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홍콩 WTO, 쌀 개방, 비정규직

윤리, 사회 공공성,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험 사회로의 질주

황우석 교수 팀의 science지 논문 조작과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희대의 추악한 파문, 외국 경찰에 의한 한국 노동자 농민 900여명의 연행과 11명 기소를 몰고온 초유의 반 WTO 홍콩 투쟁,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 집회에 참여했다 경찰의 폭력으로 어처구니 없이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농민과 분노하는 농심, 900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오히려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재편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 법안과 이에 맞서는 민주노총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뉴스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미래의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교묘하게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모두를 지배하는 몸통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다.

전세계적으로 80년대 이후,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로 급격하게 확산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윤리와 사회정의, 사회공공성, 평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이윤, 경쟁, 차별, 양극화, 한탕주의, 사회 갈등, 환경 파괴, 빈곤, 전쟁으로 질주하는 위험사회로 우리 모두를 몰아넣고 있다. 세계화는 다른 대안은 없으니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이다. 그리고 이를 다양하게 현실화시키며 이익을 취하는 이들의 먹이사슬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정보 고속도로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에 그 속살을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황우석 체세포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둘러싼 자본-권력-언론-상층부 엘리트 과학자의 먹이사슬 네트워크, 전세계적 저항과 폭력적 억압의 악순환 고리에 직면한 WTO와 IMF 각료회의 및 G7과 APEC 정상회의, 일국적 차원에서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이에 저항하는 반 세계화 투쟁, 노동자 민중에 대한 폭력적 탄압으로 취약해지는 정치 권력의 문제들은 자본의 세계화 전략이 전세계적으로도 그리고 일국적 차원에서도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윤리는 과학연구와 시장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소한의 기준

전세계적인 최고 과학자 황우석, 그리고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드림팀으로 진가를 높였던 황우석 연구 사단은 생명윤리, 연구윤리, 의료윤리를 총체적으로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2개에 불과한 아니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11개로 둔갑시키는 초유의 논문 조작을 통해 진실성이라는 과학윤리마저 위반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제 그 생명을 마감하고 있다.

편파 왜곡 보도와 이중적 잣대로 보도윤리 자체를 헌신짝처럼 버린 대다수 한국 사회 주류 언론의 보도 태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생명을 단축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한편으로는 황우석 파문을 겪으며 역설적으로 과학연구의 윤리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며 어떻게 그것을 담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극명한 표현이자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비정규직 및 농민문제와 관련한 시장윤리, 기업윤리, 고용윤리 문제는 과학연구의 윤리 문제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문제일텐데 과학윤리보다 관심과 비판이 적은 상황을 목도한다. 불법 파견, 위장 도급 및 하청, 부당한 차별과 착취, 상상을 초월한 노조 탄압과 비정규직 노동3권의 실질적인 박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열악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경제와 사회의 기초를 흔들리게 하는 핵심적 요인이 되고있다. 그리고 쌀 시장 개방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비교우위라는 터무니없는 논리속에 농촌을 파괴하고 자립적 쌀 생산의 기초를 허물고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과학연구에 있어서의 윤리 문제도 노동 시장에서의 고용 윤리와 기본권 보장 문제도 모두 엄격하게 감시되고 지켜져야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따라서 황우석 연구팀이 얼마나 어떻게 연구윤리, 과학윤리를 위반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은 황우석 교수의 서울대 연구팀뿐만이 아니라 미즈메디 병원, 한양대학의 연구팀, 정부의 주요 정책 라인에서 개입해왔던 주요 인사나 사업들에 대한 투명하고 엄격한 조사가 차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본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것도 밝혀져야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후 과학연구의 윤리를 지키기 위한 교육 체제의 구축과 제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요구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법과 부당한 차별, 정당한 투쟁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억압 등 기업윤리와 고용윤리를 위반한 사용자는 엄격히 처리되어야하며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문화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정비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과학연구도 시장도 그 지속성을 담보할 수없을 것이다.

과학연구의 공공성과 노동의 사회 공공성을 동시에 확대해야

황우석 파문은 과학연구의 윤리 문제에 좁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황우석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총체적으로 과학기술의 공공성이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는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리고 과학연구가 자본의 이윤과 권력의 공고화에 어떻게 이용되는 지를, 그것을 위해 자본-권력-엘리트 과학자-주류 언론의 먹이사슬 네트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학습 자료이다.

황우석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당장의 이득을 본 것은 메디포스트라는 줄기세포 벤처기업, 그리고 메디포스트의 대주주 투자자인 보광창업투자이다. 그들은 연구 관련 혹은 코스닥 시장의 주식 폭등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 삼성이건희 회장의 친인척이 지배하는 회사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1차 수혜자는 전세계적인 명성과 명예, 엄청난 연구비 및 연구시설 지원을 받은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팀이다. 황우석-강성근-문신용-안규리-이병천-윤현수-노성일로 이어지는 일단의 연구진들과 그 팀원들은 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해당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종 위원회와 정책결정 과정, 학문적 영역에서 그 위세를 떨쳐왔다.

그리고 황우석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권의 안위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있다고 판단한 정부의 한건주의와 조급한 성과주의, 경제주의가 결합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팽창하였다. 실제로 정부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고자 법과 제도, 정책 방향, 과학연구의 목표, 과학연구팀 및 연구기관 운영에 있어 경제적 성과주의와 신공공경영이라는 시장주의적 경영을 강화해왔다. 그리고 황우석은 그러한 정책 운용의 빛나는 성과로 포장되었으며 과학기술부의 부총리 승격과 혁신 본부 신설,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정치적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적절하게 기여하였다.

특히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박기영, 황우석, 노성일이 참여하면서 병원의 영리 법인화, 민간의료보험 도입등과 같은 의료 시장화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이는 줄기세포 연구의 막대한 부를 약속하는 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돈되는 연구를 하자며 정부가 내세운 10대 신성장동력사업의 하나인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을 위시한 생명공학 산업의 명분이 되어주었다. 황우석은 그 사업을 위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분과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 상업화에 이르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린다. 복제배아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기술일 뿐더러 설령 줄기세포주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원하는 장기로 분화 성장 시키는 일, 그것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과연 거부감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일은 이제 시작도 못한 미지의 연구 영역이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설령 성공한다 하더라도 난자 공급의 제한과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량 생산은 불가능하며 결국은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고가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능가하는 거액의 치료방식이 될 것이다.

이처럼 그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이고 성공해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체세포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부풀려지고 그 경제적 효과와 긍정적인 영향이 과대 포장되는데는 자본이 지배하는 주류 언론과 함께 과학잡지,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암묵적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작동해온 결과이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불치병 환자들은 희망을 품게되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힘들어하던 국민들은 국익 상업주의, 애국주의로 무장하며 맹목적인 지원 여론을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이것을 업고 윤리적, 기술적 문제, 사회 공공성의 문제는 외면되거나 소홀히 취급되었다.

즉 황우석 파문은 자본-권력-엘리트과학자-언론 등의 먹이사슬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무한경쟁 성장 제일주의, 경제주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이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과학연구의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성을 파괴해온 결과 나타난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의 핵심 의제인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고용의 유연화 전략속에 확산되어온 비정규직의 문제, 그리고 제한없는 시장개방과 장벽없는 무한경쟁 논리속에 추진되는 쌀 시장 개방의 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공공성의 파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정규직 확산과 농촌의 파괴는 그 자체로 사회적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며 모든 것을 시장만능주의로 대체하면서 사회 공공성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사회 현상이 되고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이제 그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점점 넘어서고 있는 과정에 있고 이는 국내에서의 노동자 농민의 투쟁, 반세계화 홍콩 WTO 투쟁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부문의 대대적인 비정규직 확산과 이로인한 사회적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과학기술의 공공성과 노동의 사회공공성 두가지가 모두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학기술의 공공성과 노동의 사회공공성은 그래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과학기술의 민주주의와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향하여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며 이는 공공성의 파괴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강화해야하며 이는 과학기술부문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본-권력-엘리트과학자 집단-주류언론의 네트워크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약화시키며 연구개발 투자의 우선순위 및 배분 방식의 왜곡을 야기한다.

문제가 은폐되고 정보가 독점되어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치고 대중을 대상화시킨다. 연구에 전념하기보다 로비와 인맥을 중요시하게 되고 과학연구의 성과 부풀리기와 조작의 유혹에 빠지게한다. 비판의 목소리는 비정상적으로 억압당한다. 특히 석박사과정 학생과 젊은 연구원들은 권위주의적이고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문화적 풍토속에서 신음하며 그 거대한 비민주적 구조의 상층부로 비상하기위한 비정상적인 노력을 경주하게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간에 정상적인 관계를 파괴하고 이해관계 집단간에 힘의 불균형을 깨뜨리며 이는 다시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 갈등을 확산시킨다. 이러한 양상은 황우석 파문에 거의 대부분 투영되어 나타났다. 만일 과학기술투자와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투명한 민주주의가 확보되어 있었다면,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실에 민주적인 문화와 분위기가 지배했다면 황우석 파문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는 시민으로, 집단적으로는 노동조합을 통해 대개 사회의 민주주의 구조에 참여한다. 비정규직이 확산되어 노조의 조직률이 떨어지고 노조가 약화되는 것은 바로 사회의 민주주의가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적 여론의 대상화와 자본과 권력에 의한 왜곡의 가능성을 확대한다.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포함한다. 사회적 통제는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건강하게 살아 움직일 때 강화될 수있다.

과학기술자 집단의 상향식 비판 문화의 확대와 비정규직을 철폐하려는 노력, 노동조합의 건강한 힘과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의 민주적 토대를 확대 강화할 때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도 키울 수있고 황우석 파문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확대될 것이다.

물론 고군분투 황우석 파문의 진실을 파헤쳐온 일부 언론과 기자, 생명공학계의 소장파 교수와 연구원, 진보적 단체, 진보적 지식인과 활동가들은 자본-권력-상층엘리트과학자그룹-주류언론이 만들어내는 비민주적 구조에 파열구를 내고 과학기술의 민주주의와 사회의 민주주의를 동시에 앞당기는 투사들이다.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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