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누가 방송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있는가

한미FTA의 진실을 은폐하는 방송3사를 규탄한다

지난 28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반FTA 국본)가 발족하였다. 미국의 권력과 자본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관료집단의 손에 우리의 삶과 문화적 결정권을 더 이상 맡겨놓지 않겠다는 민중의 선언이다. 우리 사회의 각 부문을 대표하는 270개 단체가 민중선언의 대변자들로 나섰고, 한줌의 권력자들과 기업의 대변인이 되어버린 여의도 국회를 대신해 민중의회의 출발을 알린 것이다. 선거철에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주권을 되찾아오는 발걸음의 시작이다.

그런데 방송3사에는 민중의 선언도, 민중의회의 발걸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아니 흔적도 없다. 김재록 수사, 현대자동차 로비 의혹, 몇몇 자치단체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둘러싼 공방은 있지만, 민중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하락하고, 탄산음료를 학교에서 팔수 없으며, 영국에서는 정크푸드를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매일 생존의 위협 앞에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모습은 없다.

자사 탐사보도팀이 한국 언론 최초로 무슨 상을 받았고, 그물에 신음하는 수달, 집값을 잡기 위해 학군을 조정한다는 뉴스는 있지만, 철도노동자들의 절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외침은 없다. 한 정치인의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두고 온갖 추측과 해설이 넘나들고, 미국 대중스타들이 잘못된 자기관리로 인해 아름다웠던 모습을 잃고 흉측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친절한 눈요기 뉴스씨’가 넘친다.

비록 KBS에서 '연속기획 韓·美 FTA'를 통해 한미FTA 뉴스를 보도한다고는 하지만, ‘손익계산’과 ‘경제논리’에 의한 평가에 불과할 뿐, 한미FTA가 지닌 치명적 문제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는 소극적일 뿐이다.

그렇다면 방송3사의 뉴스가치의 기준은 무엇일까? 얼마나 비슷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유사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으면 28일과 29일 이틀간에 걸쳐 보도된 뉴스들이 그렇게 유사한 것일까? 게다가 논조의 통일성까지. KBS, MBC, SBS가 서로 다른 방송사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정중하게 묻는다. 첫째, 지금의 이러한 반민중적, 친미-친정부-친자본적 방송사들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 방송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판단과 행위의 결과인가 아니면 소유주와 경영진의 판단과 통제력의 결과인가, 아니면 동맹인가? 둘째, 소위 말하는 개혁적인 인사들이 KBS와 MBC의 사장직을 차지하고 앉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적은 있는가? 이들의 보수적 회귀의 원인은 무엇인가? 셋째, ‘지금-한국이라는 이땅에서’ 왜 FTA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가? 도대체 무엇이 은폐되고 있으며, 그 은폐의 배경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을 말하려는 사람들의 방송 접근권과 공개성을 차단하려는 집단은 누구인가?

지금부터 그리고 꾸준하게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응답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필요할 때만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수용자 복지를 강조하면서, 끊임없이 이를 배반하는 자신들이 왜 그렇게 되어가는 지를 밝히기를 요청한다. FTA를 둘러싸고 어떤 정치적 책략들과 힘들이 공론장에 개입되고 있는지를 민중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3월 30일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

(노동네트워크,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문화연대,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미디어연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기독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학회,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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