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한국노총안 동의 안돼"

기간제 사유제한, 불법파견시 즉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 의제 포기 못해

오후 2시 30분 경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브리핑 룸에서 "한국노총의 안에 유감스럽게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단병호 의원은 △기간제 사유제한과 △파견 대상업종 및 기간 현행 유지 △불법파견시 즉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형태로 고용의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사유의 범위에 대해서는 유동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입장을 밝히고 있는 단병호 의원
2시 30분이 좀 넘어 국회 브리핑 룸에 들어선 단병호 의원은 "그간 노-사간의 협의가 진행됐으나 입장 차이 확인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입장발표를 시작했다.

단병호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왕 만들 것이면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법안이 '보호'의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강조했다.

또한 단병호 의원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정규 보호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화 되는 과정이 단 이틀만에 진행된다는 것, 법안을 만드는 국회 의원들이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되어 합리적인 대안들이 만들어지기 보다 정부나 여당이 판단하는 대로,절차적으로 이어져 갈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덧 붙였다.

배고프다고 독이 든 빵을 줄 순 없어

단병호 의원은 "현재 한국노총이 발표한 내용으로는 850만이 넘는 비정규직을 축소시키고, 극단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문제를 해소시킬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노총의 입장에 대해 2가지 입장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하나는 한국노총이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을 포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규정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단병호 의원은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간제 문제의 핵심은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함부로 기간을 설정해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을 회피하고 그 결과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노동기본권은 고사하고 인권조차도 보장 받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하며 "기간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다만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률이라면 이런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노총이 불법파견 및 무허가 파견에 대해 즉시 고용보장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은 현행 파견법 규정 및 정부 개정안에 비춰 진척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러나 그 보장의 정도가 고용‘의무’에 그치고 있는 것은 현행 파견법에 비추어서도 후퇴한 것이다. 또한 이처럼 퇴시켜 고용의무 규정으로 변경시긴 정부안을 한국노총이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것은 명백한 개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계획과 관련해 단병호 의원은 "우선 환노위에서 심의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입장을 피력하겠다. 최대한 내용에 노동계의 희망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심의에 충실히 임하고 이후 대응은 그 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단병호 의원은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오늘 전체회의에서 비정규법안 관련해서 노동계 요구의 90%를 수용했기 때문에 잘 될 거라 했다고 한다. 글쎄 어떻게 될지 최선을 다하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입장발표] 한국노총의 결단은 비정규 권리보장 방안에 미흡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입니다.

오전에 한국노총이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법안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을 밝힌 것을 보았습니다.

그 내용은, △기간제 사용한도 2년 설정 및 그 이후 무기계약 간주 혹은 1년+1년(사유제한) 및 그 이후 고용의무 △파견기간 초과시 즉시 고용‘의제’ 및 불법파견시 즉시 고용‘의무’, △당사자의 차별시정 청구권 및 사용자의 차별여부 입증책임 등입니다.

한국노총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내에 어떤 형태로든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 하에서 고심 끝에 위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을 최대한 실효성 있게 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며, 그 결과 현재 정부안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본인은 유감스럽게도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간 한국노총이 본인이 대표발의한 비정규직 권리 쟁취 법안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해 왔고 그와 같은 수준의 법안을 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을 통해 입법청원 하였으며 비정규직 권리 쟁취 법안의 통과를 위해 국회와 거리에서 우리 민주노동당과 한 목소리를 외쳐 왔는데, 지금에 와서 이런 입장 차이를 보이게 된 것에 대해 심히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본인이 의회 내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해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아닌지 자괴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 표명이 비정규직 보호 방안 마련 및 의회의 입법 심의 과정에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부득불 이처럼 입장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본인이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한국노총이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을 포기하였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기간제에 대한 사유 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간제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함부로 기간을 설정하여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노동자는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노동기본권은커녕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주장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됩니다. 최근 우리 민주노동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희롱을 당하고도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실태가 밝혀졌는데,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어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다만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합니다.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만든다면서 이런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2년 기간 설정 후 고용의제 규정’이나 ‘1년+1년(사유제한) 후 고용의무 규정’ 중 어느 하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2년이나 1년 단위의 기간제가 양산될 것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파견제 실시 후 파견노동자들이 2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해고되었던 것을 떠 올리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2년 미만 근속한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약 68%(200만명 정도)이고, 1년 미만 근속한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약 56%(153만명 정도)인데 통계청 경활부가조사 2005. 8., 산술적으로 셈해 봐도 이 노동자들이 이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 법 시행 후에는 사용자들이 고용 의무 회피를 위해 기간 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2년 미만이나 1년 미만의 노동자의 범위는 훨씬 더 늘어날 것입니다. 결국 위와 같은 방식의 기간 제한은, 그 기간의 장단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을 주기적인 교체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입니다. 특히 미숙련·여성 노동자들은 거의 100% 교체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이 안은 혹 소수의 숙련노동자들에게만 모르겠지만 다수의 최하위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안임이 분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둘째,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규정을 포기하였기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이 불법파견 및 무허가 파견에 대해 즉시 고용보장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은 현행 파견법 규정 및 정부 개정안에 비춰 진척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장의 정도가 고용‘의무’에 그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행 파견법에 비추어서도 후퇴한 것입니다. 현행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 논란은 있지만 노동부처럼 적용된다는 입장에 서면 현행법은 불법파견에 대해 고용의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후퇴시켜 고용의무 규정으로 변경하였는데 한국노총이 이를 수용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은 명백한 개악이라고 판단합니다.

현재 고용의제 규정 하에서는 고용관계가 법적으로 강제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불법파견을 2년 이상 받고서도 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종업원지위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의무 규정 하에서는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사용자에게 공법적 의무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신 노동자는 사용자의 온정이나 노동부의 행정조치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얼마나 무망한 것인지는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상이 제가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 선회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저도 이번 회기 내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기를 강렬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건 누구나 다 그런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 법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허기에 지쳐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제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이 든 빵’을 권해서는 안 됩니다. 그 빵을 먹는 순간 그 독이 전신에 퍼져, 지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이 될 것이고, 지금 정규직은 어느 시점에선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며, 그 모두의 자손은 정규직이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처음부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간제 사유제한과 △파견 대상업종 및 기간 현행 유지 △불법파견시 즉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형태로 고용의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유제한의 필요성은 앞에서 말한 그대로이지만 다만 사유의 범위에 대해서는 유동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간제 문제에 대해 제가 고려해 볼 수 있는 조치는 더 이상 없습니다. 파견제는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철폐되어야 하나 지금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불법파견이 만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법파견 발견시 즉시 고용의제가 되도록 해야 하고 그 때 고용의 형태는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이어야 합니다. 노동부는 현재 기간제 형태의 고용의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것은 임시근로를 단속하려는 노동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법안의 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에 걸쳐 밝혀왔고 그런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 우리가 다루는 비정규직 법안이 우리 사회의 일상의 모습과 삶의 행태를 바꾸어 나갈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 노동자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자손들에 대해서도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이 법안의 심의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동자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큰 임무가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임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게 부여된 그러한 사명을 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수행해 나갈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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