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연정의 바보같은사랑](99) 콜텍 임재춘 씨 단식농성 36일 차, ‘화가난다’ 집중문화제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2007년 사측의 일방적인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지 13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2일, 콜텍의 해고노동자 임재춘 씨는 콜텍 사측에 ‘정리해고 사과, 정년이 되기 전 명예복직, 해고기간 보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임재춘 씨가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몸과 마음을 견디며 단식농성을 한 지 4월 19일이면 39일 차가 됩니다.

4월 15일부터 9차 교섭을 재개하여 정회를 거듭하며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측의 변함없는 태도에 임재춘 씨를 포함한 콜텍 해고노동자들은 좌절과 절망을 마주하며, 실낱같은 희망과 연대동지들의 연대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교섭은 계속됩니다. 콜텍 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으로 최근의 상황과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고민, 연대동지들의 응원을 담은 임재춘 씨의 단식농성 36일 차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 <필자 주>


새벽에 깨면 이대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4월 16일 저녁,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화가난다’ 화요일 집중문화제 준비가 한창이다. 교섭이 잘 마무리 되어 승리보고대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시간 50분 만에 마무리 된 이 날 교섭에서 노조 측은 타결을 위해 복직 방안과 해고기간의 보상과 관련해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사측은 정리해고 사과 불가(노사 모두 유감 표명), 복직 당일 퇴사(직원으로서의 일체 권리포기요구 포함), 해고기간 위로금 최초 제시안 변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교섭은 다음날 다시 열릴 예정이지만, 사측의 변함없는 태도에 콜텍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 모두 침통한 표정이다.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36일이 되는 임재춘 씨는 단식농성 천막에서 연대 방문 온 이들과 함께 있다. 필자가 사진 촬영을 하자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포즈를 취해준다. 배려심과 정이 많은 사람이다.

재춘 씨는 언제 어디서든 보면 늘 반갑게 인사하고 아는체 해준다. “밥 먹었어?” “저기 가서 밥 먹어~” 하며 연대온 이들을 살뜰하게 챙겨주기도 한다. 그런 재춘 씨가 참 고맙고,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했다. “콜텍은 왜 안와? 콜텍도 취재하러 와~” “연정 책 언제 나와? 내 책 홍보 좀 해줘~” 익살스럽게 이야기하던 모습도 밉지 않았다.

7시가 되니 재춘 씨가 초록색 목도리를 하고 나온다. 목도리에 대해 물으니 “페북에 올렸자녀.” 한다. 알겠다고 페북을 보겠다고 했다. “페북에다 썼자녀. 페북 안 봐?” 요즘 뭔가 물었을 때 재춘 씨의 단골 대답이다. 체력 고갈이 확연하게 느껴져 가능한 인사도 간소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재춘 씨의 첫 발언으로 문화제가 시작된다. 재춘 씨는 박영호 사장에게 쓴 편지글을 낭독한다.

  단식농성 36일 차, 임재춘 씨 [출처: 연정 작가]

“콜트 콜텍 기타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로 인해 한국 기타 브랜드의 명성이 망가졌습니다. 사장님이 대전 공장에 오면 언제나 기분 좋다고 하셨지요? 그러나 이제 사장님이 기분 좋아할 한국 기타는 없습니다.

만약 사장님께서 직접 대화를 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해고자와 대화로 결단을 내서 한국 브랜드 명성을 다시 세우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가 단식하면서 기타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공장에 다닐 때 정년퇴직을 해도 기타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기타 기술만 알고, 지금도 기타 이야기만 하면 즐겁고 행복한 기타 장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리해고 후에는 꿈을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제 몸 상태를 모릅니다. 잠들어 있다가 새벽에 깨면 이대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장님, 우리들은 정리해고로 가정은 파탄 나고, 부채만 남았습니다. 가족관계는 깨지고 신뢰 잃은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소망은 가족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뿐입니다.“

재춘 씨는 편지글 낭독을 마치면서 자신의 마음을 박영호 사장이 알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죽으면 여기서 열사의 그것도 없이... 내가 쓰러지면 세 명 포기하고 내려가겠습니다.”

재춘 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수를 칠 수 없었다. 사회를 맡은 랑 ‘인권공간 활’ 활동가가 “사람들이 함께 이 농성장에 있을 때 임재춘 조합원이 가장 힘을 받는다”며 응원의 박수를 요청하자 그제야 참석자들이 박수를 친다.

교섭, 벽 보고 대화하는 것 같다

사회자가 임재춘 씨의 발언에 이어 교섭 등 경과보고를 위해 콜텍지회 이인근 지회장에게 발언을 요청한다. 옆에서 음향 기계를 만지고 있던 이인근 씨가 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콜텍지회에서 투쟁하는 조합원은 3명이다. 임재춘 씨는 단식을 하고, 이인근 씨는 음향을 본다. 그리고 김경봉 씨는 콜텍 투쟁을 알리기 위해 생방송 촬영을 한다. 조합원들의 ‘일당백’ 자세와, 함께 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오지 못했을 13년이다.

“작년부터 어제까지 사측과 교섭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한가지였습니다. 벽 보고 대화하는 것 같다는 거였습니다. 이 교섭 상황에서 한 발짝도 뗄 수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인근 지회장은 2014년 대법원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회사는 사과할 이유도 없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이유도 없으며.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해왔다고 그간의 교섭 내용을 공유했다.

“그 판결이 이명박 박근혜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그들의 정책을 돕기 위해 거래된 재판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법원을 가든지 청와대를 가든지 거기 가서 이야기를 하라’는 겁니다. 그런 수치와 모욕을 당해가며 오늘까지 교섭을 진행 했습니다. 회사의 안은 똑같습니다. 자신들이 제시했던 안에서 단 한 발짝도 아니 단 1cm도 진전된 안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동조합 보고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자신들이 이 정리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해고노동자들과 대화할 필요도 없는데, 도의적인 차원에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화요 집중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 [출처: 연정 작가]

더 많이 포기하라? 많은 갈등 속에 와있습니다

이인근 지회장은 콜텍지회가 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판례로 인해 부당한 정리해고임에도 정당한 해고라는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이를 포기해야할 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곳으로 농성 거점을 옮기면서 저희들의 투쟁 목적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더 많은 것을 포기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갈등 속에 와있습니다. 사측이 요구하는 대로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 싸움을 포기하는 것이 옮은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힘들더라도 우리가 갖고 왔던 목표를 위해서 투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습니다.”

인근 씨는 진행되는 교섭 과정 속에서 생긴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다 때려치우고 이 현장을 떠나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이 투쟁은 곧 연대자들의 투쟁이기도 하기에 조합원들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도 더욱 더 힘차게 연대해주시고, 저희들이 이 투쟁의 끈을 스스로 놓는 일이 없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올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옆에서 채찍질 해주십시오.”

콜텍 교섭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문화제에 함께 했다. 지난 1월, 426일 굴뚝농성과 33일 단식농성 끝에 회사와 합의를 했던 파인텍지회 5명의 조합원도 참석했다. 교섭이 있어 올라왔다가 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왔다는 이들은 발언과 함께 박준호 조합원의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노래공연으로 함께 한다. 파견미술가 이윤엽 씨는 박영호 사장의 캐리커쳐를 그려 콜텍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발언하고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들 [출처: 연정 작가]

하지 못한 한 마디는 결국 잊혀질 것이다

교섭 상황이 좋지 않아 분위기는 무겁지만, 뺨을 스치는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집회하기에 딱 좋은 봄밤이다. 가수 김가영 씨와 문진오 씨로 구성된 ‘노래하는 나들’이 등장해 아름다운 노래 선물을 한다.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날,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첫 곡을 나눈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 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 김민기 글·곡 <아름다운 사람>


  ‘노래하는 나들’의 공연 장면(왼쪽이 김가영 씨, 오른쪽이 문진오 씨)
[출처: 연정 작가]

36일 굶어 뼈만 앙상한 재춘 씨도, 텅 빈 눈빛으로 음향기계를 만지고 있는 인근 씨도,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경봉 씨도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음악에 빠져든다. 세 사람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 콜텍지회 노동자밴드 ‘콜밴’의 멤버들이기도 하다. 투쟁이 잘 마무리 되는 날, 콜밴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노래하는 나들’의 두 번 째 곡은 <귀가>라는 노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총총히 돌아서 갔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 가는 걸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 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 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못 한 따뜻한 말 한 마디는 결국 잊혀질 것이다
결국 잊혀질 것이다
- 도종환 글·문진오 곡, <귀가>


묵묵히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김경봉 조합원, 그는 어떤 심정일까? 경봉 씨는 올해 정년을 맞는다. ‘얼마나 속상하냐고, 괜찮냐고, 힘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다. 오늘 하지 못 한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결국 잊혀지게 될까.

‘노래하는 나들’의 마지막 곡은 <상록수>와 <나무>다. <상록수>의 노래 가사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노래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름답게 살려고 싸우는 거예요

종교계의 지지 발언도 이어진다. 김정대 신부는 공동체를 살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콜텍 사측은 이런 자리가 있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이날 저녁 선전전 할 때 있었던 강아지 네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심각하게 피켓팅을 하던 사람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의 등장으로 ‘무장해제’ 당했다고 한다.

  파견미술가 이윤엽 작가가 그린 콜텍 박영호 사장의 캐리커쳐 [출처: 신유아(문화연대)]

“이게 사람이죠.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게 사회 구조의 문제인 겁니다. 오늘 강아지 네 마리가 삶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왜 싸워요? 이렇게 아름답게 살려고 싸우는 거예요. 잊지 맙시다.”

김정대 신부는 30년 전 수도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던 계기를 이야기한다. 30년 전 반도체 회사 엔지니어로 일할 때,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고 한다. 노동조합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김정대 신부는 회사 구사대로 끌려갔다. 구사대를 할 수 없었던 김정대 신부는 회사를 뛰쳐나갔다. 3일 만에 회사에 돌아오니 노조는 백기투항을 했고, 인사위원회가 열려 거기에서 사장과 한 시간 설전을 벌였던 김 신부는 1달 출근정지 처분을 받았다. 인사위원회가 끝나고 당시 김 신부를 아껴주던 상사가 물었다. “김주임, 거기서 무슨 말 해야 되는지 몰랐어?” “알지요. 거기서 무슨 소리를 해야 되는지.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김정대 신부는 그때 그 상사가 이야기했던 대로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 자신은 불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외로운 눈물과 아픈 이별 안고 다시 기다리는 봄

“콜텍 세분을 보면 이게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이에요. 여러분들을 지지합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싶어 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마세요. 힘을 냅시다. 교섭이 쉽게 이루어지진 않을 건데, 여러분들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요.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마세요.”

김정대 신부는 사람이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법에 주눅 들지 말고 길들여지지 말라는 당부도 한다. 콜텍 개신교대책위원회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격려의 말을 나눈다. 문화제 마지막 순서로 몸짓패 ‘들꽃’이 앵콜도 마다하지 않고 많이 힘들 텐데 네 차례의 춤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몸짓 공연을 하고 있는 몸짓패 ‘들꽃’ [출처: 연정 작가]

“박영호 사장이~! 사과하라~!! 박영호 사장이~! 책임져라~!!”

힘찬 구호와 함성으로 문화제가 마무리된다. 문화제가 끝났어도 참석한 이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재춘 씨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필자도 재춘 씨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나서도 발길을 바로 돌리지 못하고 농성장 주변을 서성인다.

콜텍 농성장 한 켠에 ‘13년 콜텍 노동자들의 고통을 끝내야 하는 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현수막이 걸리기 전에 그 자리에는 ‘3월에 끝내야 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고운 자태를 뽐내던 벚꽃도 어느새 다 졌다. 하지만, 콜텍 해고노동자들에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이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봄날을 기다리며 농성장을 떠난다.

  웃고 있는 세 명의 콜텍지회 조합원들 [출처: 신유아(문화연대)]

늘 푸르름으로 사는 나무야 눈 내린 겨울에 새하얀 고운 옷 입고
다시 올 봄을 기다리는 뜨겁던 여름날 비바람 속에
외로운 눈물과 가을날 아픈 이별 안고 다시 올 봄을 기다리는
다시 맞을 봄날에 한 가닥 나이테를 더하고 더욱 커진 푸른 꿈들을
두 팔 벌려 세상에 펼치리 더욱 커진 푸른 꿈들을 두 팔 벌려 세상에 펼치리
- 문진오 글·곡 <나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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