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든다던 코레일, 비정규직 225명 대량해고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21)코레일 비정규직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이야기③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17년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3단계에 걸친 정규직 전환 절차에 들어간다. 기간제 노동자와 함께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노동존중사회’ 정신을 구현하고, ‘공공서비스 질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간접고용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시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면서 대상 기관의 적지 않은 수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선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67%가 자회사로 전환됐다. (고용노동부, 2020년 8월, 「공공부문 1단계 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 실적자료(5차)」’)

지난 수 년 간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자회사가 이름만 ‘정규직(무기계약직)’일뿐 평생 호봉과 복지혜택 없는 최저임금, 인력부족과 강화된 노동강도, 정년 단축으로 인한 대량해고 등 기존 민간 용역회사 만도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회사는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원청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아무 권한 없는 사실상 용역회사에 불과했다. 2019년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한국도로공사 1,500명의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직접고용 판결을 받았음에도 해고돼 7개월간의 투쟁을 해야 했다. 이들은 사측과의 합의 없이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으로 복귀했지만, 업무배치와 직위해제 등의 문제로 투쟁을 계속 하고 있다.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역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사례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만들어낸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노동자에 대한 대량 해고 문제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2월 9일 현재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66일 간의 전 조합원 총파업에 이어 26일 째 간부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주>


  1월 21일 청와대에서 피켓팅 중인 주차 기간제 해고노동자 김욱 씨. 2019년에 이어 두번째 해고를 당해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출처: 연정]

용역으로 돌려놨으면 좋겠어요

“자, 힘차게 어제처럼 외쳐보겠습니다. ‘정년 없이 복직’ 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왜 헷갈리노.”

“복직 없이 정년 없다 현장으로 돌아가자! 현장으로 돌아가자! 투쟁!!”

“김진숙을~ 현장으로! 현장으로! 현장으로! 투쟁!!”


2월 3일 경기도 평택시 진위역 앞.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하는 희망뚜벅이 30일 차 시작에 앞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출발하려는데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진위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무기계약직인 이 노동자는 인사를 마치자 급하게 다시 역사로 들어간다. 2인 1조로 근무하고 있어 자리를 길게 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몸자보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것은 행진으로 집시법상 신고대상입니다. 신고하지 않고 행진하는 경우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행진신고를 하거나 몸자보 착용 없이 이동하기 바랍니다. 또한 평택은 코로나 관련 5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집시법 위반과 코로나19 관련 경고방송으로 위협했지만, 70여 명이 무탈하게 진위역을 출발한다. 한파 예보에도 햇살 좋고 바람이 없어 행진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걷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행진대오가 금세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뉜다. 한국게이츠와 대우버스 등 해고노동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시종일관 선두로 걷고 있다. 이들은 길안내와 교통통제를 하며 진행을 돕고, 경찰과 싸우고 길을 내며 행진한다.

‘코레일 용역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비정규직 살고싶다’는 몸자보를 한 코레일네트웍스 해고노동자들도 대구에서부터 함께 걷고 있다.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고용보장 요구를 걸고 66일 총파업을 진행했건만 사측은 요구사항 수용은커녕 파업 기잔 중에 205명의 노동자를 해고 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때문에 기간제 노동자 3명과 2019년에 해고된 16명을 포함해 총 225명의 60대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지난해 말에는 기간제 주차 노동자 3명을 노조활동과 파업참가 등을 이유로 해고했고, 그 전 해에 해고되어 복직한 노동자를 또다시 해고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사기 당한 기분이에요.”

“사기 당한 기분이 아니라 사기를 당했지.”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 한마디 잘 못해갖고 쫓겨난 사람들이에요.”

“그래도 공공기관인데, 전혀 나아진 건 없고 해고라니 참...”

“그냥 원 상태로 돌려놨으면 좋겠어요. 무기계약직보다 용역이 더 낫죠. 그때는 연차도 더 많았고, 70세까지 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용역이었을 때는 계약을 계속 해줬는데,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시키더니 1년도 안 되서 12월 31일 날 해고를 시켰어요. 너무 뼈아프죠.”


휴식 시간에 해고 경위를 묻자 코레일네트웍스 해고노동자들의 성토가 이어진다. 해고노동자들은 이런 게 무슨 정규직이냐고 했고, 차라리 용역업체 소속일 때가 나았다며 용역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2018년 8월 코레일(오영식 전 사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정규직 없는 코레일’을 만들겠다며 정규직 전환 방식 결정 완료 보도자료를 낸다. 정규직 전환 대상 6,769명 가운데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차량 정비와 선로·전기·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1,513명은 코레일에서 직접고용하고, 5,256명은 코레일 계열사에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전철 내 질서유지, 역무, 건축물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1,506명은 기존 용역계약이 종료되는 다음 해부터 단계적으로 계열사인 코레일테크와 코레일네트웍스 등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와 전문가가 힘을 모았다”고 자화자찬 했다. 오영식 전 사장은 그 결정이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코레일네트웍스지부가 상시·지속 업무를 하고 있는 모든 코레일 비정규직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80일 간의 농성을 진행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전환 실적 사용후 용도폐기 처분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희망뚜벅이에서 만난 김옥길 씨는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경인선 전철에서 이동상인·부정승차·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단속 등 질서지킴이 업무를 6년 동안 해왔다. 김옥길 씨는 57세가 되던 해에 대청SH라는 용역회사에서 기간제 근무를 시작했다. 2년 뒤 용역회사가 삼정(SJ파워)으로 바뀌었지만, 옥길 씨는 고용승계가 되어 기존에 하던 업무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용역회사는 해마다 재계약을 하거나 업체가 바뀌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특별한 개인 사정이 없는 한 건강이 허락한다면 70세까지 근무하는 게 관례였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55세 이상 되는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자의 경우 이들의 고용촉진을 위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노동자로 사용하는 것(정규직 자동전환 예외 조항)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김옥길 씨 역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70세까지 근무할 것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2019년 말, 옥길 씨는 갑자기 용역회사 노동자들이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레일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실적 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회사는 코레일네트웍스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며 사인을 하라고 했지만, 용역회사 노동자들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2월 3일 희망뚜벅이 30일차 행진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국게이츠 대우버스 코레일네트웍스 등 해고노동자들 [출처: 연정]

“저희는 무기계약직으로 넘어갔다가 해고된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전환되는 거 싫다, 그냥 남아있겠다고 했어요. 용역회사에 있으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데, 무기계약직은 61세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파업도 했는데, 결국 넘어오게 된 거죠.”


김옥길 씨는 작년 1월 1일 자로 코레일네트웍스 무기계약직으로 신규 입사를 해서 최저임금 받으며 1년 근무하고 지난 연말에 해고를 당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옥길 씨가 무기계약직으로 넘어올 당시 이미 코레일네트웍스 정년(61세)을 초과한 63세였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코레일네트웍스는 65세가 넘은 노동자들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무기계약 전환자들 중에는 70세가 넘은 48년 49년생도 있다. 회사는 정규직 전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미 자회사 정년이 지난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서(무기계약직-정년초과)’라는 보도 듣도 못한 계약서를 들이밀며 무기계약직전환을 강요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가차 없이 해고했다. 한 해고노동자는 ‘용도폐기 처분’을 당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기관평가와 경영평가 상승을 통한 상위 관리자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위해 2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잘려나갔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60세 이상자가 근무하는 직종이 청소ㆍ경비 등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이 별도의 정년을 설정(예: 65세)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게 돼있다. 또한 이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고용해 오던 60세 이상 노동자의 근로계약을 해지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정규직 전환’ 정부 정책을 이행한다고 하면서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내용조차 지키지 않았다.

1년 근무하고 해고를 당해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던 김옥길 씨는 조금은 운이 좋은 케이스에 들어가는 지도 모른다. 연말에 해고당한 206명 중에는 11개월 17일 만에 ‘용도폐기 처분’ 되어 퇴직금도 받지 못한 세 명의 노동자가 있다.

설마 11개월 17일 이용하려고 공채를 했을까?

희망뚜벅이에서 만난 강석종 씨는 지난해 1월 13일 질서지킴이 공개채용 시험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석종 씨는 서류전형과 직무수행평가, 일반상식 등 필기시험, 그리고 면접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 했다. 최종 28명을 뽑는 공채에 1300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47대 1에 달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입사한다는 자부심을 안고 출근해 보니 공채 근무자들의 임금 체계조차 정리돼 있지 않았다. 이곳 역시 최저임금이었는데, 이마저도 기본급이 용역회사 전환자들보다 적었다.

“저희들은 일반 회사에서 퇴직을 하고 제 2의 인생을 산다는 의미로 취직을 했기 때문에 임금 부분에서는 100% 양보 할 수 있어요. 그 대신에 내가 출근할 수 있고 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지. 다른 사람들은 열차 안에 다니면서 이동상인 단속하는 직업이 긍지나 보람 같은 게 있겠냐고 이야기 하는데, 당사자인 저희는 그 직업에 보람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직접 명함까지 만들어서 선배 분들한테 드리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네요.”


강석종 씨는 명함을 한 통 다 쓰지도 못한 채, 입사 11개월 17일 만에 정년 만료로 해고자가 됐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그 많은 지원자들 중에 왜 하필이면 11개월 뒤에 해고할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공개채용 했을까? 1년도 안 되는 단기 근무이면 기간제로 고용해도 되는데, 전환 실적률을 높이기 위해 굳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은 아닐까?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고 할까요? 배신감도 느껴지고, 별 생각 다 들죠. 고용이 연장 되서 계속 근무를 할 것이라는 생각만 했으니까요. 30여 년 동안 직장에서 근무를 해왔고, 노동운동도 직접 접하지를 않아서 ‘해고’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익숙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한테도 알리지 못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6년 동안 힘든 고난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저는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는데도 심한 피폐함 같은 걸 느껴요.”


석종 씨는 ‘해고’라는 말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가 희망뚜벅이에 참가하는 날 용기가 생겨 해고 사실을 처음으로 배우자에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정년 62세로 노사합의가 된 걸 저희도 입사할 때 알고 있었어요. 지킴이 업무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기 전에 민간 기업에서는 70세까지 근무를 했기 때문에 70세까지 고용이 보장될 거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설마 11개월 17일을 이용하기 위해서 무기계약직 공개채용을 했겠느냐.”


설마는 현실이 됐다. 해고노동자들이 분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측이 정년연장 노사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해고를 했기 때문이다. 정년 단축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할 것을 예상했던 노동조합은 무기계약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65세 이후 본인이 원하는 경우 70세까지 촉탁직으로 근무하게 할 것을 사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60세까지 최저임금만 받다가 퇴직을 하게 되는 노동자들이잖아요. 퇴직금도 얼마 되지 않고 저축해둔 것도 없는 이 노동자들은 노인빈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이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될 때 까지 만이라도 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65세 정년(+촉탁직 근무)을 요구한 건데, 사측이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2019년 말에 해고자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이 사람들을 우선 보호하기 위한 임시조치로 정년을 1년 연정하는 합의를 했던 겁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


  2월 4일 희망뚜벅이에 참가해 걷고 있는 코레일네트웍스 해고노동자들 [출처: 연정]


※ 본 글은 <노동과 세계>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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