이 한발 전진하고, 영세중소기업.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대표 노총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딛고 일어설 문제다.

민주노총이 영세중소기업, 비정규, 미조직 사업장 노동자를 안아오는 것이 10년의 성과를 토대로 이후 10년의 민주노총 생명을 결정할 중차대 과제라고 여긴다면 이석행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지금처럼 가면 될 것이니까? 하지만 이석행 집행부가 위기의 본질을 더 절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직선제

비정규 부위원장 한 명 할당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큰 조직들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배려할 때 가능한 일이다. 임원을 직선으로 뽑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형식이고 절차일 뿐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비정규직은 10%내외일 거라고 본다. 만약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노동운동의 중심과제로 여기고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들에게 조직력이 큰 노조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의 한 표는 10표의 효력을 준다든지, 대기업은 500명의 1명의 대의원이 아니라 2,000명의 1명의 대의원을 배정한다든지.

약한 자에게 힘을 더 주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당에서 장애인과 여성들에게 할당을 주지 않는가.

금속에서 특정 기업에 편중된 후보가 나오는 일이 없을 것이고, 각 의견그룹에서도 적극적으로 중소영세,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 사업에 나설 것이다.

비정규 할당 부위원장을 두는 등 형식에 대해서는 반대다. 현재 여성 부위원장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내용과 민주노총의 활동 면에서 할당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가는 의문이 남는다. 의결권에 적극적으로 조직의 소수가 참여할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색내는 민주주의, 때깔 좋은 할당제는 하지 말고.

대기업 기득권을 양보할 때

이번 선거에서 비정규직 문제, 직선제 실시를 후배들이 모두 외치며 선거에 나섰지만, 대의원대회에서 보인 모습은 실망이다. 진실성에서 대의원대회를 바라보는 노동자,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아니올시다’ 다.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은 얼마나 약자의 품에 서있는가 다. 거기에서 진실성이 나오고 도덕성을 알 수 있다. 비정규를 외친다고, 총파업을 외친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노동자와 국민들이 민주노총을 믿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과 진실성이 참다운 전투성도 만들 것이다. 새로운 집행부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선거에 후보를 낸 의견그룹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문제다. 대의원대회에 당선을 위해 조직하였는가? 아니면 민주노총의 전진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조직했는가를.

이번 대의원대회에 놀라운 참석률을 보여준 대의원 여러분과 큰 짐을 맡은 이석행 집행부, 그리고 민주노총 혁신을 위해 선거에 임한 의견 그룹에게 큰 절을 올리며 한마디만 한다. 도덕성과 진실성이 깃든 노동운동을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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