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팔아 넘겨진 ‘광장’ 그리고 ‘거리응원’

문화연대, “거리응원과 시청 앞 광장이 돈 놀음 수단인가”

  참세상 자료사진

최근 서울시가 독일 월드컵 기간 중 시청 앞 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의 사용권과 거리응원의 주최권을 민간 기업에 넘긴 것에 대해 문화연대가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행사 민간 주최자로 SKT·KBS·SBS·조선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 등이 참여한 SKT컨소시엄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SKT컨소시엄은 KTF·붉은악마·현대자동차·NHN 등으로 구성된 KTF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실상 독일 월드컵 토고, 프랑스, 스위스전 응원행사의 독점적인 운영권을 갖게 됐다.

“서울시, 시청광장 돈 놀음 공간으로 전락시켰다”

이 같은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문화연대는 3일 성명서를 통해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본과 언론매체의 진흙탕싸움에 붉은악마와 윤도현도 뛰어들어 월드컵 거리응원을 열심히 더럽히고 있는 꼴은 참으로 가관인데,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의 공공성과 역사성을 무시하고 이 공간을 기업들에게 내주어 돈 놀음 공간으로 전락시키는 작태를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거리응원을 활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기업들의 광장 쟁탈전은 이미 지난 한일 월드컵 때 부터 시작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 2002한일월드컵 당시 SKT는 거리응원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반해 KTF는 일찍이 '붉은악마'의 공식 후원사 자격을 따내고, 한일월드컵에 거액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SKT의 마케팅에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광장은 특정인에게 사용권이 주어질 수 없을 뿐더러, 주어지지도 않았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수백만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광장과 거리 응원행사를 ‘독점’하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 따라서 이번 독일월드컵 기간 중 서울광장 사용권과 거리응원 주최권 확보에 이동통신사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영광’은 이동통신사 그리고 방송사와 신문사가 연합한 SKT컨소시엄에 돌아갔다. 이미 SKT와 KTF는 가수 윤도현 씨와 '붉은악마'를 런닝메이트로 기용했고, 최근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연대는 이동통신회사, 언론사 그리고 붉은악마와 윤도현 밴드까지 가세한 이번 '광장 쟁탈전'과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월드컵 기간 국민들의 문화적 열망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과 국민들을 '애국'시키겠다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가"라 물으며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민주화의 성지이자 거리응원의 상징인 시청 앞 광장을 한번의 '심사'로 재벌기업에게 넘겨 버렸는가 월드컵, 거리응원, 그리고 시청 앞 광장이 돈벌이 수단인가?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들인가"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거리응원,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역사에 남을 경험"

문화연대는 거리응원에 대해 "역사에 남을 경험이자 국가적 유산이다. 우리에게 열광과 환희의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소통과 통합의 해방구였다"며 "그 대전제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시는 자본의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시민들을 동원하여 가두려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이윤추구 외에는 관심이 없는 재벌과 언론사를 끌어들인 이번 결정은 축구를 매개로 한 시민들의 축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공식화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개탄스럽고 또한 충격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월드컵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자부심은 돈벌이와 시청률의 도구로, 또 자신의 존재감을 만끽하기 위해 자본과의 결탁을 마다하지 않는 서울시의 추악한 거래로 인해 변질되고 말았다”며 “월드컵은 재벌과 언론사와 서울시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경제적 동기만을 쫓는, 저열하고도 비뚤어진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붉은악마·윤도현 밴드, 한 몫 잡아보려는 태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문화연대는 아울러 SKT와 KTF의 런닝메이트인 윤도현 밴드와 '붉은악마'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문화연대는 "붉은악마가 자본과 어깨동무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SKT가 월드컵 때만 기웃거린다고, 또 약속했던 축구발전을 위한 지원은 말뿐이었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붉은악마 자신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왜 재벌과 ‘본격적’으로 결탁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화연대는 윤도현 밴드에 대해서도 "아무리 취지가 좋았더라도 거리응원과 응원가를 놓고 자본과 언론사들이 '쌩쑈'를 하는, 기도 안찬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진지한 고민과 이에 따르는 자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유와 동기가 무엇이던 지금 월드컵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행태들은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결탁하여 한 몫 잡아보려는 태도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태그

서울시 , 월드컵 , 문화연대 , 붉은악마 , 거리응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삼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윤찬식

    문화연대의 깊은 성찰에 뜨거운 지지를 보냅니다.

  • ㅎㅎ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원한 청량음료같이 여흥을 즐기면 그만이다. 재충전이 아닌 일부 재벌들의 돈벌이, 정부의 우민화정책으로 전락해선 안된다. 어느시대인데 아직도 스포츠, 스크린, 섹스 3S 정책을 쓰는가?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 서울시민

    응원=자발적 시민들의 모임
    시청앞 광장= 시민들의 소유
    그 어떤 이유로도 우리들의 공간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고로 만약 시청앞광장이 기업에게 팔렸다면 이는 곳 국민들을 우롱한 처사요 그곳에 모여 응원을 펼칠 모든 국민들을 팔아 먹은 행위이다 반듯이 이를 저지 시켜야 하며 만약 관철되지 않을시는 그곳에서의 모임을 중지해서라도 그들의 만행을 저지시켜야 할 것이다

  • rudtnr266

    서울시가 언제부터 돈벌이에 혈안이 되엇나요? 오늘도 철거민들의 생존권집회가 있는것 같던데... 개발도 비리속에 돈벌이로 전략하고.... 광장사용에 대한 명확한 시장의 입장표명이 있어야죠. 시민의 응원권리마져 박탈하려든다면 재벌시장 자본가 결탁한 서울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수 없을것입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