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특별성명 물리치고 부산민중선언문 채택"

[부산국제민중포럼] - 류미경 포럼준비팀장 인터뷰

아펙 반대 투쟁 주간에, 아펙1,2차 정상회의를 앞둔 16-17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산국제민중포럼은 언론에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벡스코와 누리마루로 쏠린 언론의 관심 밖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국제행사였다.

그러나 부산국제민중포럼은 참가 주체들에게 열띤 토론의 장을 제공했고, 자본이 저지르고 있는 전쟁과 범죄 내용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는 가운데 대안과 실천을 고민하게 만든 자리였다.


부산국제민중포럼은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국민행동)의 포럼준비팀이 기획한 국제행사로, 류미경 팀장이 공들여 추진해왔다. 류미경 팀장은 WTO반대국민행동 상근활동가로 국민행동의 포럼준비팀을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다.

류미경 팀장은 “특히 홍콩민중동맹이나 비아 캄페시나 등 홍콩 WTO 반대투쟁을 준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들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제민중포럼, 특히 사회운동전략회의는 홍콩 투쟁의 전략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홍콩 참가를 한 달 앞둔 시점이어서 부담되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활동가들이 적극 참가해서 내용있는 포럼을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부산국제민중포럼은 ‘부산민중선언문’을 채택, “아펙정상회의는 꺼져가는 DDA 불씨를 살리려고 발버둥치지만, 전쟁도 없고 빈곤과 차별도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우리의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우리는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를 강화하여 이윤이 아닌 민중들의 권리가 존중되는 새 세상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아래는 류미경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부산국제민중포럼 준비에 애 많이 썼다고 소문이 파다하다. 누구신가

반갑다.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포럼준비팀장으로 활동한 류미경이다.

16-17일 양일간 부산국제민중포럼이 치러졌다. 국민행동에서 국제민중포럼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우선 정부와 부산시에서 아펙정상회의가 대단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어들일 것이라고 선전해대는 것에 대해서, 그 본질과 효과를 분명하게 따져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펙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토론회가 열렸지만, 이 투쟁에 참석하는 여러 해외 활동가들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도구이자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을 확대하는 도구인 아펙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넘어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사회운동을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다.

사실 기획할 당시에 아펙투쟁에 참여하는 해외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12월에 열리는 홍콩 투쟁에 집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해외 조직들이 불과 한 달 전에 열리는 아펙 투쟁에도 참여하는 것은 벅찬 일일테니까.

하지만 부산에서도 국제민중포럼을 개최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었고, 여러 단체에서 관심을 표명해 와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운동들이 공동행동과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을 부산에서 여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홍콩민중동맹이나 비아 캄페시나 등 홍콩 WTO 반대투쟁을 준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들에서는 이 국제민중포럼을 홍콩 투쟁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홍콩 투쟁을 앞둔 시기여서 많은 활동가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부산국제민중포럼에 해외에서 참가한 대표적인 활동가는 누구인가

미국에서는 반전연대체인 A.N.S.W.E.R(전쟁과 인종차별 종식 연합)의 대변인이자 LA지역 조직책임자인 존 비첨 씨가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아탁재팬의 사무국장 요코 아키모토 씨를 비롯한 8명의 활동가들과 일한민중연대네트워크의 도마츠 가츠노리 씨를 비롯한 6명의 활동가, 상야 쟁의단의 아라키 씨, 교토 우정유니온(체신노조)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또 12월 홍콩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홍콩민중동맹에서도 엘리자베스 탕 대표(홍콩노총 집행위원장), 사무국에서 활동하는 메이블 오우 씨, 그리고 홍콩노총의 탐천인 씨도 참석했고, 입국하는 데 어려움을 많었던 비아캄페시나 소속 인도네시아 활동가들도 자리를 빛냈다. 비아캄페시나에서는 국제사업을 담당하는 테조 프라모노 씨와 알리 파흐미 씨, 아구스 룰리 아르디안시아 씨 등이 참석했다. 부문별 워크샵에는 국제노점상연합, 뉴질랜드, 일본교원노조, 국제공공노련 소속 아시아 지역의 노조 활동가가 다수 참석했다.

이번 포럼 주제가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였다. 주제가 갖는 실천적 의의는 무엇이었는지

포럼 제목은 아펙 투쟁의 기조에 맞추어 정했다. 우선은 아펙이 그 동안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면서 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해 온 WTO 협상이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했다.

그러나 이 주제에 꼭 들어맞는 프로그램만 진행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커다랗게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 안에서 관련된 다양한 운동의 의제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포럼 주제에 따른 최초 기획과 실행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나. 전체토론과 주제별, 부문별 워크샵 등으로 나누어졌는데

전체토론에서는 아펙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운동이 앞으로 무엇을 중심으로 연대를 강화해 갈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고자 했고, 워크샵은 ‘세계화와 이주노동자’, ‘21세기 혁명’, ‘신자유주의에 따른 교육의 상품화’, ‘아펙과 여성’,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미디어’, ‘대안세계화와 지역사회운동’, ‘아시아 공공노동자의 현황과 전망’, ‘WTO 협상 전망’, ‘아펙과 빈민탄압’등을 주제로 총 9개가 준비되었다.

전체 토론을 기획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재정이 많이 부족해서 기획 의도대로 연사를 초청할 수가 없었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활동가들 중에서 연사를 선정해야 했다. 게다가 참가 여부가 늦게까지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애를 먹었다.

또 경찰이 해외 활동가 998명으로 입국 거부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다음에는 정해진 연사들이 강제출국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했다. 워크샵은 개최를 희망하는 단체가 장소 섭외와 통역장비 준비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FTA, 보건의료 등도 준비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관련 주제 워크샵을 준비하겠다고 나서는 단체가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신청된 워크샵들은 모두 내실 있게 잘 진행된 것 같다.

전체 토론은 첫날 둘째날로 나누어 진행했다. 전체토론 준비과정과 진행과정을 돌아보자면

전체토론을 총 3부로 진행했다. 첫 날 진행된 1부와 2부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그리고 민중의 대응’,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에 관해 준비된 발제를 듣고 토론을 하는 순서였다.

둘째 날의 3부는 첫날의 토론과 각 워크샵에서 진행된 논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할 공동행동의 의제와 계획을 공유하고, 이를 ‘민중선언문’으로 채택하는 순서였다.

1부에서는 정부가 선전하는 아펙의 성과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조목조목 비판하는 발제와 아펙을 둘러싼 해당 지역이 정세가 어떠한지를 살피는 발제가 진행되었고, 2부에서는 이라크 파병 재연장 반대투쟁과, 12월 WTO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이 아펙 이후의 과제로 제출되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발제자를 선정하고 확인하는 데에만 시간이 많이 걸려서 구체적으로 어떤 토론을 진행할 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발제 이후 객석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홍콩 투쟁을 한 달 앞둔 시점에어서 특히 첫날 밤 8시부터 진행된 사회운동전략회의에 결관심이 많이 쏠렸다. 사회운동전략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소개해 달라

사회운동전략회의에는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 대응 투쟁에 가장 많은 수가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준비되었다. 전농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한국민중투쟁단, 홍콩민중동맹, 비아 캄페시나, 탈 WTO 풀뿌리캠페인(일본), 남반구 포커스 등이 참여했다.

전략회의에서는 WTO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 전망을 살펴보고, 각 조직의 준비상황과 계획을 공유한 후 공동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토론했다. 칸쿤 이후 각종 비공식 테이블을 중심으로 미국의 밀어붙이기식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의 갈등 조짐 또한 보이고 있어서 협상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서비스와 비농산물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의 진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출되었다.

사회운동전략회의에서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다루어졌는지

우선 12월 11일 공동행동주간 개막집회, 13일 각료회의 개막 규탄집회, 18일 마무리집회 등 홍콩민중동맹이 주관하는 집회 일정을 공유했고, 한국민중투쟁단과 비아캄페시나, 일본 단체들의 계획이 공유되었다.

홍콩 투쟁에 참여하는 여러 조직들의 활동이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공동상황실, 혹은 연석회의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회담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활동가들이 장내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장외 투쟁과 연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전 준비회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는 참가자의 대부분을 이룰 아시아의 민중들이 가장 앞장서서 힘차게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힐 수 있는 ‘아시아 민중 결의대회’를 12월 14일에 진행하고 여기에 아시아 참가자들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날 전략회의에서 제출된 제안들을 참여했던 조직들이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고, 이를 다시 종합하는 논의가 홍콩 투쟁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펙반대 부시반대라는 국민행동의 기조가 반세계화 운동방향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부산국제민중포럼 전체를 봤을 때 의제나 정책에서 진전된 내용이 있었다면

아펙반대 국민행동의 기조는 ‘전쟁과 빈곤을 확산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였다. 기조에는 아펙이 부산시를 세계도시로 성장하도록 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보증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반대하는 대상의 본질을 폭로하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기조 안에 운동의 지향점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개방반대(쇄국)’, ‘민족의 이익 우선’ 등의 경향을 내포하는 ‘반세계화’보다는 ‘초국적 금융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민중의 저항을 세계화’ 한다는 의미에서 ‘대안세계화’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는 견해도 제출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 ‘대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원리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국제민중포럼에서 다루어졌던 의제들이 그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화 시대에 이주의 문제를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하는 문제, 교육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상품화에 맞선 민중들의 권리를 제기하는 문제, 신자유주의에 여성을 포섭하는 ‘성주류화’에 맞서 여성의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문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신자유주의 지역 정책에 맞서 지역차원에서의 운동을 굳건하게 조직하는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더욱 진척시켜 가야 할 내용이다.


이날 참가한 국내외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아펙과 홍콩 등 현안과 향후 반세계화 운동 전망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나

글쎄... 어려운 질문이다. 참가한 해외 활동가나 국내 활동가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다. 이번 국제민중포럼에서 특별히 부각되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기존 세계사회포럼 등의 성과의 연장에서 WTO 저지, 반전 등의 과제와 함께 문제의식을 크게 갖고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듯 하다.

아펙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 국민행동, 부산시민행동, 국제민중포럼에 참가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부산민중선언문’을 채택했다. 의미가 남다를 텐데

18일 1차 정상회의에서는 보고르 선언에 제시된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부산로드맵’이 채택되었고, 19일 2차 정상회의에서는 WTO 도하개발의제의 성공적 타결을 위한 특별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여기에 맞서서 우리는 민중선언문에서 아펙이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역할을 지속해오고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아펙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의제들이 전 지구적인 재앙을 불러올 것임을 경고하는 한편,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운동은 계속 전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아울러, 위장집회신고, 해외 활동가들에 대한 입국 방해, 법적 근거가 없는 특별 치안구역 내 집회금지 등 민중의 권리를 억압하는 정부와 경찰의 작태에 대해 규탄했다. 오직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닌 민중의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가 우리의 대안임을 분명히 밝힌 것다.

아쉬웠던 점, 부족했던 점 등 큰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소회가 남다를 텐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이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참석자가 예상보다 적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면 하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재정적인 여건상 참석하지 못했던 해외의 활동가들, 그리고 시간적인 한계로 참석이 어려웠던 국내의 활동가들도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포럼의 내용을 정리하고 알리는 작업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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