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한미FTA! 우민화민주주의냐 숙의민주주의냐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4월 13일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한미FTA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그래, 반드시 필요할 게다. 그런데 누구한테 왜 필요한건데?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들을 길이 없다. 때로는 비밀에 휩싸여 있고 때로는 어느날 갑자기 번개불에 콩볶아먹듯 후다닥 처리하고 때로는 딴나라 가서 개시 선언을 하고 때로는 통계조작도 불사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 얼굴색깔 하나도 안 변하며 하는 말, 손해볼 짓 안하겠단다! 그리고 우리가 주도해왔단다! 그러나 정녕 저 말들을 믿을 사람 누구겠는가. 말하는 당사자도 믿지 않을 터다. 물론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에 의하면 치적세우기에 조급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내심 안 믿을테고. 그러나 국민들은 믿어야만 한다! 그게 ‘참여정부’라는 말을 괜히 썼나 후회하는 노무현 정부의 우민화정책이다.

언론을 통제하며 진실을 가리는 우민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담론인 줄 알았건만 오히려 오늘날 더 팽배한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이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화이다. ‘민주화 시대’에 민주주의의 퇴화라니? 아니 신자유주의의 급속한 침공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탈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다. 이에 대응한 시민사회의 문제해결의 시도 중 하나가 최근 우리 사회에도 간간이 떠오른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도입이다.

심의민주주의란 문제시되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현안에 대해 비전문적 보통시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 접근 및 공유에 기초하여 공론적 참여 및 토론을 통해 도출되는 판단이 정책결정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이념으로 합의회의나 시민배심원제 등으로 표현된다. 합의회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이 주도하여 우리나라에서 1998년 11월 숭실대학교에서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 주제로 처음 열렸고, 그 뒤 1999년 9월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생명복제기술’ 주제로 이어졌다. 2004년 10월에는 시민과학센터가 주도한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 합의회의'가 큰 관심을 모았다.

합의회의는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면서 10-16명의 보통시민들이 공공적 탐구와 판단을 하는 역할을 한다. 합의회의는 1987년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되어 네덜란드,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특유의 ‘사회적 토론의 전통’에 기반하여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다.

그래 좋다, 토론을 해보자, 이거다. 노무현 대통령이시여 토론이 당신의 장점 아니었던가? 전 국민과 함께 토론을 해보라 이거다. 뭘 알아야 면장질이라도 해먹을 게 아닌가? 나도 당신처럼 조급증에 빠지고싶다. 당신만 알고 당신 혼자만 조급증에 빠지지 말고 온 국민이 다 알고 다같이 조급증에 빠져보자 이거다. 그리하면 1년 아니 올해 안에 한미 FTA 문제는 깔끔히 처리될거고 당신은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거다! 보통시민들에게도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접근권을 제공하고 한미 FTA 관련 정보를 일체 공개하라. 그게 토론의 기본 전제다.

그리하여 시민들과 함께 숙의해보자. 그게 숙의민주주의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우민화민주주의가 아니라 숙의민주주의여야 한다. 쓴덴 감추고 입맛 가는 부위만 들춰내는 게 아니라 통째 들춰내고 똥인지 오줌인지 가려내며 판단해보자 이거다. 한미FTA, 그렇게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 대통령 당신은 역사의 죄인으로 길이 남으리라. 아니다. 이미 핵폐기장, 새만금, 평택 등등 역사의 죄인의 반열에 오르셨다. 거기다 당신은 제2의 을사늑약이라 칭하는 한미FTA 속전속결로 역사의 죄인의 화룡점정을 찍을텐가? 숙의해보라.
덧붙이는 말

이 글은 4월 13일자 한미FTA저지를 위한 문화연대 일일논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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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금주

    햇볕의노래는어디이는지가르져주세요.

  • 윤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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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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