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제2‘을사늑약’임을 객관적으로 입증!

미국무역대표부의 미 의회 보고 협상통보문 확인

지난 3월 5일 서울경제신문은 미국무역대표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협상통보문의 내용을 공개하였다. 미국은 대외무역협상의 전권을 의회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에 보고된 내용들이 한미 FTA 협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미 의회는 이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 무역 대표부가 미 의회에 보고한 협상통보문은 미국의 실질적인 한미FTA 마스터플랜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사실상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선전 포고문에 다름 아니다. 양국간의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국의 시장 보호장치를 걷어내고 4800만 명의 소비자가 있는 한국 시장을 미국법에 따라 미국의 제품을, 미국의 국익을 위해 싹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WTO의 (명분상의) 정신조차 위배하는 방식으로 오직 미국이라는 제국의 이익만을 고려한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 협상통보문의 내용을 개괄해보자. 일단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 미국은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사실상 보호무역의 원칙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미국은 우선 섬유나 의류 분야 등 한국이 가격 우위에 있는 제품에 대해 ‘대등한(fully reciprocal) 시장 접근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 ‘대등한’이라는 말은 상식과는 달리 교역 조건의 대등함이 아니라 교역의 결과가 대등해져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고 있다.

이런 상식을 초월한 의미의 왜곡은 현재 20-30%에 달하는 자국의 수입 관세는 폐지하지 않고 한국 측의 수입 관세만을 철폐하도록 하자는 제안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즉 이런 불공정안 조정을 통해 국내산 섬유제품과 미국산 섬유제품의 가격을 똑같이 맞추겠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생산비 절감 효과를 관세 조치 하나로 무력화시킴으로써 그 고통의 대가를 날로 집어 삼키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원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하여 재가공한 뒤 수출하는 우리 제조업의 특성을 주시하여 이른바 얀 포워드 규정이라 불리는 원산지 규정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즉 중국산 철강 재료나 실을 이용한 제품은 한국 제품이 아닌 중국제품이므로 FTA로 인한 관세 철폐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한국산 상품은 이 규정에 따라 중국상품으로 규정됨으로써 소위 한미FTA의 특혜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지금 현재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유지하고 있는 수입규제 조치를 전혀 철폐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반덤핑ㆍ상계관세 규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산 제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잘 나가는 제품, 우리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굵직한 제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입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협상통보문에서 미국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아예 국내법(미국법) 보전을 명문화 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요구할 사안에 대해서는 미리 법으로 만들어놓고 바꿀 수 없게 규정해 놓는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스크린쿼터 일수를 시행령이 아닌 영화진흥법 안에 포함시키자는 영화계가 제안한 법안을 스스로 미리 포기한 것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제조업과 달리 완전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무역ㆍ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환경, 노동 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을 금지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견 환경과 노동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듯 느껴지지만 미국은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결의된 ‘기후 변화 방지 협약’과 ‘생물 다양성 협약’에 나홀로 반대를 고집하는 세계 유일의 반환경국가이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런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이 무역, 투자를 촉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공장을 짓거나 노동 조건을 완화하여 생산비용을 낮춘다거나 하는 일을 금지해달라는 얘기다. 가면을 쓴 미국의 위선에 분노를 넘어 역겨움이 느껴질 따름이다.

미국은 이외에 통신, 금융, 전문직 서비스 분야에서의 차별적 장벽을 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통신회사의 외국인 지분 제한과 케이블TV 등의 외국인 소유금지 등을 철폐하고, 금융 분야에서도 국내 투자자가 미국 간접투자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통신과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의 각종 규제를 철폐, 미국 기업 및 투자자가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변호사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국 서비스 업자의 직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법률 분야 전문직은 우리보다 국민 1인당 비율이 3~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해서만은 한국 내의 모든 보호장치를 걷어내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 정부의 산업계에 대한 정책 지원 전체를 금지해달라는 어마어마한 요구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의 지원이 외국회사와의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공기업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규정, 철도ㆍ통신 등에서 외국인 투자제한 철폐 등 공기업의 독점사업권을 없애는 동시에 산업은행 등의 공기업을 통해 민간기업을 지원하지도 못하게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더더욱 어이없는 것은 미국의 이런 주장을 앞장서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재경부 관료들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KT&G와 칼 아이칸 연합간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공공성이 있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 만이라도 적대적 M&A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련의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줄기차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일관되게 관철하고자 하는 요구사안 그 자체라는 점에서 재경부 관료들의 매국적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미국은 한국이 무역ㆍ투자ㆍ경쟁 등 경제정책과 관련된 법 개정ㆍ제정 시 사전에 미국 측과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ㆍ투자자에 대해서는 자국(미국)법에 규정된 권리만큼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책조차 이제는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허락을 받아야만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시장에서 미국기업은 미국법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치 그동안 미군이 기지 밖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미군법에 의해서만 처벌되었던 것과 같은 논지이다.

한미FTA를 적극 지지하며 대응 논리를 개발해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조차 이를 두고 “한국의 경제정책에 미국식 규범과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하기 위한 그들(미국)의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주권국가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짓밟는 침략행위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한미FTA를 제2의 '한일합방'과도 같은 치욕적인 망국협정이라고 주장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들만 훑어봐도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FTA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통상협약이 아니다. 이는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강요했던 을사보호조약의 그것 이상의 굴욕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이런 내용들을 이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바탕으로 협상을 하겠노라고, 그것만이 우리나라가 살 길이라고 외쳐대고 있다. 내부에서 제기되는 여러 비판의 목소리들을 잠재우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정부에 의해 쌀과 쇠고기, 자동차, 스크린쿼터가 희생되었다. 경악스러운 작태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신문사가 입수한 통상보고서 좀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한다. 뭔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누가 누구한테 자료를 달라고 하는가 말이다. 국회의원들조차 정보접근권이 철저하게 차단되도록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FTA 준비 과정은 그야말로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

그간 우리는 정부의 작태가 제2의 매국행위임을 수없이 지적해 왔건만 눈썹하나 까딱 않는그들을 보면 과거의 을사오적들과 하등 차이가 없다는 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해방 후는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친일청산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친일파들은 3대를 이어 번창하고 독립운동가들은 3대를 이어 몰락해온 지난 100년간의 굴욕적인 역사가 오늘날 친미 매국노들의 간땡이를 부풀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의 국민들은 과거의 국민들처럼 순종적이거나 맹목적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의 3월 7일 논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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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

    이게 다 미국을 정신적 고향으로 삼는 재경부 관료들, 경제정책 전문가들을 키워낸 한국 주류경제학의 매판성, 식민지성의 쓴 과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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