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주의하라! 노동자 탄압의 신호?

[기자의눈] 코오롱 고공농성장 강제진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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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가? 필연인가?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한국과 노르웨이 월드컵 평가전이 끝나자 하이닉스매그나칩하청노동자의 농성장을 경찰은 강제진압했다. 6일 새벽에도 우연처럼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끝난 뒤 코오롱노동조합 조합원의 고공농성장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였다. 우연이라 생각하기에는 의문점이 많이 든다.

시청광장을 월드컵의 붉은 물결로 채우고, 새벽까지 혼을 빼 논 뒤, 정든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노동자를 강제진압하다니. 노동자는 국민도 아니란 말인가. 축제가 되어야 할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이 있을 때마다 노동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6월5일 새벽 경찰특공대는 청와대 부근 대형 크레인위에서 농성중인 코오롱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했다. 지난 2일 하이닉스 매그나칩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월드컵, 노동자는 피눈물

평가전이 있을 때 이 정도니,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면 노동자의 탄압이 어느 정도가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월드컵기간 동안 벌이는 선전물에 적힌 “월드컵 보러 집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월드컵 보는 사이 연행된 노동자의 생존권을 찾습니다."

코오롱 고공농성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진압된다는 취재요청을 받고 든 생각은, “이제 밥은 먹겠구나. 제발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였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노동자가 연행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문제는 장기투쟁사업장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투쟁사업장의 농성장을 찾는 사람은 똑같은 어려운 투쟁을 벌이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장실에서, 크레인 위에서 싸우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연대를 눈물로 호소하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차라리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가끔 취재수첩을 집어던지고 싶을 때가 많다. 왜?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장투사업장을 고립시키는가

코오롱 노동자들이 구미공장으로 교섭하러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다시 상경투쟁을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단위사업장 문제로 총력투쟁을 민주노총이 결의하기는 예외다”며 코오롱문제해결을 위해 총력투쟁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예외적인 선언’은 예외적이지 못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총력투쟁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단식 중이던 노동자가 청와대 앞 고공크레인에 올랐다. 민주노총이 결의대회를 과천 코오롱본사에서 열기로 한 날이었다.

청와대 인근이 집회가 불허된 지역이라 등 이유는 있지만, 그 날 민주노총 공지사항 제목은 “집회 취소”였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국무총리 면담을 민주노총은 시도했지만, 국무총리 뒷모습도 보지 못하고 담당자만 만난 체 빈손으로 내려왔다. 물론 고공농성장이 강제진압이 되는 순간까지 민주노총은 마음속으로만 총력투쟁을 하였다.

  농성중이던 코오롱 노동자가 연행되어 끌려나오고 있다.(맨 뒤쪽 모자를 쓴 사람) 이날 경찰은 연행하기 위해 주차시켜 놓은 경찰 승합차 부근으로 기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했다.

민주노총 총력투쟁이 집회취소

하이닉스매그나칩 농성장이 진압된 지난 2일 민주노총은 발 빠르게 농성장 침탈을 규탄하는 집회를 오후 3시에 열었다. 민주노총에서는 부위원장이 참석하였다. 또한 2일은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현 지도위원인 이수호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오후 6시 30분에 있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참석하였다.

장기투쟁사업장 취재를 하다보면 이런 말이 종종 나온다. “상급단체가 장기투쟁사업장에 발목을 잡히려고 하지 않는다.” 상급단체가 섣불리 개입하기 힘들 정도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 절박한 싸움을 장기투쟁사업장은 전개하고 있다. 그럼 이들은 누구의 손을 잡고, 누구의 어깨를 걸고 싸워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발목을 잡힌 싸움이라면 상급단체가 약속한 만큼의 성의라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투쟁이 없는 노동조합의 총연합을 만들고 싶은 이유가 아니라면.

발목을 잡히자

한국최대의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이 다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천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장기투쟁사업장의 문제는 단순한 생존권의 문제로 치부할 수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물려 있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의 해결은 민주노총의 생존을 가름할 시금석이다.

노사정위도, 로드맵도, 비정규 법안도, 현재의 문제를 수세로 안고 가는 한 절대 민주노총이 차지할 공간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자의 눈"을 쓰는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다. 월드컵, 노동자의 투쟁을 다 짓밟기 전에 반드시 하이닉스매그나칩과 코오롱의 문제는 민주노총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진압을 마치고 내려온 경찰특공대 모습

  경찰 승합차에 연행된 코오롱 노동자가 승합차 뒷유리를 열고 담배를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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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 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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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신들 특공대 지랄하네 그것밖에 못하냐!!!!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 어디까지 올라오나 보자!!!

  • 지나가다가

    어디한두해의문제일까? 노동자들이 노조를만든다면 정부가쌍심지를켜고서 탄압을해대는 한국 노조가들어설라친다면 목숨을내놓코서 노조를만들어야하는나라, 노동자들을 테러범에가깝다, 뻑하면 경찰특공대니말이다, 어찌해서 노동자가 개만도 못하단말인가? 노동자들의 권익을대변하려 노조를만들지만 돌아오는것은 정부와사측의 가공할 탄압이머릴흔들게만드니말이다,,정부는 제3자로서 중립이어야함에도 사측의 충실한견공노릇을 하니말이다,, 사측의 사장만나기가 엄청어렵다, 대통령보다 더힘드니말이다,,정부에서는 노,사,가 화합해야한다고 더들고있다, 그러나 노사가 화합할수있는 장을 정부가만들어주어야하는것아닌가? 노동조합만들기힘든나라 노조활동하기엄청 힘든나라,(대한민국)일것입니다,, 코오롱 동지들의 가열찬 투쟁은곧 노조의살길이라할것 입니다,,

  • 지나가다가

    경찰도사측의 충실한 견공노릇을하지오,,노동자,빈민,학생들의 적이됄수밖에없는 현실도한 안타깝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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