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교육 논할 자격 있나

[인터뷰] - 강병용 전교조부산지부 정책실장

'APEC 바로알기 수업안'의 동영상 자료로 보수세력들의 집중 공략을 받았던 전교조 부산지부는 문제의 쟁점이 됐던 동영상의 비속어 장면은 삭제, 수정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2일 오후 전교조 지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폐쇄됐던 문제의 동영상 자료에 대해 3일 오전 11시 30분 수정, 다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동영상 자료 중 비속어 장면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체 수업안 내용 및 의미와 무관하게 비속어 장면만이 논란이 되고 있고 특히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등의 전교조에 대한 악의적 비방의 빌미가 되고 있다'기 떄문이라는 판단의 배경을 밝혔다. 또한 전교조 부산지부는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각을 기르기 위한 ‘APEC 바로알기 수업’은 앞으로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며 “탄압에는 결연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교조 부산지부 수업안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4일 진상규명을 위한 특위를 구성, 오전 10시 30분 부산교육청을 방문했다. 이에 전교조 부산지부와 '아펙반대 부산시민행동'은 부산교육청 앞에서 긴급 항의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11/4 부산 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긴급시위의 선전물 [출처: 아펙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

'아펙반대 부산시민행동'은 "한나라당의 부당한 꼬투리 잡기로 전교조를 압박하는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 강정구 교수의 칼럼을 트집잡는 등 진보진영을 분열, 와해 시키는 책동과 일맥상통하다"고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아펙반대 활동에 제동을 걸어 마치 아펙반대 활동이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활동인 것으로 매도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책동"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세상은 전교조 부산지부 강병용 정책실장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관련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강병용 정책실장은 전화통화에서 "쟁점을 빗겨간 동영상 내 비속어 장면은 삭제 후 계속 홈페이지에 올려 놓을 것"이라며 수업안을 둘러싼 시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수업안을 제작한 배경이 무엇인가?

수업안을 제작했던 분이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욕설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상태나 양상을 봤을 때 그 정도 비속어는 충분히 소화하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선생님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도 있고,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해 적용할 수 있다. 그 판단에 따라 다양성에 맞춰 활동하면 된다는 열려있는 자세로 제작한 것인데 이렇게 문제 된 것이 유감스럽다.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면서 수업안의 실제적 내용이나 취지 보다는 비속어에 대한 논란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비속어 부분은 삭제해 동영상 자료를 다시 올린 것이다.

사실은 '아펙(APEC)'이란 기구가 있고, 아펙반대 부산시민행동이라는 기구도 꾸려져 부산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반대의 입장의 실천을 하고 있다. 우리도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우리가 활동하는 내용을 그대로 교육하는 것이 다소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고 부산시에서 계속 홍보하는 내용들만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느꼈다. 분명 국민들 중에는 우리 처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기간동안 부산에서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질 텐데 학생들이 이런 문제들을 균형 있는 시각도 봐야 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이런 취지에서 생각만 하고 다른 일에 치여 수업자료를 사실 만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부산시 교육청에서 일방적 홍보용 교육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부산시 교육청에서는 'APEC 우리가 해냅니다'라는 지도 자료를 작성 배포했고, 15시간에 걸쳐 수업이 가능하도록 자료를 만들었다. 이런 자료는 일방적으로 APEC의 긍정적인 부분만 담은 일방적 홍보이고, 학생들로 하여금 홍보활동을 하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실제로 이런 홍보성 활동을 하고 있다. 이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바로 알기' 수업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문제가 된 수업안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나?

수업안의 내용을 보면 APEC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를 다룬다. 그 중 문제가 된 동영상은 반대쪽의 주장을 담고 있는 자료이다.

전교조가 몇 명의 조직이 아니고, 공통 수업도 문제의식에 자료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다. 몇명이나 활용할지,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막연하고 실 통계는 없다. 원래 자료를 올리면 활용을 권장하는 수준에서 공통 수업으로 계획된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활용했는지 파악할 의도는 없다. 다른 면에서 교육부가 수업하는 사례를 적발해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온 상황이다. 얼마나 수업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한 교육청이 전교조 수업금지 조치를 지시했는데, 교육부는 수업금지기준이 무엇인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의 입장인 ‘계기수업’은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서 해야하고 그렇지 않고 하면 의법조치를 하겠다’에 대해 근거가 되는 법령이 뭔지, 의법조치가 뭔지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보수단체들이 왜 이렇게 반발한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교육현장 바깥에서 부분적으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 자료 제공한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수업하는 것도 아니고, 동영상 자료를 제공할 때도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학생 수준에 맞춰 적절히 활용한다고 해서 제공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반응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사실 수업안의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만 잡고 수업의 본질을 왜곡하고 흐리고 있다. 수업안을 봤을 텐데도 편파적이거나, 찬반논쟁은 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가 '국제협력의 올바른 방향이 뭘까'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는 수업 지도안이다. 결코 아펙에 대해 반대논리를 주입하기 위한 수업이 아니다.

계획안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데 한나라당에서 다수는 의도적이고, 부정적인,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설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 자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은 다른 단체에서 한 것이다. 마치 전교조가 비속어가 들어간 동영상을 제작한 것처럼 알리고 비난을 쏟아지게 만들고 있다. 사태를 완전 왜곡하고 있다고 본다.

이미 부산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비속어 부분은 삭제한다고 밝히면서, 한나라당이 계속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 동영상에 비속어가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아펙회의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을 담고, 반대의 소리를 담은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허위 이데올로기 공세로 전교조를 공격하고 있고, 또한 교육을 통해 이데올로기 통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부산시 교육청에서 배포한 APEC 계기교육(유치원용, 초등용, 중등용) 자료나 초등학교에서 이미 하고 있는 수업내용의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그들이 철저하게 APEC에 대한 홍보 위주로, 편파적으로 편성되어 있다. 홍보 위주의 교육은 문제없고 비판의 소리를 담은 교육은 문제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 아니라 ‘순종적 국민 양성’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진상조사 한다며 부산교육청을 방문한 한나라당의 진상조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가로막고, 색깔론이나 퍼트리는 한나라당이 진정한 교육이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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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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