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에 반대하는 여성

[부산국제민중포럼] - "아펙 여성의제는 여성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펙 최초로 채택된 여성의제

아펙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가득한 부산국제민중포럼에서 여성들의 논의도 이어졌다. 16일, 오후 4시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여학생휴게실에서는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 여성행진’의 주최로 ‘아펙을 반대하는 여성’이라는 제목의 워크샵이 열렸다. 이 날 워크샵은 아펙에서 최초로 채택된 여성의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워크샵은 ‘먼지 덮힌 인형’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먼지 덮힌 인형’은 아시아여성의원회(CAW)와 와양(WAYANG)이 98년도에 제작한 것으로 아시아 여성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이중적으로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쓰고 버리는 여성노동자들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고용 계약서에는 많은 제약들이 부과된다. ‘영안랑카’라는 한국 자본 소유의 공장 고용계약서 제14조항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여성노동자는 결혼을 할 경우, 퇴사할 것에 동의한다”

1993년, 케이더(KADER)완구공장이 불에 타서 18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었던 공장 노동자 469명이 부상을 당했다. 비상구가 잠겨있었고, 엉성하게 지은 건물이 화재 발생 15분만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인형에는 보험이 들어있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보험이 들어있지 않았다.


‘먼지 덮힌 인형’에서 나오는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영화에 나오는 여성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서 딱 4바트를 더 받으며, 온갖 직업병에 시달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문설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얼마전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녀들은 최저임금보다 딱 10원을 더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여성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펙 여성의제, 여성 현실 담고 있지 않아“

이어 ‘아펙 여성의제의 기만성’이라는 제목으로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의 발제가 진행되었다.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여성과 관련한 의제가 아펙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가 된 것은 아펙 역사 상 처음이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여성가족부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민·관·학을 망라한 여성주체들의 일 년여에 걸친 분투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이번 아펙 여성의제는 여성의 빈곤화, 여성노동의 불안정성 심화 등 여성현실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가 없다. 결국 이들 기구에서 다루는 여성의제라는 것은 대다수 노동하는 여성들의 현실과는 무관한, 여성지도자, 여성경제인이라 표현되는 소수의 여성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며 아펙 여성의제를 비판했다.

이번 아펙 여성의제는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을 비롯한 주류여성운동의 1년 여의 노력 끝에 얻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부산지역 여성운동이 벌였던 이런 활동들은 성주류화 전략 하에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주류 여성운동의 정부 정책 개입을 중심으로 한 활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성주류화 전략은 자본의 위기 극복 전략에 있어서 여성이 활용될 수 있는 측면을 선택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국가 정책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주류화 전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앞에서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류여성운동 성주류화 전략,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아끼모또 요꼬 아탁재팬 활동가

주류여성운동의 성주류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는데,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성주류화 전략은 성인지적 통계화 분석방법의 계발 등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드러낼 수 있으며, 예산편성과 정책결정에 집행에 있어서의 여성의제 통합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것은 여성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정부나 국제기구들이 내맡기는 것으로 악순환의 반복이다”고 밝히고, “세계화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은 여성억압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사고하며, 이것이 자본의 세계화 전략 속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사고해야 한다. 통계지표나 분석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의 발언과 투쟁으로 현실을 드러내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날 워크샵에는 아탁 재팬에서 아끼모또 요꼬 씨도 함께 했다. 아끼모또 요꼬 씨는 발제 내용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히고, “일본에도 여성단체들이 많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분석하는 단체는 아직 없다”며 “일본이 유럽헌법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을 보낼 때, 일본의 여성단체들은 유럽헌법 속에 여성관련한 몇가지 조항을 보며 적극적인 찬성을 보냈다. 하지만 유럽헌법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고 단일한 유럽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여성단체들이 몇몇 조항을 보는 것을 넘어 신자유주의가 핵심이라는 것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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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변화를 죄악으로 생각하던 시절... 변화가 죄가 아니라 변화를 죄악으로 만들던 사람들의 잘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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