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드컵 게릴라 문화행동 ‘작전’ 개시

6일 새벽, 광화문․대학로․신촌․명동 일대에 스티커 7천여 장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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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열정의 중심에서 반대를 외치는’ 활동가들의 반월드컵 게릴라 문화행동이 6일 새벽 전격 개시됐다.

5일 오후 11시 30분, 20여 명의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문화연대 사무실로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간단한 ‘작전회의’를 마친 활동가들은 6일 새벽 0시 경 3개조로 나뉘어 대학로, 신촌, 홍대, 명동, 종로 일대로 흩어졌다.

이들의 이날 게릴라 문화행동은 반월드컵 스티커 4종 세트 7천여 장을 시내 곳곳에 설치된 월드컵 관련 조형물과 선전물에 부착하는 것. 스티커 4종 세트에는 ‘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열정의 중심에서 반대를 외치다’,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맡은 지역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신속하게 스티커를 월드컵 관련 포스터와 조형물 등을 비롯해 시민들이 많이 지나는 시내 곳곳에 부착했다.


“과연 한국사회에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을까요?”

이들의 이날 문화행동은 스티커에 적혀있는 표어처럼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차원의 축구 이벤트에 압도당한 한국 사회의 ‘정치적 이성’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스티커를 거리에 붙인다고,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월드컵 ‘광풍’을 잠재울 수 있겠냐마는 활동가들은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은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전 축구를 싫어하거나, 아예 안보는 것이 아니에요. 문제는 보고 싶지 않을 때 안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안 볼 수가 없어요. 아예 텔레비전 없이 살지 않는 한 축구를 볼 수밖에 없죠. 온통 거리에는 월드컵을 이용한 광고 뿐 이구요. 과연 한국 사회에서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토록 없을까요?”

대학로에서 스티커를 붙이고 있던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진정 대한민국에 월드컵 이외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없는지’를 되물었다. 평택, 새만금, 천성산, 한미FTA 등등 그가 보기에 월드컵이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모든 미디어는 연일 월드컵 얘기로 도배를 하고, 기업들은 월드컵으로 한 몫 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시민들은 그들이 깔아놓은 카펫에서 ‘대한민국’을 외친다. 월드컵에 투여되는 온 사회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이날 활동가들의 ‘게릴라적’ 문화행동들이 과연 그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사람들은 불편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그런데, 평택, 한미FTA, 새만금 등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들은 알면 알수록 불편해지죠. 그런데 우리가 누리는 편안함이란 많은 이들의 불편함을 전제로 맛보고 있다는 거죠.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원리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그 불편함을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용석 활동가는 월드컵이외에 다른 어떤 곳에는 눈을 돌리려하지 않는 작금의 한국 사회 분위기를 이렇게 진단하기도 했다.


광화문 일대 조형물에 스티커 부착 중 실랑이 벌어지기도

한편, 흩어져 게릴라 문화행동을 진행한 활동가들은 새벽 2시 30분 월드컵 광풍의 근원지이자, 이날의 격전지인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교보빌딩, 동아일보 일대에는 서울시내 그 어디보다도 월드컵 조형물과 선전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당초 활동가들은 광화문 일대 조형물에 집중적으로 스티커를 붙이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몇 일전 모 언론사가 문화연대 측의 엠바고 요청을 깨고, 관련 내용을 기사화해 게릴라 문화행동 계획이 알려지면서 광화문 일대 조형물들에 대한 경비가 강화된 상황이었다. 교보빌딩 앞에서 조형물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용역경비업체 직원은 “10일 전쯤에 시민단체에서 이곳 조형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몇 일 전 시민단체의 스티커 부착 계획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시설물 보호 차원에서 경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날 ‘작전’은 조용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20여 명의 활동가들은 새벽 3시경부터 광화문 일대로 흩어진 뒤 지나가는 시민으로 ‘위장’한 채 슬쩍슬쩍 스티커를 붙이는 게릴라 문화행동을 진행했다.

5호선 광화문 역사안과 동아일보 앞 월드컵 전시물에 대한 스티커 부착은 수월했으나, 경비가 삼엄했던 교보빌딩 앞에서 스티커를 붙이던 활동가 2명이 새벽 3시 30분 경 ‘발각’되어 용역경비업체 직원들과 활동가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은 “시설물을 훼손했다”며 스티커 제거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이 이를 거절하자 경비업체 직원들은 경찰에 연락을 취했고, 3시 50분 경 관할 종로경찰서 경찰관 2명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에게 “경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김완 활동가는 “설치된 시설물이 불법시설물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광화문에서의 소란으로 더 이상 스티커 부착이 힘들다고 판단한 활동가들은 4시 20분 경 이날 ‘게릴라 문화행동’의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


“월드컵 성지화되는 공간에 대한 문화적 공격행동 기획할 것”

김완 활동가는 “활동가들 차원에서 월드컵에 대한 문제의식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으나, 워낙에 어마어마한 흐름이기 때문에 형식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실천적인 활동들을 전개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오늘과 같은 문화행동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이날 문화행동을 전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완 활동가는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지 않는가’라는 다소 ‘예의’없는 질문에 대해 “월드컵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권리도 있어야 하고, 그것과 함께 안볼 수 있는 권리도 있어야 하고, 다른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제만 해도 KBS뉴스에서 월드컵 관련 소식을 15꼭지 이상 내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고 싶다고 안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의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거나,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자본, 과도한 국가주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결합해 그것을 작동시키는 진행과정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당연히 재미와 욕망이 있는 것이고, 누구라도 이것을 단절적으로 끊어낼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활동가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월드컵 기간이 끝날 때까지 게릴라 문화행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완 활동가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월드컵 이외에 각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스티커를 제작할 것이고, 월드컵이 성지화되는 공간들을 문화적으로 공격하는 행동들을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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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월드컵 , 문화연대 , 게릴라 문화행동 ,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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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이

    월드컵 조형물들은 지금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을 점유및 회손하면서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한 예로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지나 갈 수 있도록 원래는 설치 되어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을 다시 만들면서 재대로 만들지도 못했다. 그것이 월드컵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약자의 권리는 어디로 가고 월드컵 조형물들이 점유하고 있는것인가....

  • 참새

    맘에 드는데요. 다들 밤에 수고 많으셨네요..

  • 읍다

    조금전 소식접햇고 ...지하철 혜화역에서 벼르고있답니다^^ 스티커부착 떼어내고원상복구 하지 않을시에는... 고발조치한다고 아마도 오늘 광화문에... 혜화역에서 뜨지않을까?
    고발당하지 않게 꼭꼭..숨으세요^^
    오늘 난장 모두모두참석해주시고
    아자 아자 홧팅!!!!!
    광타에서 만나요 ^^
    지금 광타로 ..............................................................후다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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