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블랙홀이 한미FTA 삼켜 버리나

[토론회] 위기의 한국 사회와 월드컵 정세 분석

월드컵 축구의 열기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국을 휩쓸 것이다. 이미 모든 업종, 매체들이 월드컵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과잉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오는 오는 6월 14일 토고와의 예선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TV와 신문, 포털을 장식하는 요즘, 한미FTA저지 교수학술단체공동대책위원회,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 정책기획연구단은 ‘한미FTA 정세와 월드컵의 문화정치’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15일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는 월드컵이 진행되는 광풍의 시간과 한미FTA 본 협상이 맞물려 있는 시기 동안 '정치를 망각하게 하는 수면 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월드컵의 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새벽 광장 선전전, 대중 활동 단체들의 월드컵 캠프를 하자는 등 다양한 사업들이 제안되기도 했다.

또한 일반 시민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토론참가자 임미영 씨는 “월드컵은 적당히 즐기면서 잘 활용해 보자고 하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며 “월드컵으로 인한 탈정치화 경향 자체를 지적하며, 월드컵 시청 거부 운동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토론회 장면

상업화, 애국마케팅이 뒤섞인 월드컵

주 발제를 한 정희준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의 FTA 본 협상을 눈앞에 둔 지금 한국사회는 월드컵에 끌려 다니고 있다”라며 “자본은 무차별 광고 공세를 퍼 붓고 수많은 ‘계약’을 성사시키며 월드컵의 깃발이 펄럭이는 그들의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고, 언론은 국민의 관심을 내세워 월드컵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국민은 스포츠가 키워 놓은 국가주의와 월드컵의 위력에 눌려 FTA의 실상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FTA에 찬성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현 조건을 진단했다.

또한 정희준 위원장은 “월드컵에 눈독 들이는 세력이 많아졌다”며 ‘월드컵-자본-미디어’의 삼각동맹이 창조해낸 상업주의, 이를 추동하는 애국주의를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이미 양대 이동통신사인 KTF와 SKT외에도 모든 포털 사이트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 들었고, 스포츠용품, 전자제품, 금융, 제과음료, 의류, 주유소, 신용카드, 유통, 인터넷 쇼핑몰, 자동차, 화장품 등 월드컵 또는 축구광고에 뛰어 들며 월드컵 특수는 모든 업종을 망라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희준 위원장은 “미디어는 분화에 분화를 거듭하며 거주공간, 업무 공간에 이어 이동공간에 까지 파고들며 사실상 ‘편리성’보다는 ‘소비성’이 두드러지고, ‘필요’의 수준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상품을 계속 내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결국 기술자본이 만들어 낸 뉴미디어를 통한 시공의 분할은 자본과 월드컵의 이윤창출의 텃밭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제를 마무리 하며 "스포츠, 자본, 미디어가 형성한 삼자 동맹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불꺼진 사회(black-out society)가 될 위기에 처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어의 'Black-Out'은 정전, 소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의식 또는 기억의 상실상태를 뜻하기도 하지만 이 군사적 개념은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앞서 먼저 한 발 또는 수 발의 핵 공격으로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 시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준 위원장은 "월드컵이 한국사회를 ‘블랙 아웃’시켜 흔들어 놓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FTA는 현실과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월드컵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의식을 상실하고 방어신경이 무력화된 우리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를 반문하며 "월드컵은 한미FTA를 앞둔 자본의 블랙아웃 선제 공격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동연 소장
월드컵, 한미FTA 운동정세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기간상으로는 명확히 연관되어 있는데, 운동 차원에서 FTA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려낼 수 있을까”의 답답함을 토로하며 "그래도 희망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는 요지의 발제를 했다.

이동연 소장은 "예선전이 6월 23일 끝나고, 7월 초에 8강까지 간다고 본다면 국민적 열기가 최고조로 가는 조건에서 축구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전제하며 "이 시기를 틈타 한미FTA 통상 협상을 기습 처리, 발표 예상할 수 있을 만큼 FTA반대 운동 국면에서 보면 현재적으로 유리한 국면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언론-독점 기업들이 한미FTA와 무관하게 여론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한미FTA를 정당화 해가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당시 아디다스사와 ‘피버노바’ 공을 만드는 아동노동을 폭로했던 활동 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선전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동연 소장은 "한미FTA 운동정세에 그리 유리하지 않지만 FTA가 독점 기업에게만 유리할 것이라는 점, 서민-시민생활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정보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면 월드컵의 열기를 FTA의 선전 장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낙관적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가능할지 모르겠으나'라고 단서를 달며 "선수 중 한 명이 토고전에서 골을 넣고 골 세레모니로 'NO FTA' 세레모니를 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의견을 피력하며 "오늘 토론회에서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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